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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ona Chmielewska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본문

관심사/그림책 작가

Iwona Chmielewska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붓프레스 2022. 10. 2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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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1960년, 폴란드의 작은 중세도시인 토루인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30권이 넘는 어른과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다.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는 자기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직접 만들면서 그림책 창작을 시작했다.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은, 콜라주와 다양한 채색 기법을 사용하여 아이디어가 넘치며, 철학적인 사색의 깊이를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에 '아저씨와 고양이'로 프로 볼로냐상을, 2003년에 야스노젬스카의 '시화집' 으로 바르샤바 국제 책 예술제에서 '책 예술상' 을 수상했다.

 

'아저씨와 고양이' 프로볼로냐상

아스노젬스카의 '시화집' 바르샤바 국제 책 예술제 '책 예술상'

'생각하는 ABC' BIB 황금사과상

'마음의 집', '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볼로냐 라가치상 3회 (논픽션, 픽션, 뉴호라이즌 부문)

 

출처-교보문고


그림책 작품

생각, 2004

출판사 소개:

'생각'이라는 단어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독특하게 구성한 그림책이다. '생각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은 조용히 타고 날아갈 수 있는 나만의 풍선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생각에 잠기면 세상 끝까지도 갈 수 있으니까.' 같은 식의 대화가 이어진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그릇, 아무도 볼 수 없도록 깊숙이 비밀을 감춰 놓은 상자, 엉켜 버린 실뭉치 등 '생각'에 대한 자유로운 연상을 다양한 질감의 천과 종이를 이용한 콜라주로 표현했다. '생각'이라는 관념을 연기, 거울, 장롱, 상자 등 구체적인 사물로 풀어간 점이 돋보인다.

책의 마지막에는 다양한 그림으로 만들어진 한글 자모 ㅅ, ㅐ, ㅇ , ㄱ, ㅏ, ㄱ을 조합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글자 카드와 글자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발가락, 2004

출판사 소개:

아이들은 손과 발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지요. 《발가락》은 그런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특별한 상상 여행으로 우리를 이끌어요. 가장 큰 두 엄지발가락을 기준으로 차례대로 키가 낮아지는 발가락들, 어쩐지 규칙적으로 높낮이가 바뀌는 계단과 닮았네요! 계단에서 출발한 상상은 태평양 위로 우뚝 솟은 섬이 되었다가, 눈 속에서 몸을 식히는 펭귄으로, 풀밭 위 나무들로, 예쁜 그림 도구들로, 작은 요정들로……, 평범하게만 보이던 형태가 ‘상상’이라는 옷을 입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통통 튀며 자유롭게 변주되지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주변의 사물이 이전과는 달리 보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들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도 두 가지, 세 가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내며 재잘거릴지도 몰라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물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상상력은 매력적이지요. 

 

바느질, 오브제, 콜라주 등 다양한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콜라주는 나름의 환영(illusion)을 만들어 냅니다. 어떤 것이 원래 있었는지, 어떤 것이 새로 만들어졌는지 잘 모르게 되지요.”라고 콜라주의 특별함을 이야기해요. 이 작품에서도 헝겊, 모래, 나뭇잎 등 서로 다른 질감과 문양을 이용한 콜라주 기법이 시선을 끌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안겨 주어요. 상관없어 보이는 작은 요소들이 한 폭의 그림에서 균형을 이룰 때 독자들은 비로소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발견하며 작가와 소통하게 되지요. 표지 그림을 보면서 이불 끝에 살짝 나온 발 위에 아이들의 발가락을 대 보세요. 발가락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하고, 다른 나라로 떠나기도 하면서 기발한 상상을 깔깔대며 풀어놓다 보면 아이의 눈이 얼마나 반짝거리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어요. 

 

그림들은 독특한 흐름을 만들며 스토리를 이어 나가요. 햇볕 쨍쨍한 섬과 눈 쌓인 얼음산을 지나 ‘발가락 모양’의 다리를 건너면 탑 열 개가 있는 도시가 나와요. 그 도시에는 영화가 상영되는 텔레비전 열 개가 있는데, 책장을 넘기면 그 영화에 수평선이 등장함을 짐작할 수 있지요. 수평선 위로 솟은 새의 날개들을 보며 “저 새들은 날아가는 걸까, 날아오는 걸까?” 궁금해하면 열 개의 발가락처럼 한 줄로 선 작은 요정들이 침대로 독자를 끌어당겨요. 아, 이제 정말 잘 시간이에요!

 

파란막대/파란상자, 2004 

출판사 소개:

앞뒤로 보는 양방향 그림책으로 외국 작가의 그림책이지만 기존의 그림책을 번역 출간한 것이 아닌 작가와 편집진이 함께 기획해 펴낸 책. 우아한 꼴라쥬의 일러스트와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여러 겹의 의미를 전해준다.

아홉 살 생일에 여자아이 클라라는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막대 하나를 선물로 받는다. 한편, 아홉 살 생일에 남자아이 에릭은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상자 하나를 선물로 받는다.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상자. 이 특별한 선물들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함께 건네진 낡은 공책 속에, 앞서 그것을 받은 사람들의 사용기가 적혀 있다.

클라라와 에릭은 파란 막대와 파란 상자를 사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앞선 세대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그들과 교감한다. 이야기 속에 감춰진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과 상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생각하는 ㄱㄴㄷ, 2005

출판사 소개:

언어는 귀에 들리는 음성에 의하여 사상을 나타내고, 문자는 눈에 보이는 상형에 의하여 의미를 표현합니다. 문자는 시각적 기호를 통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약속 체계입니다. 인류는 문자의 매개에 의하여 과거의 문화를 계승하고 현대의 문화를 후세에 전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자에 대한 여러 연구, 다양한 시각화 시도는 곧 문화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자그림책은 ㄱA1 시리즈는 시각적 기호인 문자를 새로운 개념으로 시각화한 그림책입니다. '한글'과 '알파벳'과 '숫자'의 각 글자 형태와 의미에 사물을 연결시켜 풀어내는 독특하고도 막힘없는 상상력이 펼쳐집니다. 첫째 권인 <생각하는 ㄱㄴㄷ>은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한글의 조형미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한글 자모 ㄱㄴㄷ의 각 낱자 모양대로 단어를 표현한 책으로, ㄱ을 소개하는 페이지에는 개미, 가시, 고양이, 가방처럼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ㄱ모양으로 그렸습니다. ㄱ이 들어가는 단어 9개와 ㄱ으로 시작하는 색깔 '갈색'이 한 칸 담겨 있습니다. ㄱ이 들어가는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읽고, ㄱ모양 그림을 보면서 단어를 떠올리고, 다시 그 단어가 쓰인 상황을 ㄱ모양에 맞추어 연상하는, 여러 겹의 상상력이 각 장마다 펼쳐집니다. <생각하는 ㄱㄴㄷ>은 그림을 보면서 자유롭게, 재미있게 한글 자음을 익히고, 단어를 익히고, 색깔도 익히는 책입니다. ㄱ부터 ㅎ까지 한글도 깨치고, 단어도 떠올리면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사물을 통해 한글의 모양을 찾으면서 어느새 주변 사물에 존재하는 문자의 다양한 기호 형태에 눈을 뜨는 전혀 새로운 시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한글의 조형미를 느끼면서 우리 글자의 무궁한 변주에 놀라는 동안 새로운 미적 감수성을 개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글자의 형태를 사물의 모양과 연결시켜 풀어낸 막힘없는 상상력이 '문자'가 지닌 '의미'를 넘어 시각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줍니다. 한글 자모의 간결한 형태에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결합된 이 책은 오랜 시간 논장출판사와 폴란드 작가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하는 thingking ABC, 2006

출판사 소개:

그림책은 내 친구 15권. 볼로냐 라가치대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으로, BIB 국제아동도서원화전 황금사과상 수상작이다. 한 장 한 장 그림으로 단어를 연상하고 단어의 뜻을 그림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상상력, 생동감 넘치는 언어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게 한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글자그림책 ㄱA1 시리즈는 문자 기호를 새로운 개념으로 시각화한 그림책이다. 한국출판사와 폴란드 작가의 공동 작업으로 ‘한글’과 ‘알파벳’과 ‘숫자’의 각 글자 형태와 사물을 연결시켜 풀어낸 독특한 상상력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생각하는 ABC>는 알파벳의 간결한 형태에 독창적인 상상력이 결합했다. 문자의 개념을 그 형태와 연결시켜, 문자가 처음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역사, 문화까지 생각하게 하면서, 상상력 가득한 그림과의 연상 작용으로 한번 그 의미를 받아들이면 쉽게 잊히지 않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2006년 첫 출간 이래 보내주신 열렬한 사랑에 보답하고 더 많은 새로운 독자들에게 다가가고자 도서 정가를 크게 낮추었으며, 보고 또 보는 그림사전의 특성을 살려 양장본 그대로 내구성을 유지한 보급판이다.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다 부담 없이 만나 두고두고 읽으며 즐길 수 있다.

 

생각하는 123, 2008

출판사 소개:

1번부터 12번 섬까지 숫자 섬 군도를 여행해요. 먼 바다 어딘가에 있는 숫자 섬 열두 개를 차례로 들러 보세요. 1번 섬에서는 한 둥치에서 자라는 나무, 씨가 하나 들어 있는 열매를 하나뿐인 부리로 쪼는 새, 뿔이 하나 있는 일각수를 만날 수 있어요. 1은 자기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자랑했어요. 어딜 가도 언제나 맨 처음이니까요. 1은 세상의 중요한 것은 모두 한 개라면서 태양도 하나, 달도 하나, 우주 속의 지구도 단 하나, 그리고 우리 엄마도 아빠도 단 한 명뿐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두 번씩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2가 2는 1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어요. “우린 눈도 두 개고, 귀도 두 개잖아? 입은 하나지만 두 개의 입술이 합쳐진 거야! 부모님도 두 분이시잖아. 앞쪽과 뒤쪽, 지팡이는 항상 끝이 두 개지, 시계도 바늘이 두 개야. 책도 앞표지와 뒤표지가 있단다!” 3번 섬에 사는 3은 삼각형의 집 앞에 다리가 셋 달린 그랜드 피아노 위에 서 있었어요. 3번 섬의 모든 의자와 책상은 다리가 세 개랍니다. 3은 세 점으로 평면을 딛고 버티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이니까요. 4번 섬에 사는 부지런한 4는 4계절 내내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며 네 개의 날개가 달린 풍차와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수레와 네 개의 다리가 달린 책상과 의자를 끊임없이 만들었어요. 5번 섬에 사는 5는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요. “수레에 바퀴가 다섯 개일 필요는 없지만 자동차에는 보조 타이어가 한 개 더 있지. 구멍이라도 나 봐. 정말 다행한 일이고말고.” 계속해서 6번, 7번, 8번……12번 섬에 도착했어요. 일년 열두 달의 끝 12라면, 여행을 마치기에도 아주 좋은 숫자예요.

 

 

두 사람, 2008

 

출판사 소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떤 사람, 사이에 깃든 의미 탐구하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은 부부 사이일 수도 있고, 모녀나 모자 또는 부자나 부녀 사이일 수도 있으며, 형제나 자매 사이일 수도, 사랑하는 사이일 수도, 친한 친구 사이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종종 서로가 어떤 사이인지 전혀 생각지 않고 지내곤 합니다. 마치 물이나 공기가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우리와 떼려야 수없는 사이라는 잊고 지내듯 말입니다.

