다붓다붓

삶은 고해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율리시즈) 본문

리뷰/책

삶은 고해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율리시즈)

붓프레스 2022. 6. 10. 23:41
반응형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인생에서 얼마간의 시련을 겪고 난 후였다. 그 시기에는 더이상 하소연을 하며 내 감정 쓰레기를 받아줄 친구도 없었고, 술의 힘을 빌리는 것도 소용없음을 알게 된 때였다. 속앓이를 하다가 스스로 답을 찾고 싶었고, 현명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책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발견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정말 생소했고 처음 들어 본 제목의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1978년에 출간되었으며 <뉴욕타임스> 최장기 베스트셀러였다. 나에게 고난이 오지 않았다면 찾아보지 않았을 책을 알게되어서 지금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정신적인것, 영성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 M. 스캇 펙은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마흔 두 살에 이 책을 썼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심리학과 영성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중요한 책으로 평가된다.
불교도로서 이 책을 집필한 이후, 저자는 크리스천으로 개종을 선언하고 인간 심리와 기독교 신앙의 통합을 지향하는 글쓰기에 매진한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스캇 펙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많은 실제 사례들로 이루어졌다.


1. 인간의 정신적 발달을 위한 수단 : 훈육.

삶은 고해입니다. 진정으로 이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삶은 더 이상 힘들지 않게 됩니다. 일단 받아들이게 되면 삶이 힘들다는 사실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진리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지닌 문제를 끊임없이 불평합니다.
마치 삶은 기본적으로 편안한것처럼요. 삶이 힘들다는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절망, 비애, 슬픔, 외로움, 죄책감, 후회, 분노, 두려움, 걱정, 고뇌, 좌절 같은 감정을 느끼고 이로 인해 우리의 마음은 불편해지고,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오로지 문제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대로 "고통을 느껴야 배운다." 우리는 대부분 당면한 문제를 두려워하면서 피하려 듭니다. 문제가 사라지길 바라고, 잊어버리고,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보조적인 수단으로 약을 복용하여, 결국 자신을 마비시킴으로써 문제를 잊기도 합니다. 이 고통의 감정을 피하려는 성향이 정신병의 근본 원인입니다. 신경증이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입니다. 결국에 가서는 그 신경증 자체가 큰 문제가 됩니다.

고통을 겪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며, 문제에 직면하고 그에 따르는 고통을 겪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에 우리 자신을 훈육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 훈육이라는 도구는 즐거운 일을 뒤로 미루는 것, 책임을 지는것, 진리에 대한 헌신, 균형 잡기 이렇게 4가지가 있습니다.


즐거움을 나중으로 미루기

이것은 삶이 주는 고통과 즐거움을 맛보는 순서를 정한다는 것이며 먼저 고통을 맞고 극복함으로써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책임을 지는 것

사는 동안 책임져야 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분간하는 것은 실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 내내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들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계속해서 평가하고 재평가해야합니다. 지속적인 자기 분석을 감당할 의지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경험을 쌓고 오랜시간 동안 제대로 성장해야만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책임을 졌을 때 비로소 문제가 해결됩니다.
책임을 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 행동의 결과로 따라오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는데서 비롯합니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자유의 고통에서 도피하고 싶은 욕망과 자신의 문제와 삶을 책임지지 못하는 패배감이 깔려있습니다. 자신의 권한을 버렸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치유가 되려면, 성인의 삶이란 온통 개인적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자유로워집니다.

진리에 대한 헌신

세상의 현실을 명확하게 바라볼수록 세상에 대처할 준비를 더 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빠르게 변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현실로 난 길이 그려진 지도를 수정해야합니다. 지도를 수정하는 일은 고통스러우므로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새 정보를 무시해버립니다. 피하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정보를 헐뜯기도 합니다. 또한 진실이나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 사람들은 이를 피하려 합니다.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절제력이 있을 때만이 지도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진실이 우리의 편안함보다는 이익을 위해 더 중요하고 절대적임을 믿어야 하고 역으로 표현하면 항상 개인적 불편함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여겨야 합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쉼 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삶이기도 합니다.

 

균형 잡기

균형잡기란 우리에게 융통성을 주는 훈육입니다. 성숙한 정신 건강에 필요한 것은 상충되는 요구, 목적, 의무, 책임, 목표 같은 것들 사이에서 융통성 있게 균형을 잡고 계속해서 이를 조정해나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입니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은 '포기'입니다. 누구든지 삶의 여러가지 구부러진 길과 모퉁이와 타협할 때는 계속해서 자신의 일부를 포기해야만하기 때문입니다.

더보기

균형잡기와 연관된 정신병: 우울증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은 당연히 성장해야 하고, 정신적, 영적 성장을 위해서는 옛 자아를 포기하거나 상실하는 것이 필수 과정이므로 우울증은 정상적이고 근본적으로 건강한 현상입니다. 인생의 많은 위기들은 주요한 발달 단계 중의 하나입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전환기적 위기를 맞게 되는 이유는, 그것을 성공적으로 넘기 위해선 예전에 소중히 여기던 생가과 이제껏 써온 방법, 사물을 보아온 방식들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영원히 옛날 방식에 매달리는 쪽을 택하고 그 그 결과,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참으로 성장하지도 못하며, 성숙으로 이어지는 기쁨도 체험하지 못합니다.

