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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Crowther 키티 크라우더 본문

관심사/그림책 작가

Kitty Crowther 키티 크라우더

붓프레스 2022. 8. 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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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 크라우더(1970년 4월 4일 ~ )는 벨기에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동도서 작가이다. 그녀는 벨기에 브뤼셀의 우클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현재 그들의 두 아들과 함께 블랑몬트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브뤼셀에 있는 생룩 연구소에서 그래픽 아트를 공부했다.그녀는 주로 프랑스어로, 가끔 네덜란드어로 일하며, 2010년까지 35권의 책을 직접 창작했으며, 칼 노라크, 바트 모야르트, 툰 텔레겐의 작품과 같은 다른 사람들의 책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녀는 1994년 '나의 왕국'으로 데뷔했다. 키티 크라우더는 어린 시절 선천적인 난청으로 다섯 살이 넘어서야 말문이 트였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책의 세계로 이끌었고,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게 했다. 어린 시절 가장 좋은 친구였던 책과 이야기는 작가의 길로 이끌었고, 깊은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상상의 힘은 작품의 단단한 초석이 되며, 사람들과 깊게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와 울림을 전하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2003년과 2005년 은색 펜슬상과 클라인 두든하트 상을 수상하면서 더 많은 인정을 받았다. 2010년에는 스웨덴 예술 위원회가 주관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받았다. 배심원단 표창장에서 그녀는 "선의 달인이지만 분위기의 달인"으로 묘사되었다.


그림책 작품

1994, 나의 왕국

출판사 소개:
키티 크라우더의 첫 번째 작품. 모노톤의 차분한 색조와 생명력이 살아 숨 쉬는 선에 순수하고 강렬한 감정을 담아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의 상징과 은유 속에 아이와 어른, 모두의 성장을 따뜻하게 그리며, 곤경에 빠진 작은 주인공에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

내게는 두 이웃이 있어.
왼쪽에 사는 도미니크 여왕은 심술궂고 변덕이 아주 심해.
오른쪽에 사는 패트릭 왕은 매우 거칠고 화를 잘 내지.

아이는 언덕 꼭대기 작은 집에 삽니다. 아이 집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 언덕에 두 이웃이 삽니다. 도미니크 여왕과 패트릭 왕이지요. 그런데 두 이웃은 날마다 싸웁니다. 작은 집 위로 무시무시한 물건들이 마구 날아다니고, 아이는 숨을 죽여야 합니다. 정말이지 이웃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평화롭게 지낼 방법은 없는 걸까요? “어리석은 짐승 같으니라고! 당장 네 집으로 꺼져!” “뚱보 암소, 못된 거인 같으니라고! 너나 꺼지라고!” 어느 날 도미니크 여왕이 아이 집에 찾아와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고 하더니, 싸움을 시작한 건 패트릭 왕이라고 합니다. 잠시 후 패트릭 왕이 찾아와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고 하더니, 싸움을 시작한 건 도미니크 여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두 이웃은 아이의 집에서 싸우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엄청난 공포와 불안을 느끼지만, 두 이웃은 아이의 상처를 보지 못합니다.

이 책은 곤경에 빠진 작고 어린 주인공에게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용기를 주며, 내면의 상처에서 벗어나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도록 돕는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의 상징과 은유로 자연스럽게 이혼 가정의 상실이 그려지며, 아이는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한다. 아이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부모(어른)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책임 속에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어른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1995, Va faire un tour
1996, Mon ami Jim
  • 1997: Copain des peintres: La Boîte à idées des artistes en herbe, text by Geneviève Casterman
1997, Lily au royaume des nuages
2000, 나와 없어

2000, Trois histoires folles de Monsieur Pol
2000, Le scoop du sicle, text by Sophie Dieuaide
2000, 'Ce rat de Custer, text by Sophie Dieuaide
  • 2001: Le père Noël m'a écrit, text by Carl Norac
2001, Tout va très bien, madame la marquise by Paul Misraki, Henri Allum (aka Henry Laverne), Charles Pasquier, and Kitty Crowther
2001, Le Bain dElias
2001, Champions du monde, la vie heroique d'Antoine Lebic, text by Sophie Dieuaide
2002, De verjaardag van de eekhoorn by Toon Tellegen
2002,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