어쩌다가 사이에 어떤 사연이 생겨 서로 멀리 또는 오래 떨어져 있거나, 감정에 금이 가거나, 또는 아예 헤어져 버리게 되면, 그제야 사람은 서로의 사이에 대해 생각하고 깨달아, 혹은 후회하고 혹은 보람을 느끼고 혹은 각오를 다지게 되곤 하지요.

< 사람> 이처럼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사이에 깃들인 의미를, 깊은 사유의 호수에서 건져 올린 반짝이는 비유에 담아 들려주는 시처럼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사이에 대해 탐구하고 이해하여 좋은 관계를 가꾸어 가게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거기 들어 있습니다. 어린 독자들이라면, 그림책이 가끔 자신을 당황하게 하는 엄마와 아빠의 사이를 이해하고, 자신과 가족, 또는 친구의 사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데에 도움을 있겠지요.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쉬운 것입니다. 사람은 자물쇠처럼 닫힌 서로의 마음을 열어 주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세상이라는 험난한 바다 위에서 서로 쓸쓸하지 않도록, 몰아치는 바람에 함께 휩쓸리는 섬이 되기도 합니다. 흐르는 세월을 함께 견뎌 가는 개의 시계와 같기도 하고, 서로 번갈아가며 한쪽의 기운이 떨어지면 다른 한쪽이 기운을 나눠주는 모래시계와 같기도 합니다. 힘을 합쳐 머나먼 항해를 함께하는 돛과 돛대가 되기도, 항상 같은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는 자전거의 바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어려운 것이지요. 열쇠는 가끔 어디론가 사라져 자물쇠를 애태우기도 하고, 자물쇠는 가끔 막혀 버려서 열쇠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마주보는 벽이 되어 함께 지붕을 받치지만, 서로 반대편에 서서 아무리 해도 가까워질 없기에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낮과 밤처럼 서로 엇갈려 만날 없기도 하고, 바람이 빠진 다른 바퀴 때문에 자신은 멀쩡하면서도 더는 달릴 없는 한쪽 바퀴가 되기도 하지요. 어떤 경우에는 꽃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전혀 빛나지 않는 줄기와, 줄기 없인 시들 수밖에 없으면서도 혼자 빛나는 꽃처럼 전혀 공평하지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한편,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하는 같으면서도 실은 따로따로이기도 것입니다. 함께 바람에 휩쓸리면서도 개의 섬은 각각 자기만의 화산과 폭포와 계곡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란히 한쪽으로 있는 창문처럼 똑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같지만, 둘이 보여 주는 것은 실은 제각기 다른 풍경들이지요. 똑같은 시간을 함께 견뎌 가면서도 아날로그시계와 디지털시계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시계들이기도 하고, 뿌리가 얽힌 나란히 자라면서도 침엽수와 활엽수처럼 서로 다른 삶의 리듬을 가진 나무들이기도 합니다. 따뜻하고 즐거운 노란색과 서늘하고 진지한 푸른색처럼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함께 있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흥미로운 것이지요. 사람이 함께한다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있습니다. 노란색과 푸른색은 함께하기에 따뜻하고 진지하면서도 즐겁고 서늘한 들판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왼손과 오른손은 함께하기에 갖가지 예쁜 손뜨개를 만들어냅니다. 사람은 심지어는 번째 사람을 만들어 수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은 사랑에 관한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처럼 단단히 서로 엮여 있어서 사람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보여 주고 들려줍니다. 둘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금방 떨어져 나가고 말겠지요?

 

장면마다 펼쳐지는 시적인 이미지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얻어 , 시처럼 반짝이는 비유가 담긴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가령, 장면에서 작가는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의 쉬움과 어려움 각각 반쪽만 있는 여자의 옷과 남자의 옷이 개의 단추로 여며져 벌을 이루는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각자 완전치 않으며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함으로써 완전한 하나를 이룬다는 뜻을 전하는 동시에, 그것이 조화를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반쪽 옷에 그나마 어울리는 색깔을 입히고 단추 또한 색깔 모두에 어울리는 색깔의 것을 선택함으로써 조화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만, 서로 다른 반쪽 옷들이 모여 조화로운 옷을 이룬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다음 장면에서 작가는서로 들어맞는 쌍만이 서로의 마음에 열쇠와 자물쇠 구실을 있다 메시지를 모양과 색깔이 다른 열쇠들과 자물쇠들을 보여줌으로써 전합니다. 그림 오른쪽 자물쇠의 구멍으로 표현된 사람들의 모양은 얼핏 똑같아 보입니다만, 안에 있는 회전통 - 마음의 모양은 모양으로 표현된 왼쪽 열쇠들의 톱니 모양처럼 다르겠지요. 거기에 맞는 열쇠를 만날 자물쇠의 마음은 활짝 열립니다.

 

장면 뒤를 보면 모래시계 넷이 그려져 있습니다. ‘ 사람은 모래시계의 그릇처럼 서로 붙어 있으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모래를 주고받는다 것입니다. 저쪽의 기운이 떨어지면 이쪽이 기운을 나눠주고 이쪽이 힘겨우면 저쪽이 힘을 주는 그런 사람들의 비유지요. 그런데 모래시계에 채워진모래 모양이 저마다, 아래위마다 다릅니다. 어떤 것은, 윗그릇은 새가 나는 하늘로 채워져 있는데 그것이 아랫그릇으로 내려오면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가 됩니다. 어떤 것은, 윗그릇 엉클어진 숫자들이 아랫그릇으로 내려와 정돈되지요. 사막의 모래가 밤하늘의 별들로 변하기도 하고, 씨앗이 내려와 싹트고 자라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쌍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각자가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은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안에서 서로 마주잡으려는 내민 개의 손은 손가락이 모두 각기 다른 기능과 모양의 도구들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서로 다르며, 감각과 취향 또한 서로 다른 사람일 테지요. 아래 동그란 얼굴이 사람을 바라봅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번째 사람일 수도, 책을 보고 독자일 수도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처럼 작가의 사려 깊은 비유가 담긴 장면들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독자들은 자기 자신과 어떤 다른 이로 이루어진 사람 관계에 대해, 그리고 자기 둘레의 어떤 사람들에 대해 곰곰 생각해 기회를 갖게 되겠지요.

그것이 바로 사람처럼 앞표지와 뒤표지로 단단히 엮인 이야기 < 사람> 전하고자 하는 속생각입니다. 

 

 

반이나 찼을까, 반밖에 없을까?, 2009

출판사 소개:

- 어떤 사람에게는 반이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반밖에 없다.

채의 집을 보고 어떤 사람은 크고 어떤 사람은 작다고 한다. 날아다니는 꽃씨가 어떤 사람에게는 깨끗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더럽게 여겨진다.

무엇이 진실일까? 맞다. 비교 대상이 바로 자신의 집과 자신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물을 판단하는 기준은 대부분자신의 관점이다. 결과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책은 물리학의 세계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삶에도 상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같은 사물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서로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달리 보일 있음을 말한다.

작은 자동차를 사람은 자동차를 가진 사람에게는 가난하게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차가 없는 사람에게는 부자로 보인다. 보통 체격의 사람은 마른 사람에게는 뚱뚱하게 보이지만 뚱뚱한 사람에게는 날씬하게 보일 있다. 형제자매와 방을 같이 쓰는 어린이라면 혼자서 방을 쓰는 친구를 부러워하겠지만 어떤 곳에서는 방만 곳에서 가족이 모두 함께 살기도 한다. 신발이 켤레인 친구는 매일 다른 신발을 신고 오는 친구가 부럽겠지만 신발이 하나도 없는 다른 친구는 켤레의 신발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 책을 넘기는 동안 생각지도 못하고 지나쳤던 생활의 여러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와의 다툼, 성적 고민, 나만 옳다고 생각했던 독선…….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테두리를 벗어나 친구를, 이웃을, 지금 이순간의 지구촌에까지 생각이 나아간다. 단지 자신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의 관점 모두에서. 그러면서 내가 즐거울 슬픈 사람이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아무리 슬픈 상황도 다른 관점에서는 달리 보일 있음을 은연중 깨닫게 한다. 동시에 관용, 받아들임, 다른 이에 대한 이해 같은 문제로 생각이 미친다.

바로 상대주의의 개념, 다시 말하면 사람이 가지 사실을 바라보지만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내용에 대해서 말이다. 간결한 글과 주제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그림으로상대주의라는 어려운 철학을 설교하지 않으면서도상대주의 개념이 머릿속에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자기의 경험과 마음에 따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저마다 다른 의미를 찾을 있을 것이다.

 

- 책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넓게 깊이 보라고 설명한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주변과 비교하며 일희일비하는 삶의 모습은 어찌 보면 정말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세상이상대적이라면,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가장 행복한 삶을 있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책은 단순히, 사물의 객관적 토대를 부정하고 모든 것이 바라보는 시선에 달렸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물의 이면을 생각하고 들여다보게 하면서 자신의 조건을 으스대지 않게, 다른 사람의 환경을 얕보지 않게, 자신의 상황을 긍정하는 시선을 열어준다.

비록 어린이들이 겸손과 관용의 철학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아닌 상대방을 생각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식의 커다란 도약은 가능할 것이다. 권의 그림책에 담긴 무한한 깊이, 그것이 바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반이나 있을까 반밖에 없을까?》에 담긴 미덕이다!

 

나를 인정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세계의 이해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보다 조화로운 삶을 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 나와 남의 차이를 통해 풍요로워지고,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세계를 깊이 이해하며, 기쁨을 담백하게 고통을 가볍게 여길 있는, 삶의 철학의 기초를 다질 있다면 이는 바로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평화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것이다.

 

비움 A room in the heart, 2009 (지은이: 곽영권)

출판사 소개:

나눔을 위한 비움, 즐거운 불편을 말하다

 

대부분 우리는, 나은 삶을 위해 미래를 먼저 준비하고 현재를 희생하며 살고 있는 듯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이렇게 오늘을 놓치고 사는 우리에게 <비움> 나눌수록 행복해진다는 단순하면서도 소중한 진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많이 가질수록, 많이 원할수록, 무엇을 바라는 마음은 점점 커질 것이라는 동양의 노자와 서양의 에픽테토스의 깨달음을 <비움> 깊이 있는 짧은 글과 신선한 그림으로 말해주고자 했다.

 

책상에서 시작되는 상상의 세계를 만나다

 

하루에도 수십 눈에 보이는 평범한 나뭇결에서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없었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낸 <비움> 감동적인 글과 함께 상상력이 넘치는 그림이 독특함을 더한다. 반복되는 나뭇결에서는 지루함보다 다음은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지 호기심마저 들게 한다. <비움> 읽는 아이들은 같은 그림을 보고도 작가와는 다른 상상의 날개를 달지 모른다. 이런 사물을 보는 다양한 시선은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요소가 된다. 부모가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비움> 함께 아이와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벽의 복잡한 문양 속에서 형상들을 발견하는 것은 시끄러운 종소리 속에서 우리가 아는 이름이나 단어를 찾아내는 일과 같다_레오나르도 다빈치

 

나는 구름이나 나뭇결처럼 겉보기에 무질서한 패턴 속에서 동물모양을

즐겨 찾아내곤 했다_화가 모리츠 에셔

 

동양과 서양이 만나 독특하고 신선한 시선을 만들다

 

<비움> 한국의 작가와 폴란드의 그림 작가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지극히 동양적인 글을 그림 작가는 우리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을 담아 열린 시각으로 표현해, 다이내믹하고 신선한 <비움> 탄생시켰다.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동양의 사상을 이해한 독특한 작가의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문화가 어우러진 <비움> 독특한 구성 역시 눈여겨볼 만한데, 국문과 영문 혼용으로 읽을거리를 늘리고 외국인과 영어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비움>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Room in the heart, BIUM’이란 부제를 달아 영어식으로 표현하기 어려운비움 진정한 의미를 표현했다. 

