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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Won Hee 조원희 본문

관심사/그림책 작가

Jo Won Hee 조원희

붓프레스 2023. 1. 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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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자연과 동물, 작고 소중한 것에 관해 그림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이빨 사냥꾼』으로 2017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다. 쓰고 그린 책으로 『얼음소년』, 『이빨 사냥꾼』, 『콰앙!』, 『혼자 가야 해』,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중요한 문제』, 『동구관찰』, 『앗! 줄이다!』 등이 있고, 그린 책으로 『기적을 선물한 우리 개 모슬리』, 『구스범스3: 빈집의 숨바꼭질』, 『찰스』, 『비누 인간』 등이 있다.

 


그림책 작품

 

얼음소년, 2009

출판사 책 소개:

몸이 녹기 전에 어서 북극으로 가야 해요!

한겨울인데도 눈이 녹아내립니다. 도시에서 살 수 없게 된 얼음소년은 눈사람 집을 버리고 떠나지요. 따스한 날씨 덕분에 사람들은 멈추었던 공사를 다시 시작하고, 하늘에서는 눈 대신 비가 내립니다. 얼음소년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비를 피해 거리를 떠돌던 얼음소년은 가전제품점 쇼윈도에서 얼음이 가득한 곳을 발견합니다. ‘얼음으로 가득한 저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북극이었습니다. 얼음소년은 서둘러 북극행 비행기를 타러 달려가지만 비행기에서 내뿜는 열기 때문에 녹아버립니다.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얼음소년의 눈앞에 아름다운 북극이 꿈처럼 펼쳐집니다.

 

북극의 얼음도 녹고 있어요!

그러나 얼음소년이 꿈꾸었던 북극의 얼음도 점점 녹고 있습니다. 얼음이 녹자 얼음 위에서 생활하는 바다표범의 수가 줄어들었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북극곰들도 굶주린 채 죽어가고 있지요. 이미 북극곰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구온난화 문제를 외면한 채 편리함만 뒤쫓아야 할까요? 조금 덥다고 에어컨을 틀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타야 할까요? 우리가 계속 지금처럼 생활한다면 50년 후에는 북극의 얼음이 완전히 녹아 버릴 것입니다. 북극에서 얼음이 사라진다는 것은 동물들의 멸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얼음에 반사되던 자외선이 고스란히 지구에 흡수되어 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킬 테고, 그러면 허리케인과 홍수, 해일, 이상기온이 지구를 덮칠 것입니다. 우리들의 커다란 집인 지구는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비행기도 놓친 걸까요?

《얼음소년》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욕심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입니다. 쇼윈도 앞에서 까치발을 들고 얼음산을 바라보는 얼음소년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북극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둘렀지만 비행기가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녹아 없어지는 얼음소년. 그래서 ‘마지막 비행기도 놓친 걸까요?’라는 글은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마지막 비행기를 놓친 얼음소년처럼 우리도 “마지막 기회마저 놓친 게 아닐까?”라는 물음으로요. 서서히 녹아 없어지는 얼음소년은 푸르른 북극을 꿈꾸지만, 우리는 이미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혼자 가야 해, 2011

출판사 책 소개:

세상 끝에 있는 신비한 숲 

푸른 안개가 감도는 자작나무 숲 속, 검은 개가 작은 화분을 바라봅니다. 화분에 연꽃 한 송이가 막 피어나고 있습니다. 연꽃을 본 검은 개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자작나무를 다듬어 조그만 배를 만들고, 피리를 손질하고, 등불을 밝힙니다. 바로 그 시각, 강아지 한 마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공원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친구와 함께 걷던 길인데 오늘은 강아지 혼자입니다. 다시 홀로 기차에 오른 강아지는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봅니다. 친구와 함께 여행 가던 날 탔던 바로 그 기차 안이지요. 바깥은 노을이 붉게 번져 가는 저물녘, 차창에 비친 강아지의 얼굴이 쓸쓸합니다. 기차에서 내린 강아지는 멀리서 비치는 푸른 등불에 이끌려 검은 개의 숲에 도착합니다. 그 곳은 세상을 떠나는 개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신비한 숲입니다. 

 

나는 그냥 저쪽으로 가는 거야! 

