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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h Seok Me 노석미 본문

관심사/그림책 작가

Noh Seok Me 노석미

붓프레스 2023. 1. 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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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에서 회화를 공부했고, 다양한 분야의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인형 만들기, 아트상품 제작 등을 하며 여러 차례 개인전과 기획전을 열었다. 20대 후반 도시를 벗어나 초록이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산이 보이는 정원이 딸린 작업실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고양이 씽싱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아기 구름 울보』 『히나코와 걷는 길』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등에 그림을 그렸고,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 『냐옹이』 『왕자님』 『스프링 고양이』 『향기가 솔솔 나서』 『서른 살의 집』 『그린다는 것』 『멀리 있는 산』 『지렁이 빵』 『좋아해』 『나는 고양이』 『먹이는 간소하게』 등을 쓰고 그렸다.

 

출처-예스24

 


그림책 작품

 

냐옹이 2008

출판사 소개:

 

길가에 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도 싫고 비오는 것이나 바람 부는 것도 싫고 모든 것이 다 싫다는 자존심 강한 고양이이다. 하지만 너무나 외로운 고양이이다. 그런 고양이에게 자꾸 따뜻한 시선과 말을 건네주고, 비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는 한 소년이 나타난다. 게다가 소년은 고양이를 “냐옹아.”하고 이름을 부르기까지 한다.
“쳇, 누가 냐옹이래.” 고양이는 코웃음치지만,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소년에게 마음을 연다. 어느 햇볕 좋은 날, 고양이는 문득 먼저 소년을 찾아 가고 싶어진다. 집 앞에서 소년을 기다리던 고양이가 소년을 다시 만나는 순간, 늘 소년을 피하던 고양이의 시선이 소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고양이는 이름 없는 길고양이가 아니라 소년이 특별히 자신에게만 불러주는 특별한 이름, ‘냐옹이’를 받아들인다. ‘냐옹이’라는 이름이 사실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이면서. ‘얄밉게도 참으로 고양이답다!’

관계 맺기의 시작은 어디일까

여기서 ‘냐옹이’라는 이름불리기는 고양이라는 보통명사에서, 특정한 의미를 지닌 존재가 되었음을 나타낸다. 이렇게 이 책은 주변의 모든 것에 배타적이고 관계 맺기에 서툰, 한 길고양이가 타인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객관적이고도 잔잔한 시선으로 보여줌으로써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많은 부담스런 절차를 거쳐야 하며, 물질적인 것과 일정한 사회적인 위치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고양이처럼, 미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타인을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고 거절하기도 한다. “너도 이제까지 나를 귀찮은 길고양이라고 내쫓던 인간들과 똑같은 사람이잖아…….” 사실 고양이가 싫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겪어왔던 ‘거절당함’의 결과이다. 타인에게 좌절을 겪기 전에 먼저 자신이 거절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 그대로이다.
하지만, 이 책은 관계 맺기의 시작은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비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는 것처럼 소박한 것임을 보여준다. 또 외로움에 위로를 던지는 것은 인간의 애정 어린 시선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이 목소리 높여서 주장하거나 많은 말로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도 팍팍한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왕자님 2010

출판사 소개:

애벌레가 나비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
이 작품에서 왕자님은 사회적 지위, 물질적 풍요 등 모든 걸 다 가진 존재를 상징한다. 겉보기에 완벽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는 왕자님은 미완성의 존재이자, 아이들이 동일시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데도 외로움에 고민하는 왕자님은, 하나의 존재는 그런 것들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반증한다. ‘나’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왕자님을 완성의 존재로 이끄는 것은 바로 벌레이다. 우연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벌레를 발견한 왕자님은 작고 보잘것없으며, 자신만큼이나 외로워 보이는 벌레에게 이상하게도 끌린다. 자신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는 무례한 벌레지만, 왕자님은 매일 찾아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 이상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어 왕자님을 실망시키기도 하지만, 벌레와의 보이지 않는 끈은 끊어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님은 벌레가 껍질 밖으로 나와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나는 걸 목격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완성 존재였던 벌레가 침묵하고 인내하며 ‘나비’라는 완성의 존재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본 왕자님은 한순간 깨달음을 얻는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벌레였다. 왕자님은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나’를 찾아서 ‘나의 길’을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이다. 이런 왕자님의 행보는 일견 왕자로서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출가한 석가모니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며, 겉보기에 아무리 풍족하더라도 자신이 가득 차 있지 않는 한, 모든 것은 무의미해진다. 《왕자님》은 이렇듯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나’를 이루는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준다.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
《왕자님》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이끌어 내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 철학 그림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왕자님은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도, 늘 외롭다. 하지만 부모도, 신하도, 친구도 그 외로움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 왕자님이 느끼는 외로움은 외로운 감정 자체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서 느끼는 근본적인 공허함,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외로움, 존재 자체에 대한 갈등 등을 통틀어 이른다. 이러한 외로움은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고 위로되지 않는다. 왕자님이 느끼는 가장 근원적인 외로움은 자아의 부재에 있다. 자신의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외로움이기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며 자신을 충만하게 채워야 할 뿐이다. 결국, 왕자님이 느끼는 외로움은 자아 찾기의 원동력으로서 역할을 한다.
작가는 왕자님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왕자님의 고민을 따라가면서 왕자님과 함께 자신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도록 이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면 속으로 점점 더 들어가던 아이들은, 마지막 책장을 넘긴 다음엔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머물며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게 된다.
혹자는 《왕자님》이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어려운 책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이들을 이기는 법, 더 많이 갖는 법, 더 똑똑해지는 법만을 가르치려 하는 지금 이 사회에서, 다소 어렵더라도 누군가는 자신에 대해 고민해 볼 만한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간결한 글과 그림
《왕자님》은 ‘자아 찾기’라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전하기 위해 우화 형식을 따랐다. 코끼리 모습의 왕자님은 아이들에게 친근함을 주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왕자님의 주변 인물들은 작품이 너무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한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 낸 여백 가득한 그림은 반복을 적절히 사용한 간결한 글과 어우러져 사색의 여지를 준다. 또한 군데군데 상징적인 의미가 숨어 있어 그림 보는 재미를 준다. 맨 첫 장면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있지만 선으로만 그려진 왕자님과 맨 마지막 장면에서 자기 자신만 색으로 채워진 왕자님 그림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마음은 공허했던 왕자님이 깨달음을 통해 물질적인 것은 내려놓고 자기 자신만 채웠음을 의미한다. 왕자님이 외로움을 가득 느끼는 장면에서는 하늘색을 사용하여 외로움을 직감적으로 전달한다.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오래된 이야기
작가 노석미는 다양한 분야의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인형 만들기, 아트 상품 제작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의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한 아티스트이다. 그동안 꺡관계’를 주제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왔는데, 이는 글과 그림을 함께한 첫 작품 《냐옹이》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왕자님》도 마찬가지다. 《냐옹이》에서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 맺음에 대해, 《왕자님》에서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 맺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살다 보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느 한순간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때가 있다. 그 깨달음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것 같은 근본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때가 있다. 작가 노석미가 징그럽게만 느껴졌던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로 변한 걸 본 순간이 그랬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된다는 생태적인 정보는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 날 보잘것없는 벌레가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서서히 본 모습을 찾아가며 아름다운 나비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무척 신비롭고 감동스러웠다고 한다. 작가는 그때의 깨달음과 청소년 시절 정체성 혼란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와 성장에 대한 그림책으로 이 작품을 만들어 냈다. 결국 《왕자님》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자, 작가로서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오래된 이야기이다.

 

향기가 솔솔 나서 2012

출판사 소개: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이상하다.” (보들레르)

이 책은 이 글귀부터 시작되었다. 작가의 작업실이자 생활공간인 작은 집 앞마당에는 다양한 꽃과 풀들이 살고 있다. 처음에는 유독 강한 향기와 자태를 뽐내고 있는 백합이 선뜻 다가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닌 여러 생명들이 하나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름다움의 발견은 이렇게 느닷없는 것일 수 있다.

또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양하다. 온 세상의 생물과 사물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그 자체로 예술가이며, 우리의 삶은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정은 변덕스럽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처음에는 추하다고 느꼈던 것이 갑자기 아름답게 다가왔던 경험을 한두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화가에게 ‘아름다움’이란 단어는 최고의 ‘화두’이자 과제이다. 이 책은 작가의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의 한 결과물이다.