 

문제가 생겼어요!, 2010

출판사 소개:

한국에서 활동하는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그림책 첫째 .

다림질을 하면서 잠깐 딴생각을 사이 식탁보에 눌어붙은 자국이 생기자, 걱정하면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는 상황을 간결한 그림으로 옮겨 놓았다.

 

할머니가 수를 놓은, 엄마가 가장 아끼는 소중한 식탁보에 그만 다리미 얼룩이 생겼다.

어떡하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눈앞의 얼룩을 없애고 싶은 마음은 삼각형 다리미 자국을 따라 온갖 상황을 만들어 가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로켓처럼 이처럼 갑작스럽게 당한 큰일에는 어떤 사람이라도 맞설 없을 것이다. 가장 비싼 세제로도 지울 없고, 올빼미의 현명한 충고도 인터넷에서 찾은 방법도 소용이 없다. 기도해도 된다. 아무리 궁리해도 그럴듯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동생이 그랬다고 할까,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할까. 아무도 모르는 데로 숨어 버릴까? 땅속 깊숙이, 아니 세상 끝으로. 하지만 곳은 아무 데도 없고, 잘못이라는 너무나 명백하다.

이제는 잘못을 털어놓고 용서를 비는 방법밖에 없다. 드디어 엄마가 식탁보를 보았다. 그런데 엄마는 다리미를 달구더니…….

 

아이의 걱정과 고민과 핑계를 따라 다림질 세모 자국은 자꾸 변한다. 떨어지는 로켓 폭탄이 남자의 역삼각형 몸통이 되고, 세제 통이 되고, 인터넷 마우스가 되고, 교회 건물이 되고, 할아버지 담뱃대가 되고, 울타리 쳐진 새장이 되고, 엄마의 눈이 되고…….

 

다리미 자국을 보고 사물을 연상하는 것을 넘어, 상황을 연출하는 입체적인 상상력이 짧은 문장과 더할 없이 간결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꽃을 주며 용서를 비는 모습처럼 여러 보아야 비로소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장면도 있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안에서는 앞의 의자로, 바람 부는 창문으로, 깊숙이 땅을 파는 삽처럼 온갖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상황은 인터넷 검색이나 빨래하는 세제처럼 일상적이기도 하고, 밝은 등불 아래 드러난 잘못을 떠올리는 것처럼 관념적이기도 하고, 배를 타고 도망가는 상황처럼 특별하기도 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어요》의 상상력은 연상과 비유와 관념이 여러 갈래로 뻗어가는 특별한 상상력이다.

하나, 모든 걱정과 고민을 한번에 날려버린 엄마는 정말 멋지다.

 

생활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그림책은 모든 이야기를 갖가지 연상과 비유를 넘나들며, 절제된 선과 색으로 온갖 상황을 창조해내는 단순한 그림책으로 번째 , 번째 권으로 이어진다.

 

 

마음의 집, 2010 (지은이: 김희경)

출판사 소개:

어른의 시선을 그림책의 세계로 끌어들이다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가지 질문을 통해 독자에게 철학적 성찰을 던지는 그림책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자신과 세계를 구별하는 아직 서투르고 자기중심성이 강한 아이에게는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위로를, 마음 깊은 곳의 소리를 잊고 살던 어른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돌아보는 정화의 과정을 선물한다. 그간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그림책이 장르의 벽을 깨고 미술과 영상 등의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모두가 함께 즐길 있는 매체로 변화하고 있다. 『마음의 집』 역시마술 같은 신비로움이 있는 그림책” “어른인 또한 그림과 글을 번갈아 보며 여러 가지 곱씹어보게 만든 ” “사람들의 마음을 집에 비유해 감정과 사고를 담아낸 멋진 철학책”(yes24 리뷰) 등의 평가를 받으며 성인과 부모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책은 그림책에 숨은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독자의 시선을 통해 확장되는 그림의 의미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담고자 했다. 책장을 펼치고 넘길 일어나는 효과를 이용해 그림이 살아 움직이도록 그린 것이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면서 그림을 보면, 할머니가 아기에게 입을 맞추고,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고, 따뜻한 손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가 끝나고 뒷장을 펼치면, 자신의 얼굴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은색 종이 위에 비치며 'MAUM'이라는 글자가 완성된다. 마치 자신의 마음 , 마음의 집을 들여다보라는 것처럼. 이렇게 작품은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독자의 손길과 눈길에 따라 변화하고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마음의 집』 내용 소개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직은 낯선 어린이들에게이라는 친숙한 공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가지 질문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선물한다. 모양이 가지각색이듯, 마음의 집도 주인에 따라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어떤 마음의 집은 문이 닫혀 있어 아무도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마음의 계단은 어떤 날은 10계단이었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100계단, 1000계단이 되기도 한다. 마음의 창밖으로 하루종일 비만 내리는 날도 있다. 괴롭고 힘들어 마음의 집이 보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고 격려한다. ‘ 세상에는 다른 마음들이 아주 많고, 마음들이 너를 도와줄거라고. 다양한 질감의 종이와 천을 이용한 꼴라주로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이 철학적이고 서정적인 텍스트와 조화를 이루어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을 그림책이다. 

 

시간의 네 방향, 2010

출판사 소개:

작품의 무대는 유럽의 동쪽 어느 강가에 세워진 중세 도시입니다. 도시 한가운데 시계판 개가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는 시계탑이 있고, 시계탑을 바라보는 동서남북의 집이 있지요.

 

이야기는 1500년부터 시작하여 2000년까지, 년마다 번씩 같은 시각에 집들에서 각각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여섯 세기에 걸친 24장면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담겨 있는 시간과 공간이 방대한 만큼, 작품을 읽어 나가는 데에는 퍼즐을 맞출 때처럼 세심한 주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면 장면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집과 집을 오가고 100 전과 100 후를 넘나들다 보면, 어느새 커다란 퍼즐이 조각 조각 맞춰지면서 작가가 그려 놓은 커다란 그림이 윤곽을 드러내는 것을 목격하는 즐거움을 맛볼 있지요.

 

가령, 우리는 1500년의 동쪽 부엌에서 보았던 물고기와 똑같은 물고기가 1600년의 그곳에서 조리를 위해 도막나 있고, 2000년의 그곳에서는 식구들의 저녁식사가 되어 가시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할 있습니다. 순환과 반복을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가 그려놓은 시간의 얼굴을 만날 있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2000년에 도시를 방문한 외국인 쌍이 길에서 주운 열쇠가 1800년에 북쪽 거실에서 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잃어버린 설탕 함의 열쇠였다는 것을 알아챌 있으며, 1700 남쪽 공방의 시계 기술자가 만든 시계가 1800년의 북쪽 거실 벽에 걸려 있는 것도 찾아낼 있습니다. 어제의 시간이 오늘의 원인이 되고 오늘의 시간이 내일 결과로 나타나며, 나의 시간이 너의 시간과 별개가 아니고, 그들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또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를 거기서 들을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곰곰 생각하면서 꼼꼼히 들여다보는 그림책, 그러면서 작가가 슬쩍슬쩍 숨겨 놓은 실마리들을 발견하고 거기 담긴 의미들을 찾아내는 그림책, 되풀이하여 책장을 넘기면서 전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그림책, 그리하여 종내는시간이라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묘연한 실체의 얼굴들을 마주하게 되는 매력적인 그림책이 바로 <시간의 방향>입니다.

 

 

안녕, 유럽!, 2011

출판사 소개:

지루하고 평면적인 백과사전 지도책은 이제 그만.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인문 지리 그림책 《안녕 유럽》

책장을 열자마자 선명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한번에 시선을 잡아끄는 《안녕 유럽》은, 유럽 대륙의 나라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심상을 알차게 담은 그림책이다. 그리스부터 헝가리까지, 서른아홉 나라의 이야기가 가나다순으로 펼쳐진다. 《안녕 유럽》은 나라에 대한 정확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충실히 담고 있다. 하지만 책이 연결 고리가 없는 단순한 지식을 줄줄이 늘어놓은 백과사전 지도책과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나라 사람들의 삶과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촘촘히 엮어 그림이다. 작가가 그만의 장기를 살려 완성한 각각의 시각적 자료들이 놀라우리만치 풍성하고 아름답다.

 

 

여러 가지 조각 천으로 커다란 보자기, 유럽!

폴란드 출신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생각하는 ABC, 《발가락》 같은 그림책으로 우리 독자들과도 친숙한 작가이다. 《안녕 유럽》의 독특한 콜라주는 유럽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 풍부한 배경 지식이 바탕이 되어 탄생할 있었다. 유럽 대륙의 나라들은 서로 닮은 구석도 있고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다. 작가는 이렇게 다양하고 조화로운 모습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속을 없는 커다란 장난감 상자를 앞에 두었을 때의 설렘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다.

 

 

2010년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교양, 다문화주의

글로벌 시대라는 말이 이상 구호가 아닌 자체로 다가오는 때다. 빠르고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은 이미 바다 너머 무한히 뻗어 나가고 있다. 《안녕 유럽》은 무엇보다 세계 시민으로 자라는 지금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인식의 틀을 제공한다. 기존 영미권 국가, 서유럽 국가의 자민족중심주의적인 시각으로 쓰인 책이 없는 일이다. 《안녕 유럽》은 다원주의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 제각각 다른 것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유일한 그림책이 것이다.

 

여자아이의 왕국, 2011

출판사 소개:

초경을 시작한 여자아이의 마음을 섬세한 글과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월경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여성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내, 여성성의 소중함과 긍정적 의미를 전해준다. 주제를 지나치게 부각시키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글과 완성도 높은 그림은 예술적 감동까지 함께 전하고 있다.

 

오래된 벽지를 잘라 그림의 바탕으로 삼고 위에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레이스, 조각 , 옛날 사진 등을 붙여 그림을 완성했다. 여성의 모습을 재현한 사진과 오래 오브제들은, 할머니에서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여성의 삶을 의미한다. 새와 , 나비 벽지의 무늬도 섬세하게 활용해, 생명의 아름다움과 여성의 특별함을 표현해냈다.

 

또한, 월경 기간 여자아이 몸과 마음의 나타나는변화 동화 공주 겪는고난으로 표현하고 있다. 배가 아프고 졸리고 쉽게 피곤해지는 몸의 변화는백설 공주잠자는 숲속의 공주’, 예민하고 우울해지는 마음의 변화는눈의 여왕’ ‘완두콩 공주’ ‘개구리 왕자등을 등장시켜 풀어냈다.

 

학교 가는 길, 2011

출판사 소개: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선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나서.