<혼자 가야 해>는 반려견의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책입니다. 삶을 내려놓고 죽음의 세계로 향하는 강아지의 특별한 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 조원희는 공포의 대상인 죽음의 신을 과묵하지만 사려 깊은 검은 개로, 강아지의 순수한 영혼은 아름다운 연꽃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또한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공간을 푸른 안개가 감도는 신비한 숲으로 묘사했습니다. 검은 개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로 슬픔에 빠진 개들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영혼이 담긴 연꽃 송이들을 소중히 거두어 안고 강가로 향합니다. 이제 연꽃 송이들을 강물에 띄우는 시간, 개들은 강가에 준비된 각자의 배를 타고 새로운 세계로 떠납니다. 그런데 배에 오른 강아지 한 마리가 잠시 이쪽을 돌아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에는 친구를 향한 마지막 인사가 담겨 있습니다. '친구야, 슬퍼하지 마. 난 그냥 저쪽으로 가는 거야.' 강아지는 다시 고개를 돌립니다. 그리고 힘차게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혼자 가야 해>는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슬픔이 아닌, 따스한 위로를 전합니다. 죽음은 영원한 상실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라는 것을 강아지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얼음소년>의 작가 조원희의 아름다운 배웅 

<혼자 가야 해>는 2009년에 가장 주목받은 데뷔작, <얼음소년>의 작가 조원희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진지한 주제 의식에서 아름다운 서정을 길어내는 조원희 특유의 투명한 그림체가 빛납니다. 검은 개의 숲은 푸른 색을 주조로 신비하게, 마지막 배웅을 하는 강가는 새벽녘 먼동의 붉은 색을 주조로 아련하게 표현했습니다. 작가는 팔 년 동안 함께했던 반려견 자니윤을 추억하면서 <혼자 가야 해>를 오랜 시간 다듬었습니다. 담담해서 더 눈부신 강아지의 마지막 모습에서 소중한 친구를 아름답게 배웅하려는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2012

출판사 책 소개:

작고 소중한 것에 대한 감성적인 그림책. 

독특한 캐릭터와 기법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책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는 독특한 캐릭터의 아저씨와 아줌마의 숲속 이야기입니다. 근육 덩어리인 아저씨와 걷기도 힘든 뚱보 아줌아는 낯설고 무서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보는 사람들이 선입관을 갖을 수도 있지만 마음만은 아주 소박하고 착한 사람들이지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겉으로 보여 지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경계심을 버리고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게 대한 내면의 마음을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저씨와 아줌마는 숲속에 사는 새들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개미들과 같이 숲속에서 공생하면서 서로의 삶을 이해해 주고 감싸주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은 미소를 짓게 합니다. 어쪄면 우리의 모습이 너무 외향적이고 이기적인에만 집착하고 있어 이렇게 소박하고 작은 것에 대한 감동의 정서가 메말라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작지만 주변의 소중하고 지켜주어야 될 것들을 같이 나누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빨 사냥꾼, 2014

출판사 책 소개:

한 아이가 꿈을 꾼 후에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조용한 초원이었지요. 스스슥, 구둣발이 풀을 밟는 소리와 함께 사냥꾼들이 나타났습니다. 초원을 살피는 망원경 속에 사냥감이 들어옵니다. 벌거벗은 회색 피부의 커다란 아이. 사냥꾼들은 일제히 달려가, 탕탕! 수십 발 총으로 사냥감을 쓰러뜨립니다. 가물가물 의식을 잃어 가는 사냥감의 눈에 사냥꾼들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사냥꾼들은 코끼리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사냥꾼들이 갖가지 연장을 동원해 아이의 엄니를 뽑아냅니다. 거대한 엄니가 밧줄에 묶여 옮겨진 곳은 이빨 시장. 그렇게 약탈한 엄니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그곳에서 엄니들은 등급과 가격이 매겨지고 상인들에게 팔려 나갑니다. 상인들은 엄니를 쪼고 다듬어 조각품을 만들고, 담배파이프와 지팡이, 촛대와 같은 갖가지 장식품을 만듭니다. 도시의 화려한 상점에 진열된 장식품들은 세련된 신사 숙녀들에게 다시 팔려 나갑니다. 체크무늬 코트를 입은 중후한 신사가 파이프를 하나 샀습니다. 그가 만족스레 피워 문 담배 연기는 자욱하게 퍼져 가고, 연기 속에서 아이는 꿈이 깹니다. 이상한 꿈, 이상하고 무서운 꿈. 아이는 너무나 무서워 꿈을 깬 뒤에도 눈을 뜨지 못합니다. 그때 어른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깨에 커다란 코끼리 엄니 - 상아를 하나씩 둘러멘 사냥꾼들의 행렬. 그 속에서 아이는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 줘야겠어. 이상하고 무서운 이빨 사냥꾼 이야기를…….’ 아이가 돌이켜보는 꿈 속 장면 저편으로 총을 둘러멘 이빨 사냥꾼 하나가 멀어져 갑니다. 초원에서, 부모를 잃은 아기 코끼리 한 마리도 쓸쓸히 멀어져 갑니다. 이상하고 무서웠지만, 아이는 그저 꿈을 꾼 것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말 꿈. 그러나 아이는 그 꿈이 잊히지 않길 바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무서운 꿈과 지독한 현실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사무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12만여 마리 코끼리가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들에게 살해되었습니다. 하루에 85마리 꼴. 그렇게 17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이빨 사냥의 현장을 영국 BBC의 아프리카 특파원 나타샤 브리드는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코끼리 ‘마운틴 불’은 등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모로 누워 있었다. 덫줄을 밟자 머리 위에서 떨어진 창날이 척추에 내리꽂힌 모양이었다. 죽은 코끼리의 얼굴에서 엄니가 사라져 있었다. 마운틴 불이 쓰러지자 근처에 숨어 기다리던 밀렵꾼이 달려 나와 아름다운 우윳빛 엄니를 칼로 도려낸 것이 틀림없었다. 코끼리는 마지막 숨이나마 고이 쉴 수 있었을까?” -BBC 뉴스매거진 2014년 6월 1일자 기사 [The elephants’ graveyard: Protecting Kenya’s wildlife]- 

 

이야기 속에서 아이가 꾼 악몽이 코끼리들에겐 고스란히 지독한 현실인 것입니다. 나의 악몽과 너의 현실 사이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너의 고통을 잠시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곧 너가 될 수 있으며, 악몽은 곧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꿈과 현실, 그리고 나와 너의 사이 

이야기는, 예술은, 그 사이를 이어 줍니다. 아니, 이야기와 예술은 그 사이를 이어 주어야 합니다. 그 ‘꿈’이 길몽이든 악몽이든, 그 ‘너’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럴 때 우리는 위로받고 각성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야기와 예술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는 왜 그런 꿈을 꾼 걸까?’ ‘어째서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걸까?’ ‘어른들은 왜 이빨 사냥에 나선 걸까?’ ‘먹거나 입거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코끼리이빨이 꼭 필요한 걸까?’……. 이 그림책이, 무서운 꿈을 꾸고 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게 될까요? 나타샤 브리드는 위의 같은 기사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나는 한 무리의 코끼리 가족을 눈물을 흘리며 지켜본 적이 있다. 그들은, 너무 약해서 서 있을 수도 무리를 따라갈 수도 없는 새끼를 두고 떠나야만 했는데, 얼마 뒤 그들이 돌아왔을 때 새끼 코끼리는 목숨이 끊긴 뒤였다. 코끼리들은 죽은 새끼를 빙 둘러싼 채 창백한 회색 몸뚱이를 섬세한 코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따뜻함과 슬픔이 가득한 그 모습은 내가 경험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이것은 단지 코끼리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이빨 사냥꾼》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중요한 문제, 2017

출판사 책 소개:

문제는 동전 크기만 하게 시작되었다. 

수영 강사 네모 씨에게 문제가 생겼다. 정수리에 동전만 한 원형탈모가 시작된 것. 안 빠져 본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보기 싫은지, 얼마나 기분 나쁜지. 더구나 네모 씨는 직업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 불안을 안고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말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반드시 처방대로 따르세요.” “네, 선생님.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네모 씨의 투병이 시작되었다. 통풍이 중요하다니 모자를 벗었고, 땀나는 운동을 하지 말라니 자전거 출퇴근도 새벽 달리기도 등산도 그만두었다. 뜨거운 목욕 대신 미지근한 샤워를 했고, 아끼는 강아지도 멀리 했으며, 검은색 음식을 열심히 먹었다. 커피와 초콜릿은 빼고. 하루 3번 식후 30분에 약을 먹고 2시간마다 연고를 발랐으며, 틈나는 대로 두피 마사지를 했고 일주일에 2번 침을 맞으러 갔다. 시원한 맥주는 당연히 끊어야 했다. 의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해요!” 