다양한 생각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는 그림책
“백합님은 인기가 많으시지만 저는 달개비님이 더 좋답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저마다 다양할 수 있다고?
당신은 화려한 백합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소박한 달개비가 좋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
“야 벌레, 할 말이 많기도 하구나.
그래, 잡초 따위와 놀다니 너도 참 한심하구나.”
“백합님, 저는 그냥 작은 벌레가 아니고 남색주둥이노린재라고 해요. 그리고 저 작은 풀은 그냥 잡초가 아니고 달개비님이세요.”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읽어낼 수도 있다. 이 책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가치의 다양성을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것들 중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을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의도를 사물에 이름 붙여주기를 통해 조심스럽게 시도한다. 작은 벌레는 남색주둥이노린재라는 이름이 있고 작은 풀은 그냥 잡초가 아니라 달개비라는 이름이 있음을 위트 있게 알려준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에게로 다가와 꽃이 되고 싶다는 김춘수의 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흠, 역시 난 꽤 괜찮은 꽃이야.”
백합은 향기로운 데다가 아름다우니 우쭐대도 어쩔 수 없지요.
또한 이 책은 자만과 겸손을 언급하는 책으로도 읽힐 수 있다. 백합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으뜸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이제까지 있는 줄도 몰랐던 작은 풀 때문에 한 순간에 무너지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버린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무거운 주제들을 강하게 힘주지 않으면서,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양한 그림 읽기가 가능한 책
이 책은 흔히 우리나라 그림책에서 취하는 딱딱한 하드커버의 양장 제본 방식 대신, 실로 가운데를 박아 묶는 제본 방식, 면지 없음, 속표지 없음, 본문에서의 인쇄체 대신 그림 글자 사용 등 형식상에서도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내용 전개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이 책은 표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책이다.
“향기가 솔솔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활짝 핀 백합이 있었어요, 라고 그림 읽기를 하면서 넘겨보게 구성되어 있다. 제목 자체가 이야기의 첫 문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책장을 끝까지 다 넘기면 다소 낯선 듯한 표지와 제목이 어느새 납득이 되고 익숙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다양한 그림 읽기가 가능한 책이다.
예를 들면,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간의 경과가 마당에 한 그루의 나무 심기를 통해 보여진다. 짧은 이야기,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같은 순간 같은 공간에서 나무 한 그루에게는 인생이 시작된 엄청난 중요한 사건과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백합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은유적 표현일 수도 있다.
이처럼 이 책에 또다른 그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있다. 여러 번의 읽기 과정을 통해, 보면 볼수록 많은 것을 발견해 내는 책, 이것이 이 책이 지니는 또다른 매력인 것이다.

 

지렁이빵 2017

출판사 소개:

막 구운 빵처럼 맛깔스러운 그림
단조로운 형태와 과감한 색의 조합이 주는 생소한 매력


넓은 판형 위에 밀가루 반죽과 반죽을 주무르는 고양이의 손만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노석미 작가의 그림은 단순히 ‘예쁘다’ 혹은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작가 특유의 개성으로부터 나오는 시원시원하고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적이고 섬세한 그림에 익숙한 독자라면 작가의 그림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마치 지렁이빵이 생소한 것처럼 말이다.
그림의 구도나 형태는 간결하고 단순하다. 첫 장면부터 배경도 없이 앞치마를 두른 고양이만이 등장한다. 다른 장면도 마찬가지다. 반죽을 하고 빵의 모양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손과 반죽이 등장할 뿐이다. 이렇게 극도로 단순한 구성과 묘사를 최소화하여 그린 그림을 볼 때, 독자는 그림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오로지 꼭 보여줘야 할 것, 작가가 보고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 장면, 한 장면에 집중한 채 쉽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똑같은 구도의 그림이 몇 장씩 이어지더라도 전혀 이상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그림체는 색이 더해졌을 때, 더욱 경쾌한 에너지를 낸다. 선명한 노란색과 글자를 감싸는 빨간색을 기본으로 작가는 색을 풍성하게 사용한다. 원색에 가까운 분홍과 주황, 초록, 파랑 등 다양한 색의 조합이 과감하면서도 강렬하다. 특히 빵이 노릇노릇 구워지면서 내는 ‘예쁜 갈색’의 색 표현은 정말 맛깔스럽다. 각각의 색은 서로 대비 되면서도 놀랍도록 잘 어우러지며 때로는 조화롭게, 때로는 안정감 있게 그림의 균형을 잡는다.

“빵을 만들 거예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빵 만드는 이야기


그림처럼 이야기 또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그래서 즐겁다. “빵을 만들 거예요.”라는 말처럼 이 책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빵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직접 따라서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원하는 모양의 빵을 만드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이면서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꼭 크루아상처럼 멋지고 만들기 어려운 모양의 빵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라빵처럼 친숙한 모양도 좋지만 우주선빵, 유령빵 등 나만의 빵을 만드는 일은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게다가 친구가 좋아하는 지렁이빵이라니, 길쭉한 물체만 보아도 꾸물꾸물 지렁이부터 떠올리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즐거운 빵 만들기는 없을 것이다.
요리사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나타난 고양이의 등장 또한 재미있다. 밀가루에 꼭 필요한 재료만을 넣어 팔을 걷어붙이고 뭉툭한 손으로 반죽을 하는 모습이 꼭 주먹으로 반죽을 꾹꾹 눌러대는 아이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반죽놀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어떤 모양의 빵이라도 좋다. 주물주물, 원하는 빵 모양을 직접 만들어 보고 예쁜 갈색이 날 때까지 구워 보자.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아 즐거워진다.