아침 산책 다녀오는 이웃집 아저씨를 만나고, 치과를 지나고, 꽃집을 지나고, 가구점을 지난다. 발짝 발짝마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만 엄마 말씀이 생각난다. 건널 때는 조심하고,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 상상에 너무 깊숙이 빠지지 말고 등등……. , 이러다가 지각하겠다, 꾸중 듣기 전에 얼른 교실에 들어가야지…….

하굣길에는 다른 길로 온다. 집으로 돌아오면 모두들 나를 반기지만, 가장 좋아하는 동생!

 

발자국 발자국 걸을 때마다, 발자국은 이웃집 강아지가 되고, 공원의 오리가 되고, 폐차장의 자동차가 되고, 거리의 신호등이 되고…… 일상적인 풍경과 마음속 공상이 뒤섞이며 자꾸자꾸 변한다.

발자국 닿는 대로 펼쳐지는 상상 그림은 언뜻 단순한 듯하지만 안에서는 온갖 상황이 변화무쌍하다. 아침 산책 다녀오는 옆집 아저씨도 나오고, 용을 무찌르는 용감한 기사도 나오고, 귀여운 동생도 나온다. 한눈팔다가는 머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경고도 있고, 도처에 도사린 무시무시한 위험도 있고, 달콤한 사탕으로 유혹을 하는 낯선 사람도 있다. 평소 신호등 앞에서 엄마 말씀을 떠올리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고, 손가락 지문을 통해 경찰서를 떠올리는 것처럼 생각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되기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를 반겨 주는 가족처럼 따뜻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모든 상황이 절제된 선과 색으로 갖가지 연상과 비유를 넘나들며 경쾌하게 펼쳐진다.

뭔가 재밌는 놀이기구가 없으면 어떻게 놀지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구 없이도, 걸으면서 그저 주변을 둘러보면서 떠오르는 상상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스쳐 지나가는 간판이나 길가의 포기로도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창조해 있음에 신선한 자극을 받은 아이들은 나만의 특별한 상상의 세계를 쌓아나갈 것이다.

 

《학교 가는 길》의 발짝 발짝 발자국은 바로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마음이다. 이제 세상 속으로 걸음 내딛는 아이들에게 발자국은 어디든지 가라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나아가 씩씩하게 희망의 미래를 묻는다. 동생은 언제 걸음을 뗄까?

등굣길에는 길로, 하굣길에는 길로, 오늘 하루 발이 어디를 다녔나,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레 나를 둘러싼 주변과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러면서 세상을 향해 걸음 나아가게 된다. 그래서 《학교 가는 길》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생각연필, 2011

출판사 소개:

《문제가 생겼어요》, 《학교 가는 길》에 이은 상상그림책 시리즈 번째.

그림책 《생각》으로생각 대한 진지하고도 발랄한 상상력을 선보인 작가가 나아가 이번에는 머릿속의좋은 생각 대한 깊은 관찰로 특별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전작의 다리미 자국, 발자국에 이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곁에 있는연필 소재로 우리가 어떤 일을 먼저 어떻게 할까 이리저리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재치 있게 담아냈다.

제목생각연필생각 모든 일의 실마리가 되는좋은 생각 가리키는 것으로, 구상, 착상, 아이디어와 같은 말이다. 바로 《생각연필》은 우리 생활에서 잠시도 없는 모든 창작 활동에 대한 원천적인 고민, 좋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오를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특별한 그림책이다. 상상력과 창의력과 집중력과 모두를 망라한 좋은 생각에 대한 예리한 통찰에아하!’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즐겁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정신의 키가 뼘쯤은 자라 있을 것이다.

 

종이를 앞에 두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를 기다려요.

좋은 생각은 하늘 높이 구름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까요?

 

좋은 생각이 풀려나오는 연필은, 날아다니는 새에서 살그머니 다가오는 여우가 되고 머릿속에 적중하는 화살이 되고 곳을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되고…… 자꾸자꾸 변한다.

마법사 아저씨도 나오고 누군가 책도 나오고 수평선에 있는 배도 나온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숙제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어떤 일을 , 바로 머릿속의 좋은 생각이 어떻게 떠오르고 어떻게 것이 되는지를 무한한 함의를 담은 그래픽과 간결한 글로 펼쳐 보인다.

 

바다 위의 배처럼 멀리서 오기도 하고, 약속 시간처럼 금세 오기도 하고, 찻잎을 넣은 찻잔처럼 차분하게 기다려야 하기도 하는좋은 생각’. 선생님은 어디서나 찾을 있으니 마음을 다해 열심히 찾으라고 하시지만…….

섬광처럼 떠오르고 어느 순간 스르르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 아이디어의 속성을 이보다 표현할 있을까?

좋은 생각은 갑자기 튀어나오지만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서 나왔지만, 다음에 같은 생각을 하려고 쉽지 않은 보면 마음대로 있는 것도 아니다. ‘방금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데…….’라는 식의 기억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게다가 열심히 찾기만 하면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과는 달리, 노력해서 떠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꽃에 물을 주며 열심히 가꾸지만 그냥 참을성 있게 꽃이 피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번개처럼 번쩍 떠오르지만, 어떤 때는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생각.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오기도 하고, 가끔은 물구나무를 서는 것처럼 우리가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거꾸로 뒤집을 수도 있는 생각, 우리 안에서 나왔지만, 우리 맘대로 없는 역설.

그러니 우리는 그냥 생각-아이디어들이 우리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고 펼쳐질 있도록 가꿔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길들일 있는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된다.

 

《생각연필》은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창작 경험이 그대로 담긴 그림책이다. ‘언제나, 책을 만들며 다음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멋대로 오는 생각을 기다려요.’라는 이보나의 말처럼 매일 작업을 하는 작가도 하늘에서 좋은 생각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나만의 특별한 생각, 생각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챙기게 하는 《생각연필》그림책은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특별한 경험이 것이다. 

 

우리딸은 어디에 있을까?, 2011

출판사 소개: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통합하여 성장을 돕는다

여기, 아이가 있다.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처럼 숨는 좋아하는.

그럴 찾기가 쉽지 않다. 옷장 뒤에 새처럼 숨어 있는가 했는데, 옷장 뒤에 숨어 있는 사실은 물개이다. 침대 뒤에 숨은 토끼인 알았는데,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알고 보면 악어이다.

아이는 새처럼 즐거워하다가 물개처럼 슬퍼하고, 토끼처럼 얌전하다가 악어처럼 거칠다. 물고기처럼 조용하다가 수탉처럼 시끄럽기도 하고, 사자처럼 으르렁거리지만 아기 양처럼 순하기도 하다. 뱀처럼 자신을 지킬 있지만 아기 새처럼 연약하기도 하다.

 

아이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여러 가지 상반된 감정과 행동을 펼친다.

아이의 감정과 행동에 따라 모습은 돌고래에서 늑대로, 마음은 친절했다가 사납게 바뀌어 버린다.

형태는 그대로인데 어떻게 같은 동물이 바로 뒷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동물로 바뀔 있을까? 과연 다음에는 어떤 동물이 나올까?

낡은 듯한 천에 정교하게 계산된 바느질은 서로 다른 동물을 같은 동물인 , 하나인 둘인 겹치며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게 펼쳐 보인다.

 

아무리 작은 아이라도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는 엄청난 힘이 터져 나온다. 늑대처럼.

친절하고 다정한 돌고래도 아이의 모습이고, 사나워 다가가기 어려운 늑대도 아이의 모습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앞에서는 돌고래이지만 바로 뒤에서는 늑대인 점이 그냥 자연스럽다. 감정이나 표정이 180 변하는 것은 아이들의 일상에서는 그냥 익숙한 일이니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조차도 포근해서 안기고 싶은 느낌과 길들여지지 않은 사나운 맹수의 의미를 갖고 있는 동물인형 아닌가!

호기심 어린 눈을 빛내며 책장을 넘기는 동안, 아이들은 저절로 동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대입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동물이 상징하는 특정한 모습을 생각하면서, 이면에 담긴 감정의 실체에 다가간다.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인간의 본성에도 어렴풋이 접근하게 된다. 실로 엄청난 자아발견,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감정, 양면성은 어린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그렇다면 어른도 마찬가지다. 다만 어느 정도 조절되고 있을 .

결국 아이들은 자신의 복합적이고 양면적인 감정들을 이해하고 마음속에서 충돌하는 감정들을 받아들이며 긍정하고 통합하는 자아로 성숙할 있는 단초를 마련할 있을 것이다.

 

겉모습이 다르다고 본성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장면에 아이는 휠체어에 앉아 있다.

하지만 앞에서부터 흐름을 따라온 독자라면 그게 ? 뭐가 특별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여러 모습은 다리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와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연스러우니까.

장애를 가진 어린이도 부모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그냥 어린이라는 , 완전한 가치를 가진 인간이라는 , 그래서 다른 모든 인간들처럼 여러 가지 극단적인 감정을 가지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복잡한 성격을 가질 있다는 점을 특별히 웅변하지 않아도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가 장애를 인식하는 태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조금불편 것으로 여기거나, 다른 장점이 있다고 여기거나. 책은 그저 자연스럽게 장애를 거부하지도 않고 외면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세상은 반드시 나와 같아야만 행복할 있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아니다. 아이 역시 책을 읽는 아이들과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바로 책을 읽는 아이들과 똑같이 부모님의 전부이다. 몸이 불편하건 아니건 누구나 인간 본성은 같다는, 아이들의 인간 이해의 폭은 한없이 넓어질 것이다.

 

읽는 아이들마다 자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한 복합적인 텍스트

아이는 숨기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아이가 자기 안으로 침잠한다는 것인지, 내성적이라는 것인지, 수줍어한다는 것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아이는 단지 유리창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낼 비밀스럽게 남는다.

아이의 상징은 달팽이이다. 달팽이는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안내자 역할을 하면서 뒤표지에도 여러 헝겊들을 모아서 바느질한 모습으로 나온다.

쿠션 속의 아이 모습 역시 상징적이다. 아이가 걸을 있던 때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후에 걸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다만 쿠션은 껴안을 수도 있고, 베고 자며 꿈을 수도 있는 물건이라는 사실에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짐작해 .

작가는 책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아이들이 읽고 읽으면서 저마다 그때마다 다르게 다양하게 읽힐 있도록 구성하였다. 느낌에 정답이 없듯이,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느낌으로 책의 여운과 메시지를 간직할 있을 것이다.

 

조용했던 동물이 시끄러운 동물로 바뀌는 모든 비밀이 얇은 종이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신기한가?

커튼, 베갯잇, 손수건, 잠옷 누군가가 어디선가 썼던, 우리가 없는 과거와 우리가 없는 주인에게 속했던 옷들이 바느질을 통해서 하나의 그림이 되고, 글과 합쳐져 책이라는 새로운 물질로 탄생한 것은 생각해 보면 놀라운 경험이다.

다양한 기운을 간직한 모든 것들을 손바느질로 하나로 엮어 냈듯, 책을 읽는 어린이 역시 인간 본성에 내재한 여러 속성을 융합하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블룸카의 일기, 2012

출판사 소개:

폴란드 작가가 그려낸 폴란드 교육자 야누시 코르착,

그리고 그의 아름답고 민주적인 학교 이야기

 

그림책 속의 여자아이, 블룸카의 일기장에 등장하는 코르착 선생님은 야누시 코르착이며, 열두 명의 아이들은 실제로 고아원에 몸담았던 200여명의 아이들을 대표합니다. 작가는 남아 있는 여러 자료와 코르착의 일기를 바탕으로 하여 이야기를 구성해냈습니다. 여기 나오는 열두 가운데는 실재했던 인물도 있고 작가가 지어낸 인물도 있습니다만, 코르착에 관한 모두 실재합니다.