 

더보기

균형잡기의 하위 범주: 괄호로 묶기

개인적 안정감과 자기주장의 욕구와 그보다는 새로운 정보와 더 큰 이해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행위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자아를 한쪽에 제쳐놓음으로써 새로운 자료를 집어넣을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상한 사물이나 사람, 사건을 접할 때마다 현재 욕구와 과거 경험 또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기초로 내가 무엇을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이것은 현재의 순간이란 이미 보았거나 경험한 어떤 것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진정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즉 사물이나 사람이나 사건의 고유한 성격이 내 안에 뿌리박게 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탈중심화를 겪어야합니다. 나의 선입견과 왜곡된 감정의 특징들을 제대로 파악하여 괄호로 묶어놓고 내 인식 세계에 새롭고 신기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2. 사랑에 대해서.

훈육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저자는 믿습니다. 감히 사랑에 대한 정의를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첫째, 영적 성장에 대한 목적론적인 정의이고 둘째는 순환적 과정(자신을 확대시켜나가는 과정, 타인의 성장을 목적으로 할때도) 셋째, 남을 위한 사랑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사랑도 포함한다고 합니다. 넷째, 자기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뒤따라야하고 끝으로 행위로 표현해야합니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자아 경계의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붕괴이고 짝을 구하고자 하는 성적 본능의 발로이지 참 사랑이 아닙니다. 이유는 의지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고 개인의 한계나 경계를 확장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자아 경계의 붕괴일 뿐입니다. 노력이 필요없고요. 사랑에 빠지는 경험이 영적 발전을 지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위대한 신화는 위대하고 보편적인 진리를 상징하고 구현하지만, 일시적이고 성과 관련된 욕망의 경험인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신화의 경우, 일종의 환상입니다. 상대방이 개성을 지닌 별개의 개체임을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만 참사랑은 자랄 수 있습니다.

또한 의존은 사랑이 아닙니다. 의존성이란, 상대방이 자신을 보살펴준다는 확신이 없으면 적절한 역할을 못하거나 완전함을 경험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받는 데 급급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먼저 사랑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애착, 자기희생, 느낌 자체는 사랑에 필요하긴 하지만 사랑이 아니며 그것을 초월해야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이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영적 성장을 위해 시도하는 일종의 노력이나 용기입니다. 사랑할 때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자신을 사랑할 때 자기 성장에 관심을 두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관심을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중요한 방법은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사랑은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갖는다든지, 결혼, 섹스의 황홀감, 야망, 우정 등 생기를 불어넣고 의미를 주며 인생을 중요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에 수반되는 고통을 감내하려고 않는다면 많은 것들이 부족한 채로 살아야만 할 것입니다. 어떤 차원으로든 앞으로 나아가거나 성장하면 기쁨과 함께 고통이라는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충만한 삶은 고통으로 충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다시 채우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영적 성장을 도우면 도울수록 나 자신의 영적 성장도 더욱더 촉진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의 주요 특징은 언제나 자신과 타인의 구별이 유지되고 보존됩니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항상 상대를 전적으로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지합니다. 개별성과 독립성을 늘 존중하고 심지어는 격려합니다.

 

 

3. 종교와 은총.

진정한 사랑의 상대는 영혼을 지니고 있어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예술이나 자연에 오는 감동과 사랑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해하기 어려운 차원의 사랑은 존재합니다만 이런것들에 대한 질문은 사회생물학으로 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통찰력을 얻으려면 종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은총은 의식세계 밖에 존재하지만 인간의 영적 성장을 돕는 강력한 힘입니다. '자연 법칙'으로 예측할 수 없는 놀라움입니다. 무의식의 놀라운 지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은총은 일부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소중하고 바람직한 것'에 의해 나타나며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것,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것을 이용하고 어떤 사람은 그러지 못합니다. 은총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는 스스로 애써 구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것의 소중함을 모릅니다. 우연한 깨달음이 발휘되는 사건은 모두에게 일어나지만 우리는 그것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마지막 부분인 종교는 저 스스로가 아직 어려운 주제여서 간략하게 요약하게 되었네요.

이 책에서 넘겨짚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초기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자신을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부모의 사랑과 믿음은 어린 시절에 획득해야하고 성인이 돼서 그것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다고요. 이 부분이 저에게 남더라고요. 이러한 선물을 받지 못할 경우 다른 곳에서 획득가능하다고 해놓고선 그 과정은 힘든 투쟁일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평생 걸릴 수도 있고 그나마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쐐기를 박아버려요. 저는 그런 안전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무척 좌절했어요. 물론 부모로서 이 책을 본다면 그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내용이겠지만 이미 성인이 된 저에게는 암흑과도 같은 말이었어요. 불량청소년이나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는 성인, 심리상담이나 정신 치료도 의지력이 약해 중간에 중단해버릴 정도로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단호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이후에 다른 책들을 보면서 상처 입은 내면의 아이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치유할 수 있다는걸 알았어요.

그렇지만 이 책으로 인해 저는 심리치료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고, 그후에 기회가 생겨서 심리치료를 받아보았고 꽤 좋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사랑에 대한 책은 몇 권을 더 읽어보긴 했지만 스캇 펙이 정의한 사랑이 가장 와닿습니다.

또한 명상, 요가, 심리치료와 같은 과정이 훈육으로 대체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기술적인 도움이지 근본적인 기술이 아니라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명상은 혼자 개별적으로 시간을 내어하는 것이지 삶에서 실제로 행하는 근본적인 실천이 아닌 것임을 알았습니다. 정신적 발달을 위해서는 살아가면서 행동으로 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되새깁니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