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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사계절) 본문

리뷰/책

다정한 사람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사계절)

붓프레스 2022. 6. 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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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어른의 세계만 헤메고 있는 저에게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표현이 참 좋더라고요.
모든 어른들이 어린이의 시기를 거쳐왔지만 여전히 어린시절과 결부 되어있기보다는
이제는 분리되었다고 느끼는 어른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도 많이 떨어졌고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
서문에 적혀있는 말이에요. 어느새 딱딱해진 어른들로만 구성된 사회가 아닌
어린이가 있음을 생각하는 우리의 세계는 얼마나 크고 다양하고 재밌을까요.

저자 김소영님은 이십년 동안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본래 본인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자꾸 어린이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교육 이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양육자도 아니기에 어린이에 대해 말할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세계의 어엿한 구성원인 어린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바꿨다고 합니다.

이 책은 에세이기 때문에 요약이 쉽진 않지만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번째는 어린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린이들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화들이 하나 같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찡하기도 하고요.
한 예로 어린이는 신발을 신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신발 신는 일 자체는 복잡한 움직임이고, 때로는 어른도 허리를 굽히고 손을 써서 정리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자라기 때문에 신발도 자주 바뀝니다. 어른이 되면서 차차 쉬워질거라는 말에 어린이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시간이 걸리지만 어린이에게도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어린이들을 기다려주고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함께 성장하는 일이란걸 저자는 깨닫습니다.

두번째는 저자의 어린시절과 어린이를 엮어냅니다.
어린이들과 글쓰기를 할 때 집에 빗댄 설명을 종종 한다고 합니다. 단어를 벽돌로, 문단을 방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잠자는 방, 부엌, 화장실을 구분하는 데 비유하고, 집의 크기나 식구 수에 따라 방의 개수가 달라지듯이, 글도 상황에 따라 단락 수가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전에 방이 한 개인 집에서도 살아봤고 글도 한 문단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말에 한 어린이가 질문을 합니다. 혼자 살아서 방도 하나였냐고요. 문득 어린 시절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살았던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니,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네 식구가 방이 한 개인 집에서 살았어. 나중에는 혼자서 방이 한 개인 집에서 산 적도 있고. 그런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거야. 글도 비슷해. 한 단락으로 쓰더라도 내용이 잘 정리되면 좋은 글이 돼." 라고 짐짓 태연하게 설명하며 저자는 자기만의 방이 없던 어린시절의 서글픔을 딛고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세번째는 어린이를 위해서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들을 이야기합니다.
어린이를 위해 존댓말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든지, 키가 작고 몸집이 작은 어린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공공장소와 사회분위기에서 어린이를 '한 명'으로 대접할 권리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노 키즈 존에 대해서도 여러 사항을 고려해보지만 그것이 해결책보다는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고 바라봤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배려를 했는지요. 지하철을 탔을 때 노약자석을 비워야한다는 인식은 박혀있지만,
어린이에겐 전혀 신경을 안썼던것 같더라고요. 어린이들은 매순간 어른의 배려가 필요한데
부모의 책임만으로 돌리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했습니다. 사실 책에 대한 인상은 어른인 저를 꾸짖는 투는
전혀 아니고 어린이들의 행동과 말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감동적인지 읽으면서 벅차오를 때가 더 많았습니다.
세세한 예를 다 적지 못해서 이 감상글에선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다정한 존재인 어린이를 가슴으로
느낄 수가 있었어요.
저자의 곁에 있는 그 어린이들이
곧 제 주변에 있는 어린이들이겠더라고요.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따스한 관심의 눈길로 좇게 되고
소중히 느껴집니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지만 가지고 있던 관점을 바꿀만한
정말 좋은 책이기에 추천을 한 사람 더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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