그림책은 블룸카의 말을 빌어 열두 명의 아이들을 소개하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여기엔 그들이 함께 공유했던 따뜻한 일상의 풍경이 존재합니다. 일한 돈을 모아 두었다가 은빛 물고기를 살려 주는 지그문트, 어두운 밤을 이야기로 환히 밝히던 레기나, 귓속에 완두콩을 넣어 길렀던 폴라, 개미집을 들쑤신 죄로 어린이 법정에 서야 했던 하이멕, 무릎이 해지면 기워 주던 꼬마 재단사 아론, 한쪽 다리가 짧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이던 스타시엑…… 그리고 아무리 시끄럽고 정신없게 굴어도 아이들한테 그런 못하게 하는 심장한테 뛰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며 말리지 않은 코르착 선생님.

그림책 아이들은 권리를 가진 만큼 책임을 하며, 잘못한 일이 있으면 어린이 법정에 서서 잘잘못을 가립니다. 동안 벌어진 일을 어린이 신문에 기록하고 서로간의 사랑과 존중이 무엇인지 차츰차츰 배워 갑니다. 실제로 코르착이 지은 고아원에는 아이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어린이 법정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판사가 되고 선생은 법정 서기를 맡아서, 누구라도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괴롭힌 사람을 법정에 세울 있었습니다. 선생이든 아이든 법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했고, 코르착도 여러 법정에 섰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주어진 상황을 깨닫고, 체험하고, 결론을 있다는, 어른들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블룸카의 일기장은 전쟁의 시작에서 막을 내립니다. 함께 일구어 가던 작은 학교도, 아이들과 선생님도 모두 전쟁의 포화 속으로 사라집니다. 1942 유대인이었던 코르착과 아이들, 선생들은 독일의 강제 수용소로 떠나는 기차를 타러 기차역까지 무언의 행진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미 여러 저술과 교육 활동으로 세상에 알려진 그였기에, 여러 사람이 그만큼은 빼내려고 애썼지만, 모든 도움의 손길을 제지하고 코르착은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동안 아이들로부터 얻은 존중과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오늘날에도 되새길어린이의 인권

참다운 사랑과 존중의 방식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주인으로서의 의무는 강요하지만, 오늘의 주인으로서 누릴 권리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_야누시 코르착

국제연합은 1979년에 코르착의 사상이 깃든 글을 토대로 하여 어린이 인권 협정의 기초를 만들고, 해를어린이의 이자야누시 코르착의 명명합니다. 1989년에는 어린이 인권 협정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그전까지 법적 강제성을 띠지 않고 선언에 그쳤던 어린이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가 죽고나서 몇십 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한 일이었지요.

오늘에 이르러어린이의 인권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해 가는 교육과 방식은 여전히 미흡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실수할 있는 존재임을 분명히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선택과 판단과 권리를 존중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자칫 존중은 하되 실수는 용납치 않겠다는 매서운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코르착이 실천했던 사랑과 존중의 방식이 더더욱 빛나는 것일 겁니다.

 

그림책에서 작가는 아이들 하나하나에 얼굴을 부여합니다. 단단한 화강암에 눌러 새기듯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시금 되새기고, 하나의 존재로 거듭난 아이들을 통해서 이들이 어떻게, 얼마나 사랑받고 존중받았는지를 세심한 일상의 언어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그림책은 깊은 여운을 남기면서도 명랑하고 즐겁고 행복한 아이들의 한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사랑과 존중이 가득한 이들의 학교를 보면서 독자들은 나에 대해서, 혹은 아이에 대해서, 교육과 우리의 학교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것입니다. 

 

눈, 2012

출판사 소개:

' 있다' 것의 의미를 생각하는 이야기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그림책

 

우리는 ' 있다'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대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보이'니까. 그래서 ' 없다'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 책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또한 시각 장애인 친구의 집에 초대받기 전까지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작가는 시각 장애인 친구가 안에서 새빨간 매니큐어를 바르고서,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비장애인과 하나 다른 점은 불을 켜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작가는 있는 사람은 어두우면 아무것도 없지만, 오히려 없는 사람은 불을 켜지 않고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을 보고 '장애' 기준에 대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본다' 것과 ' 없다' 것이 우리가 살아 가는 데에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의 결과를 책에 담아 독자에게 들려준다.

 

누구에게나 '' 선물이라는 깨달음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특별한 경험

 

<> 철학적 시각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깊이 있는 사색을 시와 같이 압축적이고 간결한 글로 담아냈다. 길게 설명하지 않는 대신 비유와 상징이 풍부한 그림과 연결 지어, 어떤 연령의 독자든 다양한 깊이로 해석하며 즐길 있다. 책에서 '' 우리가 받은 소중한 선물(8)이며, 우리를 기쁘게 하는 (9)과도 같고, 세상이라는 (13) 있도록 도와주는 열쇠(12)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없는 채로 산다는 것은 그물망 없는 라켓으로 공을 받으려는 (24)이나, 물속에 잠긴 구명 튜브를 붙잡으려는 (24) 같을까? 누구나 처음 시각 장애에 대해 생각할 때는 그렇게 암담한 느낌일지 모른다. 하지만 책은 ''이라는 뜻의 점자(37) 보여 주며 없는 사람은 다른 선물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 있는 사람과 똑같은 일을 있다. 구슬을 실에 꿰는 것과 같은 섬세하고 어려운 (52-53) 있을 뿐만 아니라, 수세기나 연산(60-61) 배울 있고, 지구의 역사나 행성의 움직임(64-65) 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세계를 깨달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다는 것을 행복해할 수도 있다. 책은 시각의 소중함을 역설하면서 동시에 다른 감각들도 일깨운다. 다른 감각들 덕분에 없어도 혀로 맛보고,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생각을 말하면서 많은 일들을 있다. 책은 우리가 ' 있다' 것만으로도 크나큰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 없다' 해서 삶의 축복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삶과 생명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전한다.

 

시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보는 독특한 형식의 그림책

 

책에는 개의 구멍이 뚫린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구멍들을 통해 보이는 그림이 마치 눈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기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이렇게 책의 구조를 활용한 반전은 '' '본다' 것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책장 장을 넘기는 것과 같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간명하고 영리하게 전하고 있기도 하다. 시각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읽고 생각할 있도록 단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고려하여 사용하였고, 전체 시각 장애인의 이상을 차지하는 약시인 사람도 읽을 있도록 글자 크기를 키웠다. 책에 같은 그림이 차례 반복되어 나오는 것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느낄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독자는 처음에는 눈으로만 책을 보지만, 책을 읽을수록 눈을 감아야 생생하게 느낄 있는 쿠키의 , 커피와 꽃의 향기, 선인장이나 털장갑의 감촉, 어린 새들이 우는 소리 같은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 그림책은 시각 장애가 있는 독자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장애가 없는 독자에게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경계하게 한다. 장애뿐만 아니라 나이와 성별, 지역을 초월하여 책을 통해 누구나 삶의 기쁨과 감동을 느낄 있길 바란다.

 

네 개의 그릇, 2013

출판사 소개: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은 《네 개의 그릇》.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상상할 있어요.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쓸모가 있지요. 보통 그릇 개도요.

《네 개의 그릇》 처음에 나오는 글은, 우리가 읽는 대한 내용이다. ‘ 작가가 수도 있고, 그려 수도 있고, 상상해 수도 있는데,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책을 만들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을 보든, 무엇을 생각해 내든, 무엇을 손에 잡든 간에, 모든 , 어떤 것이라도 책의 소재가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책의보통 그릇 훌륭한 책의 소재이다. ‘상상그림책시리즈로 가지 모양이 연출하는 감각적인 이야기를 꾸준하게 풀어온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이번에는 개의 그릇으로책의 세계 변주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우리가 사는세상 우리와 같이 사는다른 사람들 대해 함축적인 문장과 상징이 풍부한 그림으로.

 

장을 넘기면, 누런 포장지를 동그랗게 오리고, 다시 반으로 자른 반원 모양의 그릇 개가 있다. 이제 개의 그릇이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따라가 보자. 장면을 분석하고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은 필요 없다. 그저다음엔 무슨 내용일까?’ 기대하는 호기심과 제한을 두지 않는 상상력만 있으면 된다. 비록 종이 그릇이지만 안에서는 이런 보통 그릇도 얼마든지 데가 있다. 이야기 속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질지도 모르니까. 느닷없이 해가 쨍쨍 빛날지도 모르고. 일상을 벗어난 여행 이야기에도 필요하고, 한밤중에 일어나는 이야기에도 필요하고, 이상한 나라에서도 필요하다. 계산하는 배우는 데도 쓸모 있고, 알파벳이나 다른 것을 배우는 데도 쓸모가 있다.

그때마다 개의 그릇은 따로 또는 합쳐져서 비를 피하는 우산으로, 해를 가려주는 선글라스로, 다시 무거운 역기로, 팔랑팔랑 바람개비로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개의 그릇으로는 아이들이 나오는 재미있는 책을 만들 수도 있고, 어른들이 나오는 슬픈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슬픈 책도 만들 있다. , 다음 장면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너무 적게 가지고 있다는, 세상의 불평등에 대한 내용이다. 개의 그릇으로 보여 주는 세상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라……. 어른들은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할까? 장면의 표지판은 비어 있을까? 어른들에 의한 의미 없는 전쟁이 의도하는 결과일까?

개의 그릇 놀이로 재미있게 즐길 수도 있지만, 정말로 말하기 힘든 일들, 그러니까 전쟁이나 굶주림에 대해 말할 수도 있다는 사실, 보통 그릇 개가 쓰이는 평범한 책이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환기시킬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즐거운 상상에서 깊이 있는 사색으로 나아가게 하는 , 상상력의 동원이 바로 그림책이 가진 힘이다. 비록 사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곰곰이 생각해 있게 만드는, 책의 힘이다.

《네 개의 그릇》에 대해 이보나는 이렇게 말한다. “ 개의 그릇에 대한 책은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저는 언젠가 책들이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고, 책을 만드는 우리는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그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무척 좋아해서 가는 데마다 원고를 보여 주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책은 독자들에게 작가 이보나의 작업 방식의 부분을 보여 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니까작가는 책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호기심 어린 독자들에게 주는 친절한 대답인 셈이다. 그릇의 용도와 장면을 고민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면은 작가의 생각이 어떻게 뻗어 가는지, 사유의 일단락을 조금이나마, 하지만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보여 준다. 이보나 중의 많은 책이 이처럼 가지 모양이 다르게 쓰이는 과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오래된 종이로 오려 개의 반원이 자꾸 바뀌며 예상치 않은 서사를 꾸려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그런 작업을 하면서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아이들 역시, 어떤 특별한 주제로만 책을 만들 있는 것이 아니라는 책의 주제가 가지는일상성 주목하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소재로특별한내용을 담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장면은 특별히 감각적이다. 비가 내리는 장면에서 사선의 빗줄기는 오래된 책의 본문 종이로 만든 것이다. 당연히 빗줄기에는 본문에 쓰인 글이 그대로 살아 있다. 세상에 대한 물음표 역시 속의 종이에 써진 물음표를 자른 그대로다.

