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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아가게하는 101가지 방법: 킵고잉, 오스틴 클레온(중앙북스) 본문

리뷰/책

나를 나아가게하는 101가지 방법: 킵고잉, 오스틴 클레온(중앙북스)

붓프레스 2022. 6. 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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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볼까 고민하다가 이 파란색의 정사각형 책이 눈에 띄었어요. 표지의 재기발랄하게 쓰여진 서체에서 짐작되듯 예술가를 위한 책이었는데요.
무언가를 만들어내면서 그 삶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목록을 정리한 내용이었어요.

지은이는 오스틴 클레온이라는 글 쓰는 아티스트입니다.
첫 책인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이 미국 아마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고 해요. 그럼 이 책에서 창작자에게 권하는 10가지 신념을 알아볼게요.


1. 하루하루를 다시 태어나듯 살아라

오늘 주어진 하루를 잘 살자.

"어떤 장소에 갇힌 채로 똑같은 하루를 몇 번이나 경험하게 된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할 것 같소?
탈출하려고 시도한 일들이 죄다 수포로 돌아간다면 말이오."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기상리포터인 필의 질문에서 우리가 생각해볼게 있습니다.
이 질문은 우리가 자신의 삶을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창작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특히 깊이 연관되어 있는데요. 창작자의 인생은 직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는 삶은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성공했는지와 상관없이 결승선에 도착할 수가 없습니다. 죽음이 아니고서야 말이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문제는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인생에 마음먹은 대로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일정 계획을 세우자.

작업이 잘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안 되는 날도 있습니다.
일정 계획은 그날 하루를 잘 소비하여 계획한 일의 대부분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감옥이라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자유를 불러올 것입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그 틀에서 벗어난 '어느 날'이 훨씬 더 특별해지는 것 처럼요.

To do 리스트를 작성하자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자신이 일주일 동안 그릴 50가지를 미리 적어 놓는다고 합니다. 리스트를 미리 작성하면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줍니다.
슈리글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오랜 시간 예술을 하면서 배운 최고의 기술은 출발점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출발점을 알면 작품은 저절로 탄생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그날 배우고 싶은 것들을 모두 적어놓았다고 합니다.

하루를 완주했다면 깨끗이 잊어라

날이 저물어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오면,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을 용서해야 오랜 기간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완수한 일들을 리스트로 작성하고, 내일 해내고 싶은 일들도 따로 적어봅니다. 그런 후에는 잊고 머리를 눕힌 뒤 마음을 비우면 됩니다. 무의식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요.


2. 축복의 은신처를 마련해라.

세상과는 로그아웃하고 나 자신과 접속하자.

예술가들이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하려면 침묵과 고독이야말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조건입니다. 스마트폰 푸시 알림들과 연락들에서 도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필요합니다.
장소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의 특혜는 초호화 패키지 수준이지만 둘 중 하나만 있어도 효과가 있습니다. 공간이 없다면 시간을 내어 작업하고, 시간이 없다면 공간을 마련해놓는게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볼 필요는 없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때 스마트폰부터 찾는다면 하루중 아이디어가 가장 샘솟는 순간을 허투루 날려버리는 셈입니다. 대신 잠을 깰 수 있도록 스트레칭하기, 산책하기, 달리기, 음악듣기, 샤워하기, 책읽기를 할 수 있습니다.

 


3. '명사'를 잊고, '동사'를 해라.

크리에이티브는 명사가 아니다.

스스로 해낸 일도 없이 타이틀부터 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업이나 직책은 한 사람을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름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그 이름에 걸맞은 방법만을 찾게 됩니다. 게다가 그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창작의 범위마저 제한합니다. '명사'를 얻어냈다고 해도 계속해서 '동사'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아이들 놀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하자.

놀이는 아이의 업무지만, 예술가들의 업무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거쳐 온 작업들을 쭉 보면 전반적으로 장난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지나치게 진중하거나 결과에만 집착하는 행동은 예술가와 작품 모두가 가장 고통받는 길입니다. 창작하는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위 그 자체에 있습니다.
무엇을 시도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최악의 작품을 만들어 봅시다. 작품을 일부러 망치는 일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놀고 그중 자기 작업에 어울리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용해봅시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놀아라.