 

바윗덩이만큼이나 커져 버린 문제 

하지만, 스트레스라는 것이 안 받으려 한다고 안 받아지는가? 점점 늘어나는,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속에서 스트레스는 오히려 쌓여만 간다. 네모 씨는 좋아하는 개그 프로를 보면서도 웃지 않게 되었다. 회원들이 웃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귀엽던 아이들도 이젠 귀찮기만 하다. 머리 모양을 바꾸어 보고 가발을 골라 보기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이 머리카락은 자꾸 빠져만 간다. 도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진짜로 중요한 건 도대체 무엇인가? 

이야기 이론의 대가 로버트 맥기에 의하면, 이야기란 ‘문제 상황을 만난 주인공이 깨어진 삶의 균형을 되찾으려 투쟁하는 과정의 기술’이고, “좋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위기를 겪지만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으로 변화시켜 원하는 것을 얻”으며, 거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생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네모 씨는 ‘탈모’라는 문제 상황에서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긍정으로 변화시켜 삶의 균형을 얻을 것이며, 우리는 그를 통해 인생의 어떤 측면을 발견할 것인가. 물론, 이 모든 것을 주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작가다. 특유의 대비가 강한 원색 그림으로 이야기를 펼쳐 가던 작가는 네모 씨의 위기가 극대화한 순간, 명암의 대비가 극대화한 장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깜깜한 거실 바닥에 환한 빛이 드리워져 있고, 반쯤 열린 문으로 그 빛을 뿜어내는 욕실의 욕조 가장자리에 네모 씨의 한쪽 팔이 걸쳐 있다. 네모 씨가 뜨거운 욕조 물에 몸을 담근 것. 안 되는 줄 알지만, 그냥 하고 싶었으니까. 도대체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이란 말인가! 

 

문제는 이렇게 끝났다. 

따뜻한 물속, 기분 좋게 흔들리는 물결을 느끼며 네모 씨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냉장고의 시원한 맥주를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좋아하던 것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당연하게 해 왔던 것들. 새벽 달리기, 자전거,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 한 조각, 복슬복슬한 강아지의 감촉...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머리카락과, 아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박한 일상. 네모 씨는 면도기를 들어 머리를 밀어 버린다. 아니, 그가 밀어 버린 것은 집착이리라. 그리하여 오랜 만에 환한 웃음을 되찾는다. 되찾은 것이 그뿐일까. 코미디를 보며 깔깔대는 즐거움, 일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귀여운 아이들...

 

동구관찰, 2018

출판사 책 소개:

가슴이 따뜻해지고 유쾌해지는 책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문제되지 않고, 서로를 향한 익숙한 모습이 오히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책 고양이에게는 동구는 항상 함께 있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너와 내가 다르지만 그 모습 그대로 의미가 있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고양이의 애정 어린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다 다르지만 모두가 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둘의 자연스럽고 우정 어린 모습을 통해 가슴 깊이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를 차별하지 않고 더불어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양이에게는 동구의 모습이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동구와 늘 함께하다 보니 어느새 둘은 너무나 닮아 있기까지 합니다. 

 

동구가 다시 웃는다. 

나는 동구가 웃는 게 좋다. 동구와 고양이의 시간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감동을 더해 줍니다. 둘 사이의 끈끈한 교감과 유대감은 유쾌하고 개성적인 그림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돌아보게 해줍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더 나아가 조금의 불편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웃어넘길 수 있는 세상, 더 나아가 진짜 친구가 되어 주는 것, 그런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진정 행복한 세상일 것입니다.