개의 그릇이 세상의 다양한 책을 연출하는 모든 상황을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아무도 빌려 보지 않는, 버리는 책들의 종이를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절묘한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종이를 활용하여 들려주는 연출은 얼마나 참신한가!

누렇게 바랜 종이, 원래의 색을 잃은 종이, 찢어지고 해어진 종이들은 《네 개의 그릇》 안에서 모아지고 붙여지고 나눠지면서 다시 살아났다. 종이들은 시간의 켜를 간직한 시간만큼의 많은 사람의 손길을 간직한 , 단순한 붓질로는 없는 오묘한 색을 빛내며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 내고 있다. 줄의 시와 같은 문장,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단순함의 매력을 모두 갖춘 《네 개의 그릇》은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독자를 사로잡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작은 발견, 2015

출판사 소개:

여러 의미로 확장되는작은 발견

작품의 두드러지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의인화한이들이라고 지칭하며 능동적인 주체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장면에서 종이 실패를 몸통으로 삼은 , 얼굴과 팔다리를 붙여 생명력을 부여받는이들 만날 있습니다. ‘이들 몸통의 실을 풀어 가면서 주체적으로 일을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필요한 바로 순간 그곳에 나타나서 마땅히 해야 일을 합니다. 보편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은꿰매고 달고 잇는 이겠지요. 이런 역할부터 시작해서 운동화 끈도 되고, 선물을 포장하는 끈도 되고, 그넷줄, 낚싯줄도 되지요. 『작은 발견』에서 작가가 실의 쓸모를 다양하게 찾아낸 것처럼 독자들도 사물을 찬찬히 관찰할 있을 것입니다. 종이, 연필, 지우개, 가위, 그릇, , 가방 등등. 작가가 통해 찾아낸작은 발견 주변을 관찰하며 이어나갈 있겠지요.

이야기 중반부터는이들의 사람의 비유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있습니다. ‘풀어내다’ ‘풀려 나가다 같은 서술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사람의 의미를 확장할 있는 것이지요. ‘이들 견주며 개별 경험을 서사에 투영하게 됩니다. 같은 일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황에 따라 일의 성격은 달라집니다. 낚시꾼에게 낚싯줄은 물고기를 낚는 줄이지만, 물고기에게 낚싯줄은 생명을 앗아가는 줄이지요. 궂은일도 해야 하고, 참으면서 뭔가를 해야 때도 있지요.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타인을 위해 해야 하는일의 소명 언급할 때에는일의 본질 대한 탐구까지도 이어집니다.

생각의 실마리들은 서사 구조에서만 찾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는 그림 요소에서도 생각의 퍼즐들을 뿌려놓았습니다. 표지에서 실뜨기 위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은, 본문에서는 그네에 앉아 있습니다. ‘이들 우리가 알아차리든 그렇지 못하든, 같은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같지요. ‘이들 이렇게 충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증거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있습니다. ‘이들 빗자루를 벽에 거는 고리로도 쓰이고, 소의 목에 방울을 때에도 쓰입니다. 장식을 , 볏짚을 묶을 ,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를 때도 찾을 있습니다. 굵고 튼튼한이들 울타리로도 쓰일 있고, 해먹이 수도 있습니다. 그림에서 일상의 모습을 무심하게 늘어놓은 같은데, 찾아보면이들 이곳저곳에 있음을 있습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어느 공간에서도이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저 소품이었던 , 배경으로 존재했던 것도,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필요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같습니다.

 

그림책은 이제 나이의 경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예술성 높은 단독 장르로 인식되고 있지요. 『작은 발견』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부합하는 그림책입니다. 작품 자체보다, 독서 행위를 하는 독자의 개별 경험이 중요해지는 주체적 독서를 지향하지요. 독자의 수용 범위를 존중하며, 작품을 다양하게 확장해 보라고 자극하는, 독자로 인해 완성되는 그림책입니다.

 

주머니&nbsp; 속에 뭐가&nbsp; 있을까, 2015

출판사 소개:

주머니 속에 천진한 동심을 담다

주머니 밖으로 살짝 드러난 모양을 보고 주머니 속에 무엇이 있을지 맞춰 보는 수수께끼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토끼의 귀처럼 뾰족하게 솟은 모양을 보고 무엇을 떠올릴 있을까요? 곰곰 생각해 보아도 개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틀에 박힌 생각을 깨기 위해서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필요할지 모릅니다. 작가는 자신의 조국인 폴란드나 창작의 조국이라고 밝힌 한국 아이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줍니다. 국적이나 민족은 다르지만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사물을 쓸모로 인지하기 전에 감성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입니다. 실제로 돌멩이, 씨앗, 이파리, 작은 장난감 따위를 주머니에 넣고 보물처럼 지니곤 하지요. 그런 아이의 마음으로 주머니 속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 보면, 수수께끼는 더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갈래로 뾰족하게 솟은 모양은 토끼의 귀도 되고, 노래하는 새의 부리도 되고, 조롱조롱 꽃이 달린 이파리가 되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렇게 여러 가지 대상을 보여 주면서도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습니다. 책장을 넘긴 독자에게 정답을 외칠 기회를 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대상을 이름으로 인지하기 전에 감성적으로 느껴 보라는 것은 아닐까요?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슬픔, 즐거움, 무서움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또한 여름이나 겨울과 같은 특정한 계절을 떠오르게 하지요. 때로는 맛있는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기억에 남는 특징이 되기도 합니다. 대상은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특별한 추억과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서로 다른 감성을 자극할 있는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모양으로 시작된 물음은 다양한 대상으로 변주되고, 각각의 대상은 수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드러냅니다. 단순한 것으로부터 무궁한 이야기를 파생시키는 작가의 상상력은 끝이 없어 보입니다.

끝없는 작가의 상상력은 야무진 손끝에서 완성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할머니의 손맛 같은 느낌이 전해져서, 편안하고 따뜻합니다. 물방울무늬, 줄무늬, 꽃무늬, 체크무늬가 있는 오래된 천을 바느질해 작은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정겨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단순한 자수로 표현했습니다. 색을 많이 쓰지도 않고 바늘땀이 촘촘하지 않은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작가는 소박한 바느질 작업을 통해서 일상적인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단순한 것이 얼마나 품위 있는지 보여 주는 듯합니다. 또한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고, 천진한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 담백하게 드러내는 삶의 재미와 멋이 있다고, 은근히 알려주는 듯합니다.

 

나만의 상상 놀이를 보자

그림책을 보고 , 재미난 상상 놀이를 이어갈 있도록 워크북 『내 주머니 책』을 준비했습니다. 주머니 밖으로 살짝 드러난 다양한 모양을 보면서, 주머니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상상해 그려 보는 것이지요. 그림을 그린 뒤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과 놀이를 보면, ‘아이들은 모두 예술가다라는 피카소의 말에 공감하게 것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자신에게 얼마나 예술가의 자질이 남아 있는지 알아볼 있는 시간이 것입니다.

 

인어의 노래, 2015 (글: 황선미)

출판사 소개:

황선미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한국과 폴란드.

세계적인 작가의 만남이 빚어 하나의 이야기

 

바로 같은 시간, 지구 저편에는 다른 여자아이가 이야기들을 읽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작가가 황선미 선생님이에요. 그렇게 어른이 되어 만나게 여자아이가,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읽으며 모두 속에서 만나게 것입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옛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2004년부터 한국에서 그림책을 출간하며 ‘BIB 황금사과상(『생각하는 ABC)’, ‘볼로냐 라가치 (『마음의 집』, 『눈』)’, ‘독일청소년문학상 그림책 아너(『블룸카의 일기』)’ 다수의 그림책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아동부터 성인까지, 연령의 경계 없이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황선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는 책에서이야기라는 단단한 연결고리로 만난다. 많은 것이 부족했던 1960년대를 따로 똑같이 경험하고, 옛이야기를 통해 치유와 위로를 받았던 작가의 공통된 기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국내엔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인어의 노래』에 실린 옛이야기들은 폴란드에서는 누구나 들어 보았을 이야기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여기 나오는 민담들을 어린 시절 읽었고, 안에서지혜와 인생의 진실 배웠다. 그리고 1960년대 폴란드 사회주의 시절 작가가 실제로 살았던 작고 소박했던 아파트 , 거기서 책을 읽던 소녀를 그림으로 재현해 냈다. 소녀는 지금은 작가가 되었지만 각자의 방에서 책을 읽던 어린 시절의 황선미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이자, 책을 읽게 독자들의 모습인 셈이다.

『인어의 노래』를 펼치면 면지에서 막이 펼쳐지고, 오리 마리가 책을 끄집어내고, 소녀가 책을 읽기 시작한다. 이야기 꼭지마다 읽는 소녀가 등장하고 이야기 인물들이 무대에 등장해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독립된 그림이면서 동시에 전체를 관통하는 그림 화법은 독자들을 하나의 독창적인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 시작을 없는 오랜 세월 사람들로부터,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온 것이 민담이듯 작가는 다시금 독자들에게 새롭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귀와 마음에 소곤소곤 들려준다.

 

옛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사람과 삶을 읽는다

살아가야 삶에 대한 용기와 지혜, 그리고 매혹적인 이야기들

 

바라고 바라던 인생의 행운을 얻었지만 행운을 타인과 나눌 없다면?(「고사리 꽃」), 삶을 다해 일해도 적은 돈을 받고 살던 구두 수선공이 엄청난 부를 얻을 기회를 만나지만 돈을 오직 자신만을 위해 써야 한다면?(「황금 오리」) 낯선 곳에서 이야기지만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가 느껴 , 혹은 앞으로 스스로의 모습에서 발견하게 될지 모를 익숙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끝없는 욕심 때문에 눈앞의 행운을 두고 갈등하는 사람, 나아지지 않는 인생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다만 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사람. 이야기 인물들이 받게 되는 질문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등할 상황을 지혜롭게 바라보게 눈을 뜨게 준다.