출판사 소개:
깜깜한 밤, ‘삭삭, 짹짹, 퐁퐁!’ 무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연못에 밤이 찾아오면, 아기 개구리 제롬은 무서워져요. 제롬은 문이 잘 닫혀 있는지 확인 하고 엄마를 따라 방으로 갔어요. 엄마가 옆에 있으면 무섭지 않아요. 제롬은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잘 준비를 합니다. 엄마가 단추는 채워 줘야 하지만 잠옷도 혼자서 입을 만큼 다 컸어요. 제롬이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있는 엄마는 아빠가 동화책을 읽어 주러 올 거라고 말합니다. 아빠가 동화책을 다 읽어 주고 나면 엄마가 뽀뽀를 해 주러 한 번 더 제롬의 방에 찾아오지요. 엄마와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은 제롬은 어리광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안아 줘요, 엄마.” “뽀뽀해 주세요.” “뽀뽀하고, 또 안아 줘요.” 하지만 엄마는 언제까지 제롬과 함께 있을 수 없습니다. 거실 불을 켜 둔 채, 엄마 아빠의 방으로 돌아가지요. 마침내 제롬은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롬의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삭삭, 짹짹, 퐁퐁!” 도대체 누가, 어디서 내는 소리일까요? 제롬은 너무나 무서워 엄마 아빠 방으로 미끄러지듯 달려갑니다. 아빠에게 속삭이듯 이 엄청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빠는 별일 아니라며 제롬을 다시 방으로 데려갑니다. 그런데 또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제롬은 도망치듯 엄마 아빠 방으로 뛰어갑니다. 다시 한 번 아빠는 제롬을 방에 데려가 주고, 제롬은 또다시 엄마 아빠 방으로 가지요. 결국 제롬 때문에 잠을 설친 아빠는 제롬의 방에서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삭삭, 짹짹, 퐁퐁!” 소리가 난다던 제롬의 말을 믿지 않았던 아빠의 귀에 똑같은 소리가 들린 거예요. 아빠는 이 소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제롬을 깨우러 갑니다. 과연 제롬과 아빠는 소리의 원인을 찾아내고,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에서는 밤을 무서워하는 아기 개구리를 의인화 시켜, 잠자기 전 세수를 하고 이를 닦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재치 있게 보여 줍니다. 아기 개구리는 물속에 살기 때문에 집 안의 바닥은 온통 물로 가득하고, 거실의 등불들은 개구리의 발 모양, 개구리 알 모양과 꼭 닮았습니다. 액자에 걸린 그림은 개구리들의 먹이인 곤충 그림들이지요. 엄마 품에 폭 안긴 제롬은 누구보다 편안해 보입니다. 작가의 철저한 의도로 세밀함에도 지극히 단순해 보이도록 그려진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재미난 볼거리와 안정감을 함께 안겨 줄 것입니다.

감상:
밤에 혼자 자는게 무서웠던 경험은 누구나 어린 시절에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나 어른이 공감하기 쉬운 소재이다. 그렇지만 평범한 소재이기때문에 이야기를 엮기가 어려울수도 있다. 작가는 무작정 무서운 밤에 그치지 않고, "삭삭, 짹짹, 퐁퐁"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집어넣는다. 이 소리를 어른은 믿지않지만, 제롬은 계속 무서워 하면서 엄마 아빠의 방으로 향하게 한다. 결국엔 아빠도 그 소리를 듣게 되고 둘은 그 소리가 뭔지 찾으러 나가고 그 소리의 원인을 알게 되면서 평화롭게 끝난다. 실체가 없는 것은 두렵지만, 그 정체는 별게 아니라는걸 알게 해주고 두려움을 걷어준다. 더불어 아빠와 아들이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문제를 서로 화합하여 해결하며 평화롭게 잠드는 모습이 만족스럽다.

2002, Teri hate tua: L'epouvantable tortue rouge!, text by Jean-Francois Chabas

2003, L'Enfant racine

2003, La Princesse qui n'existait pas, text by Christian Oster

2004, Petits meurtres et autres tendresses

  • 2004: 365 histoires, comptines et chansons by Jacques Duquennoy, Rémi Saillard, Isabelle Chatelard, and Kitty Crowther



2004, Vingt-neuf moutons, text by Christian Oster

2005, La Visite de Petite Mort

2005, 대혼란

출판사 소개:
일상, 우정, 어지르기라는 뚜렷한 주제를 담은 이야기에 몽상적인 구성과 목가적인 그림들, <대혼란>은 ‘현대 그림책 장인’으로 평가받는 키티 크라우더답게 지극히 평화롭고 고즈넉하고 내밀한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가느다란 선으로 만들어내는 풍부하고 섬세한 데생에 한없이 다정한 글로 큰마음 먹고 집을 정리하는 에밀리엔의 엿새 동안의 시도를 펼쳐나간다. 뒤죽박죽 어질러진 집에 실바니아의 방문으로 시작하여, 막막함과 한숨이 드디어 결심으로, 그 씩씩한 정리 계획이 산책이나 물놀이로 미뤄지거나 지난하게 하지만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 친구에 대한 엄청난 발견으로 이어지기까지를 들려준다.
순수하고 매혹적인, 키티 크라우더의 우주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문 무질서 가득한 내면적이고 몽환적인 이야기.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낸 인간관계. 삶은 어디에 있을까? 어린이만큼 어른에게도 이야기하는, 독창적이고 때로는 익살스러우며 창조적인 그림책.