 

콰앙!, 2018

출판사 책 소개:

표지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

정말 똑같이 소중한가요? 《콰앙!》의 앞표지에는 아이가, 뒤표지에는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아이도, 동물들 모두 길을 건너고 있다. 제목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두 표지는 큰 사고가 나기 직전으로 보인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아이와 동물들이 놓인 처지는 다르다. 아이는 횡단보도 위에 서 있지만, 동물들은 아무 보호 장치도 없는 차도를 가로지른다. 아이와 동물들은 정면을 보고 있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이렇게 묻는 듯하다. “누구를 구하고, 누구를 버릴 건가요?” ‘타인의 생명, 기쁨, 상처와 아픔은 나의 그것과 같은 가치와 무게를 지닌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배워 왔고, 또 가르쳐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누군가의 생명은 덜 가치 있고, 누군가의 상처는 덜 아플 것이라고 그 경중을 따져 가며 순위를 매기고 있지는 않은가? 《콰앙!》은 이러한 의문이 담긴 거대한 비유이자 상징이다.

 

파란 얼굴의 사람들

지금, 우리의 민낯 이야기에 등장하는 행인들은 모두 파란색으로 표현된다. 어린아이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행인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하지만, 그 뒤에 로드킬을 당한 아기 고양이를 바라보는 행인들의 얼굴에는 차가운 무관심만 묻어날 뿐이다. 두 장면에 쓰인 파란색은 행인들의 표정에 따라 마치 다른 색처럼 느껴진다. 또한, 이들의 태도와 시선 역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작가는 반복적인 구성과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을 통해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한편, 작고 약한 존재들을 외면해 왔던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성찰하고 생각하게 한다. 《콰앙!》 속 행인들의 푸른 얼굴은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민낯을 마주하게 하는 장치다. 작고 나약한 존재들에 대한 외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위로 《콰앙!》은 우리 현실의 냉혹한 면만을 담아낸 작품은 아니다. 말없이 흩어지는 행인들 속에서 나타난 어떤 아이는 자리를 떠나면서도 다친 아기 고양이에게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깜깜한 밤, 어디선가 나타난 큰 고양이는 여전히 도로 위에 쓰러져 있는 아기 고양이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온다. 아이의 걱정스러운 시선 한 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큰 고양이의 세찬 발돋움은 모두의 외면 속에서도 피어난 작은 위로인 셈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작고 약한 존재들을 지나치지 않으려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는 이들에게도 주목한다. 너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변명으로, 세상에는 너의 상처나 아픔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상처 입고 소외당하는 이들에게 《콰앙!》은 애틋하면서도 잔잔한 희망을 전달해 준다.

 

여전히 위험한 도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야기 말미에는 아기 고양이의 목덜미를 문 채 도로를 가로지르는 큰 고양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 옆으로는 거대한 트럭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다. 붉은색으로 가득 찬 배경과 더불어 이 장면은 독자에게 불안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긴다. 그러면서도 슬픈 이야기가 다시 시작될 것만 같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문장처럼 불안정한 이 장면은 우리의 이중적인 잣대와 시선, 경중을 따져 선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태도가 계속 된다면 약하고 소외당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비극이 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콰앙!》의 결말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계속해서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우리와 우리의 현실이 좀 더 행복한 결말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앗! 줄이다!, 2018

출판사 책 소개:

 <앗! 줄이다!>는 제1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작입니다. 여러 수작들 중에서도 조원희 작가의 <앗! 줄이다!>는 이견 없이 모든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입니다. “… <앗! 줄이다!>는 모두를 한 줄로 세우거나, 한 줄에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하는 지금의 교육과 세상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게 하는 주제도 훌륭하지만, 그런 주제 의식을 그림책 문법에 맞게 잘 녹여 내어, 보는 즐거움과 일말의 교훈 그리고 ‘앗!’ 하는 발견과 경탄을 하게 하기에 손색 없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심사평에서도 언급했듯, <앗! 줄이다!>는 다소 꺼내기 어려울 수 있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쉬운 언어와 간결한 그림으로 표현해 모두가 읽을 수 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승화한 그림책입니다.

 

혹시 줄다리기를 하고 계신가요?