 

좋아해 2017

출판사 소개:

노석미의 그림책은 언제나 낯설지만 신선하며,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어렵지 않고 담백하다. 그리고 이런 특징들이 조금씩 그림책이 가진 보편적인 틀을 깨 나가고 있는 작가의 다음 작업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그림책 『좋아해』에서도 이런 반가운 특징들은 여지없이 도드라진다. 특히 『좋아해』는 간결함의 끝을 보여주는 글과 큼직하고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들에서 오는 수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읽는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매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좋아해, 담담한 글과 따뜻한 그림들 

이 책의 제목과 본문의 모든 글들은 ‘좋아해’ 뿐이다. 오로지 그 세 글자가 전부이다. 그것도 빈 여백 한가운데에 ‘좋아해’ 글자만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독특한 구성이 내내 계속된다. 특별한 시각적, 수사적 꾸밈도 없이 정자로 가지런히 적혀있는 세 글자를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화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담담한 고백은 어떤 표현이나 말보다 묵직하게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하얀 바탕 중앙에 ‘좋아해’ 세 글자만 적혀 있는 왼쪽 면과는 대조적으로 오른쪽 면은 그림을 아주 꽉 차게 담고 있는데, 이 또한 새롭다. 원색에 가까운 색들이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각자의 균형을 유지하며 조화롭게 화면을 구성한다. 알록달록, 시원시원하게 그려진 그림들은 읽는 맛을 더한다. 거의 모든 그림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동물이다. 실제로 노석미 작가는 고양이들을 키우는 동물애호가로도 유명하다. 작가가 만든 세상 속에서 아이는 다양한 동물들과 만나고 교감한다. 늘 동물의 곁에서 그들에게 시선을 두는 아이의 모습이 다정하고 사랑스럽다. 또한 그림마다 형태 주위를 감싸고 있는 노란 색채가 장면을 더욱 따뜻하게 보이게 하며 동시에 회화적인 경쾌함을 더해 준다. 그림책을 펼쳐, 담담한 글과 따뜻한 그림을 한 눈에 보게 되면 마음의 울림은 더욱 커진다. ‘좋아해’ 이 담담한 한 마디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글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이야기들은 그림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마치 이 책의 제목처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림책이다. 

 

언제나. 하고 싶은 말. 좋아해 

책 속에서 ‘좋아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올 때마다, 언뜻,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일지 궁금해진다. 표면적으로는 아이가 각 장면마다 마주치는 동물들을 향해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림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가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숨어 있는 사람처럼 화면에 머리나 다리, 뒷모습 등으로 살짝살짝 등장하는 누군가가 보인다. 그림의 중심에 있지는 않아도 언제나, 어디서나 아이와 함께하는 친구이다. 함께 모래사장을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몸짓과, 머리를 맞대고 미소 짓는 아이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다. 이 장면에는 글이 등장하지 않는다. 굳이 ‘좋아해’라고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독자는 그림을 통해 서로를 향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다. 친구뿐만이 아니다. 그림책 속에서 만나는 모든 대상과 흘러가는 시간들, 그리고 함께했던 장소들까지. 모든 것을 향해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언제나. 하고 싶은 말.’ 작가의 말처럼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이며 일상에서도 친숙하게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무엇을 향해 ‘좋아해’ 라는 짧지만 묵직한 진심을 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림책 『좋아해』는 그 말을 전하고 싶은 대상을 문득 떠올리게 만든다.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으며 기억이나 장소, 그 밖의 어떤 것일 수도 있는 그 대상을 향해 건네고 싶은 따뜻한 그림책이 나왔다.

 

나는 고양이 2018

출판사 소개:

작가와 함께 한 고양이 이야기 

경기도 양평군 산골에 사는 노석미 작가, 그녀의 집에는 나지막한 산들에 둘러싸인 작은 정원이 있고, 그 정원에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여러 고양이들이 있다. 매일 다르게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 속에 다양한 고양이들의 움직임이 있고, 또 그 속에는 ‘서로 다름’에 대한 편견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작가가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온 20여 년 동안 자연스럽게 곁에서 지켜봐 온 고양이들의 모습을 이번 동화책에 가득 담아냈다. 고양이는 작가의 그림이나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다정한 주인공이다. 그림책을 펼치면 시와 같은 글과 함께 아름답고 다양한 고양이의 여러 모습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다.