"자네는 어리석고, 멍청하고, 경솔하고, 얼빠진 사람이 되어보아야 해. 그러고 나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 '형편없는 작업을 해 봐. 가능한 한 최악의 작품을 만들고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게나.
무엇보다도 편안한 마음과 망칠까 봐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네. 세상일을 책임질 사람은 많고도 많지만 자네가 작업을 망친다고 해봤자 책임져야하는 사람은 자네뿐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하게'."
- 솔 르윗이 에바 헤세에게 했던 말 중에서.

 


4. 선물을 만들어라.

소중한 취미는 반드시 지켜내자.

한 친구가 특정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순간, 우리는 그 재능을 밥벌이 수단으로 바꾸라고 제안합니다. 과거에는 취미라는 것이 있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부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는 여가 활동을 또 다른 밥벌이 수단이나 잠재적 수입원쯤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취미는 나를 살아있게 해주는 수단인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만에 하나 창작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어도, 창작에 수반되는 그 모든 과정을 돈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버려야합니다.

숫자를 무시하자.

돈 말고도 숫자가 창작 행위의 가치를 변질시키는 경우는 있습니다. 작품을 디지털화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그 작품을 인터넷 세계에서 좋아요 수, 공유 수, 팔로워 수로 평가받게 합니다. 그 모든 클릭이, 내 인생을 걸만한 대단한 가치라도 되는 것일까요?

선물이 없는 곳에 예술은 없다.

이 소제목은 시인 장 콕토가 한 말입니다.
예술이 시장성에 지배당하기 시작하면 작품은 선물로서의 가치를 잃습니다. 클릭수와 판매가능성에 휘둘려 작업 방향이 바뀌는 바로 그 순간, 작품은 예술이라 불릴 수 있는 필요조건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골라서 그 사람을 위한 선물을 만들어보세요. 한 사람을 위해 만든 선물이 어느 날 온 세상을 위한 선물로 변할 지도 모릅니다.


5. 평범한 것에 + 관심을 가지면 = 특별해진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법을 발견하자.

예술가로도 활동하는 켄트 수녀는 작업을 할 때 평범한 대상을 선택하여 '평범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합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일상에서도 마법을 찾아냅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자신의 예술적 목표가 "주위의 평범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새 삶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술가들은 일상에 각별한 관심을 쏟음으로써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세상에 관심을 갖도록 만듭니다.
우리의 삶을 예술로 승화해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의 삶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속도를 늦추고 드로잉을 하자.

창작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야 하므로 우리는 제대로 볼 수 있을 만큼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천천히 보게 되면 사람들은 발견을 이뤄냅니다. 드로잉은 대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드로잉이라는 행위의
힘을 빌리면 우리도 현재를 살 수 있으며, 눈 앞에 실재하는 대상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드로잉은 어떤 장소나 순간을 더 깊이 경험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드로잉을 하면 더 잘 보게 될 뿐 아니라 더 잘 느끼게
되게 때문입니다.

관심이 향하는 곳을 주목하자.

관심의 방향을 고민할 때 예술이 시작됩니다. 당신의 관심이 어디에 머물렀는지 주기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일기를 쓴다면 다시 읽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면 앞장을 넘겨보면서요. 자신의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면 그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창작 소재는 당연히 따라올 것입니다.


6. 내 안의 예술 괴물을 없애라

예술은 삶을 위한 것이다.(그 반대가 아니다.)

진정한 예술가는 관객들이 삶을 새롭게 인식하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예술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합니다. 아 법칙은 작품에서도, 제작 과정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작품을 제작하느라 본인을 포함한
어느 누군가의 삶을 망치고 있다면, 그런 예술은 태어날 가치가 없습니다. 예술을 위해 삶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위해 예술이 존재합니다.


7. 마음은 얼마든지 바꿔라.

변한다는 건 살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한 번 내린 결정을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결정을 번복함으로써 맞게 되는 결과와 남들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 한 명 한명을 브랜드로 바꿔놓았습니다. 브랜드가 된다는 말은 내가 누구이며 무얼 하고 있는지 100퍼센트 확신한다는 뜻입니다. 예술은 물론이고 우리의 삶에서도, 확신이란 결국 허풍에 불과하며 새로운 발견을 막는 장애물입니다.
창작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정해야 합니다.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런저런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마음껏 떠올리며 마음을 바꾸기에 인터넷은 적당한 장소가 아닙니다. '진짜 생각'을 하려면 오프 브랜드가 되어야 하고, 오프라인이야말로 최적의 장소입니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vs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

나와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면 기존의 생각을 싹 다 뜯어고치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더 나은 생각과
맞바꾸는 상황이 생깁니다. 반대로 말하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만 곁에 둘 때 변화의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똑같은 걸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건 편안하지만 지겹고 답답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생각이 비슷하기보다는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다른 의견을 수용할 줄 알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말입니다.