낮에는 질서가 필요하지만, 밤에도 그런지는 모르겠어. 난 잠을 자니까. 알 게 뭐야, 밤마다 물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닐지. 책, 가방, 우산, 편지, 찻잔, 찻주전자, 라디오, 뜨개바늘, 털실, 물뿌리개, 털모자, 목도리, 장갑 한 짝…… 여기저기 널린 물건들, 유쾌한 혼란이 춤을 추는 집에서 에밀리엔은 고양이 다게레오타이프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청소에 집착하는 친구 실바니아는 들를 때마다 꼭 집이 지저분하다고 지적한다. 실바니아를 못 만나게 될까 봐,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던 명상가 에밀리엔은 대청소를 하기로 한다. 후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시작해야 할까? 분류하고 정리하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한숨 쉬고. 드디어 대청소를 끝낸 에밀리엔은 실바니아를 부르러 가는데…….

세 가지 생활 방식. 삶은 어디에 있을까?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며 정리할 짬을 못 내는 에밀리엔과 반대로 지나치게 정리정돈을 하는 실바니아. 그 사이에 미크가 있다. 세 친구의 질서 혹은 무질서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정리하고 간직하고 아끼며 살아간다. 미크에게는 조그만 물건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을 지닌 사연의 조각들이고, 에밀리엔에게는 그리운 할머니를 다시 만나게 해 주는 소중한 추억이며, 실바니아에게는 싫증 나면 눈앞에 안 보이게 감춰두는 대상이다.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온종일 쓸고 닦으며 은연중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실바니아. 온갖 물건을 어질러 놓고 자유롭게 사는 에밀리엔. 뭐 하나 찾으려면 한참 걸리고 끝내 못 찾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그냥 다른 물건을 쓰면 되는데.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지. 에밀리엔보다 세 살 많은 미크. 삼 년 동안 먹은 밥, 밤에 꾼 꿈, 입 밖에 낸 어마어마한 말의 수만큼 현명한 걸까. 물건마다 그것을 발명해서 만들어 준 사람과 사연에 귀를 기울이니 그 어떤 물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의도된 몽상과 교차와 섞임…… 이야기는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에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고 물건의 일대기가 들어가고 꿈이 나오며 독특하게 전개된다. 정돈된 질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잠깐 이 특별한 무질서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곧 아주 편안하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익숙한 문법을 벗어나는 ‘낯섦’이 우리를 보다 이야기에 집중하고 파고들게 하며 동시에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내면적인 특성을 강화하는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그만 까만 존재들이 나타나서는 같은 공간에서 따로 또 같이 자기들의 세상을 향유한다. 잠을 자는 주인공의 머리맡에서 드라이어를 쐬고 라디오를 듣고 카드놀이를 하고, 온 집안을 헤집으며 청소를 하는 옆에서 부산스럽게 새로 나온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드디어 청소가 끝난 집에서 짐을 싸 들고 떠나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다시 세 친구 옆에서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이 까만 존재들은 보는 이에 따라 꼬마 악마일 수도 바퀴벌레일 수도 있는데, 크라우더는 이들을 “내면의 작은 악마들”이라고 설명한다. 이 작은 존재들은 평면적인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무질서 가득한 기묘한 세상으로 창조해 낸다. 자기들의 생활을 영위하는 또 다른 존재들, 하지만 그 세상은 세심하게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어 이질감 없이 두 세계가 합쳐지고 어우러지며 세계관을 확장한다.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평가할 수 있을까?