이야기는 땅에 떨어져 있는 기다란 줄에서 시작됩니다. 한 아저씨가 회사에 가던 길에 줄을 발견하곤 무심코 당겨 보는데… 의외로 홱 끌려가자 뭔진 몰라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힘껏 줄을 당기게 됩니다. 부동산 가는 길이던 아줌마는 집값과 관련된 일일까 싶어 줄에 매달리고, 헬스장 가던 청년은 어떤 자세가 근육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할지 고민하며 줄을 당기고, 소개팅하러 가던 아가씨는 줄을 당기고 있는 청년이 맘에 들어서, 바둑 두러 가던 할아버지는 젊은이들이 하는 일에 자기만 빠지고 싶진 않아서 줄줄이 영문도 모른 채 줄에 매달립니다. 그야말로 단박에 커다란 순무 옛이야기가 생각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입니다. 이쯤 되면 이 줄다리기를 마주한 아이의 능청맞은 물음이 확 마음에 와 닿습니다. “왜 줄을 당기고 있어요?” 이유가 단순한 짐작이든, 한때 부리고 싶던 오기든, 누구나 다 자기만의 이유를 갖고 줄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는데, 실은 이들이 하려 했던 일이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줄에 매달린 본인조차 잊은 듯합니다. ‘무엇을 위해 줄을 당기나요?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나요?’ 무심히 흘려 넘기기엔 <앗! 줄이다!>의 잔상이 제법 진하게 다가옵니다.

 

발걸음은 가볍게, 마음은 즐겁게 하는 주문, 싹둑!

줄을 당기다 이내 재미없어진 아이는 줄을 가지고 한바탕 신나게 한바탕 놀아 봅니다. ‘이런 게 훨씬 재미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결코 즐겁지 않아 보이는 일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공연히 편가르기까지 하는 사람들을 만나 시무룩해졌던 아이는 이내 친구네 집에 가는 길이었던 걸 떠올리곤 아주 깜찍한 생각을 해 내기에 이릅니다. 싹둑! 아이의 가위 하나에 힘없이 잘릴 줄인데, 왜 사람들은 줄을 자기 쪽으로 더 당겨오지 못해 안달이었을까요. 이 담백하고 통쾌한 반전과 결말 앞에 다시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싹둑’ 과감히 잘라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미움, 2020

출판사 책 소개: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어느 날 나는 한 아이로부터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듣는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지 말도 안 해 주고 가 버린 그 아이를 보며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숙제를 하면서도, 신나게 놀면서도, 목욕을 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그 아이를 미워했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쉬지 않고 미워했다. 미움은 점점 자라 점점 힘도 세지고 커졌다. 드디어 내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이 이상한 기분은 뭐지? 나는 언젠가 팔에 부스럼이 났을 때를 떠올리며 그 아이를 미워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중요한 결심을 한다. 

 

미워하고 미워하고 또 미워하다 보니 알게 됐어!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우리는 흔히 ‘미움’에 대한 감정을 부정으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안 된다.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다.’ 이 말 속에는 미워하는 마음은 안 좋은 거니까 하지 않는 게 좋다, 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근데 정말 그럴까? 어느 날 누군가에게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란 말은 들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는데.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 <미움>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무엇일지, 미워하는 마음이 계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움이란 감정을 고스란히 파고들며 미움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아간다. ‘나’는 미움을 통해, 미움을 키우며, 미움 속에 갇혀 버린 세계를 경험하며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된다.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마음속의 섬세하고 오묘하고 애매한 감정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내 마음이 진짜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너는 지금 나를 미워하고 있을까? 

‘미움’을 따라 떠나는 ‘내 마음’ 들여다보기 

조원희 작가는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수상작 <이빨 사냥꾼>을 비롯해 <얼음 소년> <중요한 문제> 등 늘 독특한 주제를 자기만의 감수성과 빛나는 사유에 녹여 개성 넘치는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다. 이번 신작 <미움>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아이건 어른이건 누구나의 한 번쯤 마음속에 지독하게 품고 지나갔을 미움이란 감정에 대해 탐구한다. “누군가를 몹시 미워하다가 잠이 든 적이 있습니다. 누구였는지는 잊어버렸지만, 괴로웠던 감정은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미움>은 그때의 마음을 그린 책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누구를 미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괴로웠던 감정은 오래 남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감정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왜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그런 감정을 쉬이 멈출 수 없는 걸까? <미움>에는 화가 잔뜩 난 싸움도 없고, 웃으며 하는 화해도 없다. 어느 날 ‘나’의 마음에 꽂힌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단 한마디로 시작된 미움이란 감정에 온 마음을 집중한다. 그리고 마음 아주 깊은 곳까지 들여다본다. 감정의 표현을 두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집중해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표현한 작가의 연출은 이 책이 던진 질문에 몰입하게 만든다. 온전히 미움에 집중하는 ‘나’와 그런 내가 미움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마음을, 왜 그런 이상한 말을 했는지 모를, 나의 미움의 대상이 되어 버린 그 아이에 표정만 봐도 답을 알 수 없는 둘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 그 모든 것의 주인은 나라는 걸 보여 준다. 내 마음도, 내 감정도,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인은 나뿐라는 걸!