과거를 방문하자.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것에 집착합니다. 모두가 같은 유행을 좇고 생각도 비슷합니다. 고전을 읽는것은 현재 삶에 저자가 살았던 시간이 더해지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생각이 비슷한' 무리의 껍질을 깨고 나아가고 싶다면, 과거를 잠시 방문해보세요.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① 내가 보기에는 너무 싫고 없애버리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대중은 좋아하는 아이디어를 찾는다
②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1번과 반대되는 아이디어를 찾아내서 부활시킨다.


8. 의심이 들 때는, 정리를 해라.

도구는 정리하고, 재료는 어질러라.

창의성에서는 연결이 중요합니다. 모든 사물이 자기 자리에 얌전히 붙어 있을 때에는 연결이 발생할 수가 없습니다.
흥미로운 조합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킵니다. 재료들을 이리저리 늘어놓아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하고 그 난장판 속에서 재료들이 합쳐지면서 그대로 작품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보세요.

잠은 머릿속을 정리해준다.

낮잠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비밀 병기입니다. 낮잠은 또 다른 형태의 정리입니다. 비생산적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이끌어주는 신비한 힘입니다.


9. 악마는 신선한 공기를 싫어한다.

악령을 쫓아내려면 나가서 걸어라.

"걸으면 해결된다." 디오게네스가 말했습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다면 산책만한게 없습니다. 베토벤과 밥 딜런은 교외를 한참이나 배회하다가 경찰에게 저지당한 적이 있습니다. 베토벤은 19세기 빈에서, 밥 딜런은 21세기 뉴저지에서 같은 상황을 겪었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스크린에만 붙어 있을 때는 세상이 비현실적이거나 끔찍해보입니다. 하지만 밖에서 걷기 시작하면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들, 짹짹 지저귀는 새들, 머리 위로 동동 떠다니는 구름이 있습니다.

 


10. 나만의 정원을 가꿔라.

창의성에도 계절이 있다.

우리는 좋은 작품이 나오는 리듬과 주기에 주목하고, 비수기를 만나면 인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패턴을 관찰하면서 스스로가 변해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합니다. 창작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생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꽃피고, 어떤 이들은 노년이 되어서야 꽃을 피웁니다.

"시간을 잰다는 개념도 없고, 햇수가 중요한 것도 아니며, 10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창작자가 된다는 말은, 측정하고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처럼 익어간다는 뜻이다. 그 나무는 수액을 억지로 짜내지 않는다. 여름을 맞을 수 없으리란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봄의 거센 태풍 속에서 꼿꼿이 서 있다. 여름은 분명히 온다. 하지만 모두에게 오지는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광활하고 고요한 영원이 펼쳐지더라도 끝까지 인내하는 자에게만 온다. '인내는 창작의 전부다!' 나는 감사하기 그지 없는 고통을 느끼며 이 사실을 날마다 깨닫는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조급해하지 말고, 서두르지 마라. 무언가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걱정보다는 꼭 해야 하는 무언가를 찾을 걱정부터 해라.
계속 작업해라. 계속 놀아라. 계속 드로잉하라. 계속 관찰해라. ··· 당신만의 동사를 계속 해라." 라고 저자는 끝맺습니다.


그리고 그 후, 이제 뭘 하면 될까요?
- 스마트폰의 비행기 모드를 켠다. 리스트를 작성한다. 아이들에게 노는 법을 배운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만든다.
정리를 한다. 누워서 낮잠을 청한다. 오랫동안 산책을 한다.

이중에서 마음에 끌리는 목록이 있나요?
이 책은 처음에 하루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끝도 앞으로 당장 할 수 있는 목록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저는 일단 동거인에게 제 핸드폰을 저 모르는 곳에 숨겨달라고 부탁했고 하루 계획표 세운걸 다시 한번 되새기듯
일기장에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요.

창작활동에 대한 조언이지만 예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네요. 예술은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보이는것. 예술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것. 삶을 새롭게 인식하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그리고 예술은 선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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