또한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다른 용기로 삶을 개척하는 인물들도 있다. 자신보다는 남에게 무조건 베풀어 주는 천성 탓에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지만 선함의 힘으로 나라를 구하고 왕이 되는 청년 가베우(「왕이 농부」), 가난한 농부의 딸이지만 지혜롭고 당당한 기개로 왕의 마음을 얻는 소녀 카테리나(「현명한 카테리나」), 그리고 결단 있는 용기로 거인으로부터 왕자의 저주를 풀어주는 돼지치기 소녀(「용과 소녀」). 이들이 보여 주는 용기에서는 남들의 시선보단 스스로의 힘을 믿고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황선미 작가는 이처럼 낯선 곳에서 왔지만 우리의 마음으로 닿는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밀랍 아가씨」에서 등장하는 노인의 모습에선 장인정신의 힘이, 「왕이 농부」에선 사람에게는 출신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메시지가 새롭게 읽히기도 한다. 사람이라면 가져야 미덕이지만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 아이들에게는 물론 마음의 나침반이 필요한 청년과 어른들에게도 진부하지 않은 감동 어린 조언이 되어 준다. “슬프고 가슴 아프지만 환상적인”, 요정과 인어, 마법이 담긴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무엇보다 이야기를 읽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일깨워 것이다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2019

출판사 소개: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헌시

책은 폴란드의 작은 방직 도시우츠근처의 그워브노에서 재봉 용품 가게를 하던 할머니의 유품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마치 오래된 할머니의 앨범을 열고 과거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방직공으로 일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고된 노동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삶을 이어간다. 삶의 배경이 곳은 직물 공장이 많았던 도시우츠이다. 오스트리아계 폴란드인이었던 작가의 선조들은 이곳으로 이주하여 노동하며 살았다. 면방직으로 유명한 우츠는 그래서 먼지들이 눈처럼 흩날렸고, 일거리를 찾아온 독일인, 유대인, 폴란드인이 함께 일하는 곳이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방직 공장에서 일하던 작가의 할머니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 그들의 삶을 실제 직물과 할머니의 사진, 일러스트와 결합해 독특하고도 감동을 담아 뭉클하게 표현했다. 더구나 책에 사용된 손자수와 아플리케, 뜨개 등의 다양한 직물 공예는 작가가 오랜 시간 수집해 것들을 그대로 사용했다. 누군가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진 직물 공예들은 아마도 힘든 육체노동과 마음속 걱정거리 사이에서 잠깐 숨을 돌릴 있는 창조적 여유였을 것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연과 솜씨가 어우려져 작가의 작품을 함께 멋지게 채우고 있어 의미가 크다.

 

시적이고 아름다운 글이 주는 울림

화자의 할머니 훌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시작하는 문장은 이야기처럼 술술 읽힌다. 훌다가 태어나고,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며 크고 있는지 성장하는 모습을 눈에 그리듯 찬찬히 들을 있다. 여기에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자장가는 할머니를 위한 화자의 애틋한 마음이 녹아 있다. “자장자장 작은 훌다야, 너는 앞으로 일이 많단다.” 시작하는 노래는 매우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글로 할머니의 고된 삶을 예견한다. 본인이 만드는 직물처럼씨실과 날실이 언제나 서로 교차하고, 뜨거운 직조기의 먼지와 소음 , 염색약과 표백제의 지독한 냄새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동의 보듬고 위로한다. 마지막까지도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훌다, 아가야, 책은 너를 위한 자장가란다. 자장자장 나의 할머니, 작은 훌다, 아가야.” 하며 따뜻한 울림을 준다.

 

독특하고 다양한 천과 사진, 개성 있는 일러스트의 조화

장마다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이미지의 조합으로 상상의 폭을 넓혀 주는 일러스트는 여러 보아도 찾아낼 있는 그림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적기 적소에 사용된 시폰, 삼베, , 벨벳, 새틴 촉감도 직조 결도 제각각인 다양한 천들이 등장한다. 직조공의 이야기에 걸맞게 일러스트와 천의 콜라주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생소한 천들은 부록에서 찾아볼 있어 쉽게 읽을 있다. 여기에 실제 인물들의 사진까지 더해져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주인공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있다.

 

네&nbsp; 박자 자장가, 2020

출판사 소개:

어젯밤 기억이 이토록 생생한데 눈을 뜨고 보니 어느덧 아침이라면, 정말 어떻게 잠이 걸까, 생각할수록 이상하지요. 《네 박자 자장가》는 그렇게 잠이 드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리는 귀여운 그림책이에요.

 

오늘도 유쾌하게 활동적인 하루를 보낸 아이는 아직은 자고 싶지가 않아요. 전까지 열심히 바이올린을 켜고 자동차를 달린 기운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으니까요. 하지만 잠을 자야지만 내일 있는걸요. 그래서 차분히 준비를 해요.

 

준비를 시작하면……

방의 구석이 모두 조용해지죠. 하나, , , .

같이 놀던 안의 물건들이 하나하나 준비를 해요.

바이올린의 줄은 띠리링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했을까요? 배우기 시작한 서툰 낑낑 소리를 냈을까요? 그건 없지만, 이제는 탁자 위에서 얌전히 이야기를 그쳐요. 하나, , , .

책상에는 아이의 방과 똑같이 생긴 작은 종이집이 놓여 있어요. 아이가 만든 걸까요?

아무튼 책상의 다리도 그만 자러 가요. 하나, , , .

신나게 구르던 작은 차의 바퀴도 이제 멈춰 서요. 하나, , , .

함께 놀던 강아지도 마침내 다리를 뻗고 쉬어요. 하나, , , .

창문 유리 개가 모두 캄캄해지고, 풍차의 날개도 가만히 멈춰요.

다들 움직임을 멈추고, 아이도 그만 이불을 펼쳐요.

베개 모서리는 모두 개일까요?

모서리는 모두 개일까요?

 

하나, , , - 박자에 맞춰 천천히 호흡을 골라요

여전히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아직은 잠들 준비가 아이가 잠을 자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법이 필요할 같아요. 눈을 감았을 뿐인데 떴을 아침이라는, 놀랍고도 대단한 경험으로 빠지는 과정이이라면, 아이들에게는 나만의 잠드는 방식 거창하게 말해 나만의 잠드는 작은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잠으로 이끄는 소소하지만, 있어야 하는 중요한 단계 말이에요. 바로 방금까지 함께 놀던 물건과 주변 사물과 안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하나, , , , 박자를 세며 숨을 고르는 시간 같은 거요. 그렇게잠시 안녕!’ 인사를 나누며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서서히 잠이 드는 거지요.

 

그림과 문장은 모두 점으로 모여요. 작은 방의 벽에서 여러 물건…… 책상과 자동차와 창문과 그림을 거쳐 아이가 누울 침대로. 마침내 아이는 포근한 체크무늬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는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책을 슬며시 덮지요. 눈을 감고…… 하나 , 귀를 닫고…… . 방은 스르르 잠이 들어요.

잠자리에서 읽기 알맞은 적당한 판형에, 공간을 담아낸 여백을 살린 그림과 절제된 언어로 모든 것이 잔잔하게 조화를 이루는 그림책이에요. 남색과 베이지로 정리된 전체 톤은 색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고 편안하게 다가와요.

표지의 창문을 통해 아이를 들여다보고, 아이의 창문을 통해 아이가 만든 집을 들여다보는 구조는 마치 속의 집처럼, 단순한 이야기에 없는 깊이감을 부여하지요. 끝을 없는 잠의 세계를 의도한 걸까요?

깊고 신비한 속으로 빠져들기에 더없이 완벽한 짜임이에요!

 

어린이의&nbsp; 왕이 되겠습니다, 2021

출판사 소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깊은 해석이 돋보이는

어린이의 , 마치우시 1 이야기

 

어린이의 왕이 되겠노라 선언하는 아이는 폴란드의 교육자 야누시 코르착이 『마치우시 1세』의 주인공, 마치우시입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마치우시 이야기를 그림으로 재해석하여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가 탄생했습니다. 책은 어린 나이에 왕이 마치우시가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다스리는 나라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길목마다 어린이 인권 존중과 민주 교육을 실천한 야누시 코르착의 뜻이 담겨 있지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이전에도 어린이 인권 운동을 펼친 코르착의 행보에서 영감을 받아 『블룸카의 일기』(사계절출판사, 2012) 만든 있습니다.

코르착은 자신이 어렸을 하고 싶었던 일들을 속에 모두 녹였다 합니다. 그래서인지 마치우시는 많은 어린이가 동경할 법한 캐릭터입니다. 마치우시가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왕이 되자마자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치르는데, 신분을 감추고 전쟁터에 나가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그리고 전쟁의 후폭풍으로 혼란에 빠진 나라 사정을 하나둘 보살피며, 외교에도 힘씁니다. 어린 왕을 무시하는 장관들을 이끌고 나라를 민주적으로 다스리려 하지요. 그림책에서는 원작의 전쟁 에피소드와 식인종 나라 모험담이 생략되고, 민주주의와 개혁 그리고 어린이 인권에 대한 내용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만의 이미지 구상력과 정교한 그림체로 원작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마치우시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함축적인 그림과 간추린 글을 통해 친밀하게 다가갈 있습니다.

 

생생한 표정과 몸짓, 상징적인 카메오와 소품으로

견고하게 이루어진 이미지 서사

 

글만 드문드문 읽으면 희미한 이야기의 공백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 조각으로 선명하게 메워집니다. 마치우시가 왕좌의 여정에서 겪었을 감정도 그림을 통해 강렬하게 드러나지요. 먼저, 표지에서 왕권과 책임의 무게가 적나라하게 느껴집니다. 눈을 가릴 정도로 내려온 왕관은 머리둘레도 맞지 않는 어린 왕으로서의 부담감을, 어딘가에 붙잡힌 옷자락은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리는 혼란을 보여 줍니다. 그렇게 마치우시가 술래가 되어 여러 아우성에 휩쓸릴 것이 예상되지요.

살짜리 왕의 아이다운 면모는 글과 그림에서 드러납니다. 특히 마치우시의 표정과 몸짓에서 어린 왕이 겪는 고독과 수고가 고스란히 보이지요. 왕위에 오르자마자 전쟁이 터져 키보다 총에 매달려 침울해하는 마치우시가 보이고, 왕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며 사사건건 반대하는 장관들과 마주할 , 그들의 뜻대로 굽히지 않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이려는 마치우시도 보입니다. 다양한 왕관에 둘러싸여 있는 마치우시의 초상에서는 여러 가지 역할과 시도를 행했음을 짐작할 있습니다. 이웃 나라 왕에게 민주 정치와 개혁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는 공중그네에 올라 그림을 떠올리며모두에게 좋은 나라 이루리라 다짐하지요. 민주주의를 도입하며, 무엇보다도 본인이 어린이로서 어린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합니다. 전무후무한 개혁으로 어린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만, 이내 시행착오를 겪으며 표지와 같이 왕관을 잘못 왕이 되고 맙니다.

다사다난한 여정 끝에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아 쉬는 마치우시를 의사 선생님이 감싸 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라 소개되는, 다른 어른들과는 달리 어질고 의로운 의사 선생님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전작 『블룸카의 일기』에 묘사된 코르착의 모습입니다. 실제로 코르착이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이며, 작가는 연결 고리를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했답니다.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무대,

어린이를 위한 나라

 

그림책이 만들어진 취지는민주주의라는 주제에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마치우시 이야기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일과 그에 따른 책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집중했지요. 실제로 야누시 코르착은 『블룸카의 일기』의 배경이 되었던고아의 에서, 마치우시가 세운어린이 국회 닮은어린이 법정 마련했습니다. 어린이들이 함께 지내면서 작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여와 책임 의식을 배우기를 바랐지요. 연습을 통해 서로 존중심을 기를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국민들의 일리 있는 요구 사항과 터무니없는 불만이 뒤섞이면서 마치우시 왕의 위신이 무너지는 결말은, 이런저런 갈등과 잡음이 불가피한 현실 사회의 모습을 비춥니다. 마치우시는 어른과 어린이의 입장이 얽혀 있는 사이에서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어린이다운 발상이 공존하는 고단한 왕으로 그려집니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만들려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던 그는 우리에게 용감한 영웅으로 기억되지요. 어린이의 왕이 남긴 발자취는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가 스스로 중심을 가지고 바로 서기 위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할지, 어른은 동등한 시민인 어린이에게 어떤 존중과 지지를 보내야 할지, 각자의 실천에 대한 생각거리를 전해 줍니다. 