 

고양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모든 이에게 

책 표지의 핑크색 고양이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책장을 넘기면 또 다른 고양이가 우리를 맞이한다. 책 위의 고양이, 상자 안의 고양이, 꽃을 좋아하는 고양이, 잠자는 고양이 등 매력적인 고양이의 모습들로 가득하다. 각양 각색의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털 색깔과 무늬, 얼굴 생김새, 꼬리 모양, 눈동자 색깔 등 어느 하나 비슷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기에 고양이의 모습은 더욱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으로 과감하게 터치한 그림 속에는 극도로 간결하고 짧은 한 문장이 더해져 있다. 짧은 한 문장의 글은 고양이를 소개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우리의 시선을 그림으로 이끄는 하나의 장치이다. 자연스럽게 그림에 머무는 시선은 문장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담아 내고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누구라면 이 책을 보고 각기 다른 고양이들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에 빠져들 것이다. 형형색색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그림으로 보여지는 고양이의 사랑스럽고 자유로운 모습은 독자에게 또 다른 맛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고양이 

누구 하나 똑같지 않은 각자의 모습으로 개성 있게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어쩌면 그림 속의 고양이를 닮았을지도 모른다. 제각기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모습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며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서로 사랑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러한 사람과 반려동물 또한 함께 더불어 살며 더 나아가 감정을 나누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이다. 

 

굿모닝 해님 2023

출판사 소개:

모두모두 인사해, 굿모닝 해님!
매일 만나는 새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림책


『굿모닝 해님』은 다방면에서 개성 있는 행보를 보이는 작가 노석미의 새 그림책이다. 순수 회화부터 일러스트레이션, 에세이까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일상 속 가장 가까운 대상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명쾌하게 묘사해 온 작가가 이번에는 오랫동안 자연과 더불어 살며 얻은 깨달음과 위로를 위트 있게 담았다. 날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는 동식물이 해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시골 마을의 고즈넉한 정취와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 생기로운 자연을 실감 나게 전한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해님과 햇살을 받고 기운차게 자라는 동식물, 살뜰한 하루하루가 일구어 낸 풍요로운 먹거리 등이 새날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텃밭 작가 노석미가 자연에 보내는 감사 인사

『굿모닝 해님』은 노석미 작가가 15년간 양평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손수 텃밭을 일구어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씨앗 한 톨을 넉넉한 먹거리로 키우는 땅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콩알만 한 열매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남은 결과인지 몸소 알게 되었다. 작가는 조밀하게 얽혀 있는 자연의 섭리를 오랜 시간 꾸준하게 기록해 왔다. 아담한 텃밭에서 기르는 채소와 과일, 변화무쌍한 사계절은 그간 작가의 오랜 친구이자 작품의 주제이기도 했다. 작가는 새 그림책 『굿모닝 해님』을 통해 눈이 녹고, 싹이 돋아 꽃이 피고, 소담한 열매가 맺히고, 동식물이 모여 먹거리를 먹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 주면서 삶에 대한 근본은 자연에 있다는 메시지를 새롭게 강조한다. 자연과 인간을 나란한 선상에 두고 부지런히 기록하면서 자연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작가의 겸손한 태도가 우리의 마음을 산뜻하게 두드린다.

아름다운 사계절의 정취를 책장 가득 담은 그림책

『굿모닝 해님』을 펼치면 눈이 소복이 쌓이는 겨울부터 알록달록 꽃 피는 봄, 싱그럽고 생명력이 넘치는 여름, 과일과 채소가 익어 가는 가을까지 사계절의 다채로운 풍경이 화면 가득히 전해진다. 작가 특유의 시원시원한 구도와 형태, 환하면서도 경쾌한 색채가 조화를 이루며 새날을 여는 해님과 무럭무럭 성장하는 동식물의 기세를 생생하게 전한다.
작가는 포스터 형식을 빌려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한 ‘텍스트 페인팅’ 방식으로 매일 아침 동식물이 해님에게 인사하는 순간을 포착하듯 그려 낸 그림에 ‘굿모닝’이라는 인사말을 넣었다. 작품의 글인 동시에 그림이기도 한 텍스트가 반복되는 가운데 자연스레 운율을 이루어 책을 읽는 목소리에 경쾌한 리듬감을 더한다.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면 책 속 모든 장면에 따사로운 빛으로 깃들어 있던 해님이 미소로 독자를 반긴다. 노석미 작가가 정성껏 전하는 감사 인사와 해님의 부드러운 미소는 모든 어린이의 하루를 비추는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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