 

우리집은, 2021

출판사 책 소개:

“우리 집, 진짜 좋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작은 트럭에 짐을 싣고 한 가족이 이사를 왔습니다. 방 둘에 거실 하나, 아담한 집 대여섯 세대가 복도를 공유하는 작은 아파트. 엄마랑 아빠랑 동생이랑 네 식구가 새로 살게 된 ‘우리 집’에서 아이는 마냥 행복합니다. 예전 집엔 없던 식탁에서 다 같이 밥을 먹고, 여름이면 몹시 더웠던 예전 집과 달리 현관문만 열어 두면 바람이 잘 통하는 거실에서 다 같이 잠을 자고, 욕조가 있는 화장실에서 아빠랑 동생이랑 셋이서 목욕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복도에서는 옆집 할머니와 함께 상추랑 깻잎을 키우고, 옆옆집 빨랫대에 널어놓은 진짜 작은 아기 양말을 볼 수도 있습니다. 심심할 땐, 눈이 마주치면 내 몸짓을 따라하는 앞 동 맞은편 집 귀여운 아기랑 한참 장난을 칠 수도 있지요. 게다가 가끔 찾아와 기웃거리는 복도 끝집 강아지와, 뛰어서 계단을 내려가도 따라잡을 수 없이 엄청 빠른 엘리베이터도 있고, 동생이랑 금방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학교도 있으니, 아이는 ‘우리 집’이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친구들에게 말합니다. “우리 집 진짜 좋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돌아온 대답은, 

 

“너네 집 3단지잖아. 거긴 임대아파트야. 임대가 뭐가 좋아!” 

마냥 웃던 얼굴이 굳은 채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임대가 뭐야?” “빌려준다는 뜻이야.” “그럼 여기 우리 집 아니야?”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부모의 심정이란... 그러나 엄마는 대답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으면 우리 집이지.” “임대에 사는 건 부끄러운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엄마는 우리 집 엄청 좋은데, 너흰 싫어?” 엄마의 품에 꼭 안긴 아이들이 다시 웃습니다. 행복한 아이는, 치킨 봉지를 들고 씩씩하게 귀가하는 아빠를 맞이하며 세상을 향해 말합니다. “사람들은 몰라. 우리 집이 얼마나 좋은지.” 고소한 치킨을 나누어 먹으며, “나는 알아.” 다 같이 복도에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알아.”... 옥상 위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복도에는 아기를 안아 재우느라 서성거리는 옆옆집 아빠의 발소리가 정답습니다. 

 

우리는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사람들은 취향이나 가치관, 직업과 일터, 경제적인 형편 같은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 다른 집에서 삽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든 집의 의미는 다르지 않겠지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살아갈 힘을 얻는 곳’. 그것이 바로 ‘집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집의 무엇에 집착하고 있을까요? ‘부의 표상’? ‘신분의 증거’? ‘투자 대상’?... 저마다의 집에서 이웃과 더불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보다 어느 동네 몇 평짜리 집에 사는지, 집을 사고팔아 얼마를 벌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래서 단지와 단지 사이에 담장을 치고, ‘임대 아이들’과 섞이지 않게 학교를 배정해 달라 민원을 넣고, 내 집 근처에 ‘장애인학교’ 짓지 말라고 시위를 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평수’로 친구를 구분하는 아이들이 책 속에만 있지 않은 현실이니,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어른 많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우니까요. 