 

두 여자, 2021 (글: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

출판사 소개:

한국에서 먼저 알려져 세계적인 작가가 그림책 거장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 폴란드 저명한 시인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가 그림과 문장으로 딸에게 편지 같은 그림책. 그들은 지금 어머니로서, 과거의 딸로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녹여내 엄마와 ,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딸을 향한 엄마의 지극한 사랑과, 자라나는 딸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두려움과 결심을. 예술가가 은유와 상징으로 빚어낸 긴장감은 모녀 관계의 역동성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여자는 분명 함께 성장하리라는 희망이 마지막 페이지에 오롯이 떠오른다.

 

너를 낳을 , 네가 심장의 일부를 가져갔단다

모성의 여러 얼굴, 그리고 이별과 이해에 관한 이야기

이별은 잦아지고 길어질 텐데, 삶의 모든 나쁜 일들로부터 엄마는 정말 딸을 지킬 있을까? 그럴 없을지도 모른다. 그게 인생이니까. 엄마는 그저 혼자 집을 나서는 아이 손에 손전등을 쥐여 뿐이다. 사랑과 보살핌이 그림자처럼 언제나 딸과 함께할 것을 믿고서.”

―‘옮긴이의 중에서

 

나눠 가진 심장은 하나일까? 둘일까? 작가가 자신들의 딸에게 헌정한 지극한 편지는 보살핌과 사랑의 언어로 쓰였지만 안에는 보이지 않고 말해지지 않는 어머니의 다른 얼굴 또한 숨어 있다. 여자는 엄마가 되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때로 자신을 잃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행복감을 느끼며 아이를 키우지만 엄마가 딸에게 느끼는 유대감은 쉽게 구속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작가는 엄마로서 자신을 가장하지 않고 미소로 두려움을 덮지 않으며 모성이라는 이름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서늘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모성과 여성성, 자유와 경계가 품은 불안과 두려움, 무력감과 책임에 관해서 질문을 더해나간다. 딸은 자라나고, 엄마는 이제 나눠 가진 심장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분리의 고통을 겪는 엄마의 심장은자는 동안 부서질 수도 있다”.

창백하고도 따듯한, 흐미엘레프스카 특유의 오묘한 푸른빛으로 채워진 페이지를 펼치고 접으면, 엄마와 딸은 포개졌다 갈라지고 때로 서로 숨바꼭질하듯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어긋난 세계 속에서 엄마는이제 얘기해 줄게 딸에게 말을 걸며이제 알겠지?” 나아간다. 딸에게 이해를 구하는 연서를 내려가는 동안 자신 또한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여자가 끝내 서로를 이해하리라는 믿음을 우리가 가져도 되지 않을까? 부서진 심장은 저마다 고유하게 자라날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 속에서 심장을 나눠 가진 일이 서로의 빛이 되고 그림자가 되어 함께 사랑하는 일에 다름 아니라는 알게 되듯이.(*그림 속에 등장하는 글자 OBIE 책의 원제로 , 양쪽이라는 뜻의 폴란드어이다.)

 

밖으로 나갈 때가 거야, 어둠 속에 숨은 것이 무엇이든

여자가 여자에게 쥐여 주는 손전등 같은 이야기

 

아름다운 책을 비단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만 한정할 있을까. 이것은 여성의 변신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전하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정의 언어를 알던 안온한 세계의 아이는 어느 멧돼지의 모습을 두려움과 직면하고 더는 이전으로 돌아갈 없다. 여성의 변신은 조각조각 부서져 버린 심장과 함께 온다. 두려움과 고통을 끊어내고 숨어보려 하지만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여자는 이제 옷장을 나온다. 집을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우산을 쓰고, 손전등을 들고. 붉은 실로 길을 내며.

장면과 장면을 이으며 책을 관통하는 붉은 실은 엄마와 아이 사이 유대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앞서 여성이 따라올 여성에게 건네는 밧줄이자 길이다. 뒤따르는 존재가 부디 안전하게 자신의 길을 있도록 앞선 존재는 밧줄을 내리고 조이고 느슨하게 풀어준다. 역시 모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또한 여성과 여성의 연대를 이야기한 《멀고도 가까운》에서 리베카 솔닛은붉은 실이 섬과 섬인 대륙 사이를 이어준다라고, “ 섬에서 없이 많은 실이 세상을 향해 뻗어나간다고 썼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두 사람》에서 사람을 섬으로 그려낸 있고 《두 여자》에서 섬은 이렇듯 붉은 실로 이어진다. 작은 섬이 섬으로 나아갈 발판으로서. 세상 밖으로 나갈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로서.

그러나 많은 말들이 무슨 소용일까요. 책을 펼치는 순간 모든 말들은 잊히고, 막히는 아름다움만이 몸을 감쌀 텐데요. 

 

이렇게 접어요, 2021

출판사 소개:

모서리를 접었다 폈다 선택을 고민하는 독자에게 작가는 이야기한다. 도와줘도 되지만 그래야 하는 아니라고.

돕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라도 남을 돕기 위해 달려가나? 돕지 않는다는 것의 나쁜 또는 좋은 점은 무엇일까?

단지 종이를 펼치는 것만으로 다른 이를 부끄럽게 만드는 장면……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쉽게 다른 사람을 수치스럽게 하고 얼마나 쉽게 다른 이의 비밀을 함부로 드러낼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반작용이 있는 , 움츠러든 여성은 도전적인 눈길과 주먹으로 내면의 반감을 드러낸다. 어쩌면 결연한 투쟁 의지까지.

도덕적 원칙에 입각한 가르침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두 도덕군자인 아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깨트리지만,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일 수도 있다.

돕거나 외면하거나…… 빨간 대각선 줄이 그어진 부분이 바깥으로 나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경계를 벗어날 있는지, 왔다 갔다 경계를 옮길 있는지, 경계를 파괴할 있는지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렇게 책은 대화를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도덕적 선택에 대한 심사숙고를 이끌어 낸다. 독자들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살피며 교육받은 대로가 아닌진짜생각을 하게 된다. 상황의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나를 속에 집어넣어.

우리는 가끔 운명이 대신 결정한 것이라고 회피하지만 우리는 운명에 개입할 힘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 모두가 할머니가 떨어지지 않게 미리 잡아 주는 떨어져서 다쳐서 돌봐줘야 하는 것보다 나은 거라는 결론에 이를 있기를!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2022 (글: 아가타 투신스카)

출판사 소개:

유대인 저널리스트와 그림책 작가의 선명한 기록

게토에서 살아남은 아이, 조시아 이야기

이야기의 주인공은 야엘 로스너, 폴란드 이름으로는 조시아 자이칙이다. 2 세계 대전 이후 폴란드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지금은 노인이 유대인으로, 고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그때의 이야기를 꺼냈고, 폴란드의 저명한 유대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아가타 투신스카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이야기를 기록했다. 작품은 폴란드 작가가 완성한 조시아의 회고록이다.

조시아 이야기는 보통의 홀로코스트 증언과는 사뭇 다르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억은 공포가 도사리는 창밖보다는 게토의 지하실 , 그곳에서 엄마와 함께한 날들을 비춘다. 성장기에 세상과 단절된 환경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조시아의 불운한 처지와 그만큼 어린아이에게조차 잔혹했던 시대 묘사가 낱낱이 드러나는 가운데, 이야기는 사랑의 힘에 무게를 둔다. 반백 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생생한 서술은 읽는 이의 가슴을 저며 온다.

 

우화, 2022

출판사 소개:

사회적 문제, 개인 사고의 자유까지 만끽할 있는 열린 그림책

어떤 선입견을 있는 사소한 단서조차 배제하고 싶다. 메시지가 강한 개의 이미지를 나란히 붙여 놓는 . 가운데 접선을 중심으로 양옆 대비되는 형태들만으로 독자들의 자유로운 연상을 기대한다.”-작가의

 

책은 작가의 촘촘한 의도대로 제목 외의 줄의 글도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조차 독자들의 상상을 제한할까 우려했다는 작가는, 그야말로 독자 스스로 방대하고 다양한 이야기로 책을 가득 채울 것을 독려한다. 글자 없는 그림책은 작가에게도 도전이지만 그가 제시하는 메시지는 어떤 책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독자 개인사적 의미를 두어 이야기를 풀어 수도 있지만, 곳곳에 연출된 사회적 다양한 의미까지 재해석해 있어 범위와 깊이가 넓다. 특히 작가가 살고 있는 폴란드는 한창 전쟁의 고통으로 삶과 죽음이 오가는 우크라이나와 접경국이다. 수많은 난민들의 아픔을 가까이 보며 다양한 감정이 섞였다. 책은 국가 근본주의와 증오, 인종주의에 대한 절망, 폭력과 탐욕, 적대감 속에서 작가 본인이 직접 나서 있는 아무것도 없다는 좌절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비록 자신의 목소리가 아무리 작고, 세상에 크게 들리지 않을지언정,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생각의 시작점을 찍고 싶었다고 한다.

 

대비되는 화면 구성, 색이 채우는 의미

책은 표지부터 궁금증을 던진다. 무언가 응시하고 있는 백인의 뒷모습. 남자가 보는 곳은 하늘인가, 바다인가, 혹은 그저 지평선인가 명확히 없다. 표정조차 읽을 없는 뒷모습이니, 독자의 상상은 표지부터 시작된다. 표지를 넘기면 드디어 수평선이 보이고 난민을 연상케 하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작은 배가 있다. 그리고 본문은 표지와 같은 포즈를 취한 유색인종 남자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표지와 같은 포즈를 남자. 하지만 얼굴색이 주는 이미지는 다른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후로 진행되는 장의 이야기는 대비되는 화면 구성 인물들의 등장으로만 진행된다. 양쪽 페이지에 동일한 인물들이 취하고 있는 동일한 자세. 하지만 주어진 상황은 매우 대비가 된다. 뒷짐을 남자는 양쪽 페이지에 똑같이 등장한다. , 왼쪽 인물은 손목에 수갑이, 오른쪽 인물 손목에는 꽃이 쥐어져 있다. 우산을 펴는 여자의 동작과 총을 여자의 동작은 같다. 아이를 등에 업고 놀이를 하는 엄마의 포즈와 철조망을 통과하는 엄마와 아이의 포즈는 동일하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대비되는 상황 연출을 보며, 모든 인간의 운명은 갑자기 변할 수도 있는 , 갑자기 닥친 운명과 맞설 있는 것임을 보여 준다. 특히 장마다 붉은 선이 항상 부분으로 등장한다. 이는 작가가 전하는 모든 이들의 고통과, 긴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통과 긴장감에만 갇혀 끝나지 않고 색은 더욱 확장되어 무지갯빛으로 점차 변한다.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장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화합되고 이어지도록 연출되는데 이때 붉은색만이 아닌 더욱 다양한 발색으로 포용과 따뜻함을 상징한다.

마지막 장에는 둥글게 이어진 끈을 모든 인물들이 서로 마주잡는다. 해피엔딩일 수도 혹은 끊임없이 다시 반복되며 마주하게 되는 운명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나타나는 수평선. 작게 띄워졌던 배가 사라진 광활한 바다만이 연출되며 마무리된다.

책은 상황 연출만으로 리듬감, 긴장감을 주어 끝까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가 내는 작지만 강한 메시지를 독자 개개인들에게 울림이 있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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