 

“우리 집, 진짜 좋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세상의 문제들이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집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으면 우리 집이지.” “부끄러운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그럴 때 아이들은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집은, 식구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 수 있어서, 진짜 좋아!” 본질에 충실한 집. 그 집으로, 열심히 일하며 조금씩 행복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아빠가 치킨 상자를 들고 씩씩하게 걸어오고 있습니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숲,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호수, 2022

 

출판사 책 소개:

2012년에 처음 소개되어 강력한 매력을 보여 준 두 인물,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가 더욱 풍성해진 이야기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숲』은 2012년 출간된 초판을 다듬어 정갈하게 담았고,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호수』는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조원희 작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인물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평온한 호흡으로 ‘공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호수』 

어느 이름 모를 숲속 호수에 뚱보 아줌마가 수영하러 옵니다. 호수 앞에 서서 물에 한 발 들여놓을 때까지 뚱보 아줌마의 준비 운동은 4장면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몸동작을 연결해 보여 주는 그림의 긴밀한 호흡 덕분에 아줌마가 어떤 성품의 사람인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뚱보 아줌마는 물고기들 놀랄까 봐 조심조심 물에 들어가고, 물에 빠진 개미를 건져 주거나 물고기 간지럽히기를 좋아합니다. 물 밖으로 얼굴만 내놓거나 물 위에 가만히 떠 있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렇게 가만히 떠 있는데, 잠깐 쉬어 가도 되냐며 수달이 말을 겁니다. 그럼 또 뚱보 아줌마는 가만히 수달 떼에게 배를 내어 줍니다. 다 함께 느긋한 때에 급한 일이 생긴 듯 근육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근육 아저씨에게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 것 같으면 뚱보 아줌마는 거대한 체구를 성큼 움직여 물살을 시원하게 가릅니다. 마치 하늘과 물과 하나가 된 듯한 뚱보 아줌마의 붉은 몸은 이야기와 함께 넘실거리며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 냅니다. 이 작품은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숲』에서보다 좀 더 강인한 뚱보 아줌마의 면모를 비춥니다. 숲 편에서 근육 아저씨의 우직한 배려를 받았던 뚱보 아줌마는 호수 편에서는 역으로, 듬직하게 아저씨를 받쳐 줍니다. 두 작품은 이처럼 서로 긴밀하게 역할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숲』 

어느 이름 모를 숲에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가 서 있습니다. 둘이 어떤 사이인지, 어디에 사는지, 하루 중 어느 때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흔히 아주 간편하게 묻고 답하는 기본 정보가 여기엔 없습니다. 그림책은 곧바로 아저씨와 아줌마가 무얼 좋아하는지부터 시작합니다. 아저씨는 울룩불룩한 근육에 새들 무등 태워 주기를 좋아합니다. 다친 아기 새를 치료해 주고 아기 새가 얼른 나아 날 수 있도록 날기 연습을 도와줍니다. 아줌마는 개미를 밟을까 봐 뒤뚱뒤뚱 걷다가 아예 개미가 지나갈 때까지 멈추고, 개미가 잠들 때까지 기다려 주다가 자기가 먼저 잠이 듭니다. 큰 어른들의 예상 밖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글은 담백하게 이야기 진행에 꼭 필요한 몇 마디만 전하는데, 나머지는 모두 그림이 만들어 냅니다. 아저씨의 눈짓, 턱 모양, 어설프게 달려오는 모습, 새의 고갯짓과 아줌마가 잠든 풍경, 개미가 날라다 준 연두색 이파리들이 다정다감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이야기를 성큼성큼 끌고 갑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감각적인 붉은 몸과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물들의 태연함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감상하는 내내 기분 좋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자연스러운 어울림, 멋진 공생의 공간 

숲에서, 호수에서,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는 새를 만나고 개미를 만나고 물고기를 만나고 수달을 만납니다. 둘은 같이 숲속에 도착하거나 집으로 돌아가거나 하지만, 숲과 호수에 있는 동안에는 따로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만나며 시간을 보냅니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두 사람은 자연의 생명들과도 그렇게 함께합니다. 서로의 자연스러운 습성은 존중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바로 몸을 움직여 도와주는 것. 가끔의 실수나 농담과 부탁이 너그럽게 받아들여지는 따듯한 공기. 그래서 이 그림책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은 편안하게 자기를 드러내고,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습니다. 꾸밈없이 자연스레 어울리며 서로를 반짝거리게 만듭니다. 이 그림책은 멋진 ‘공생’의 공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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