《대혼란》속에서 정돈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크라우더는 정돈하는 팍팍한 삶이나 몽상하는 어지르는 삶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여러 삶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와 지닌 물건과 지나온 시간과 내가 맺은 관계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얼핏 “정리하고 청소할 것이냐, 아니면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냐?” 질문을 던지는 것 같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대답은 그리 단순하지 않으며 무척 함축적이다. 각자 살아온 경험과 깊이만큼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을 뿐. 게다가 정리하는 게 꼭 비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저는 꽤 정리를 못 하는 사람이에요. 질서나 무질서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항상 놀라요. 그건 겉모습일까요, 자아의 연장일까요?” _키티 크라우더

서사가 풍부한 눈부신 그림들 “이 글은 어린 시절의 친구 라이니를 위해 썼어요. 그림도 없었고 출판할 생각도 없었지요. 책으로 만들 계획이 구체화하였을 때 이것저것이 끼어들고, 다른 어린 시절 친구인 미치가 나왔어요.” 크라우더는 이렇게 말했지만, 아주 눈부신 그림들이 나왔다. 세심하고 세련된 색연필화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장면들과 질서 또는 무질서의 장면들은 서정적이고 편안하고 아름답다. 사연이 가득한 영혼이 담긴 물건들, 작은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고, 무엇보다 페이지마다 조그만 까만 존재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삶은 어쩌면 에밀리엔이 풀밭 속을 거닐며 만들다 만 들꽃 표본 책을 마저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는 그 순간순간에 있지 않을까!

감상:
이 책의 주요 이야기는 정리정돈이 안되는 지저분한 에밀리엔과 늘 쓸고 닦고 지나치게 깔끔한 실바니아의 오해와 갈등, 해결인것 같다. 전개를 하면서 행동과 상황의 묘사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해준다. 에밀리엔이 읽는 한숨의 책 내용, 미크의 조약돌에 대한 이야기가 이야기 속의 이야기 처럼 다채롭다. 에밀리아가 실바니아의 비밀을 알게되고, 에밀리엔과 실바니아는 서로의 비슷한 점을 보게 되면서 갈등은 해결된다. 에밀리엔의 6일이 일기처럼 세세해서 실제로 등장인물들이 주변에서 살아숨쉬는 듯 하다.

2005&amp;ndash;2013, 포카와 민 시리즈

2006, Spinoza et Moi, text by Sylvaine Jaoui
  • 2006: Copain des peintres, text by Geneviève Casterman
2006, Les contes de l'armoire: Trente-cinq contes brefs by Pierre Mosonyi, Kitty Crowther, Eva Almassy, and Fanny Volcsanszky
2006, Les contes des magasins by Aliz Mosonyi, Kitty Crowther, and Eva Almassy

2006, Pas un mot, text by Nathalie Kuperman

2007, 내 안에 내가 있다, text by Alex Cousseau

출판사 소개:
나를 찾아 내 안으로 떠나는 놀라운 여행 “내가 되기 전까지, 난 내 안에 없었다. 다른 곳에 있었다.”
오래전, 어느 가수가 슬픈 목소리로 노래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또 어떤 드라마 속 인물은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 안에 너 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것도, 내 안에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도 부대끼고 불편한 일이다. 그것이 욕망이든 불안이든 사랑이든, 내 안을 가득 채운 것이 나 아닌 다른 무언가라면 우리는 결코 평안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흔들리고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내 안에는 오로지 나만이 존재해야 하고 왕처럼 든든히 버티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내 안에 내 자리를 찾아주는 일은 일생일대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그림책 『내 안에 내가 있다』는 심리 치유와 관련하여 자아 탐색의 서사를 풀어낸다. 이야기는 “내가 항상 나인 건 아니었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눈 쌓인 황량한 벌판을 헤매는 인물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채,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내가 항상 내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한 문장, 한 문장이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내 안을 헤매며 괴물을 만나고, 괴물과 대결을 벌인다. 스스로를 인식하고 내 안의 괴물을 맞닥뜨리는 일은 성장의 은유이기도 하고 심리 치유의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내면의 그림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온몸으로 부딪쳐 보기. 그러나 날마다 괴물을 만나 내기를 벌여도 승부가 끝나지 않고, 모든 것이 날마다 되풀이된다면 이대로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문제는 ‘말’이다. 언어란 이름을 붙이고 호명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서로 나누며 소통하는 것이다. 괴물과 끝도 없는 대결을 펼치더라도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진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말은 안에서 밖으로 뱉어지는 것이다. 마음을 털어놓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러나 괴물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고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꺼내어지지 않는다면 이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마침내 나는 괴물에게 먹히기로 결심한다.

마음으로 읽고, 몸으로 반응하는 그림책 키티 크라우더가 그려낸, 몸과 마음이 하나인 세계
이 책의 그림을 그린 키티 크라우더는 책을 펼치자마자 뼈와 근육으로 이루어진 인체 해부도를 등장시켜 독자를 기겁하게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안은 피가 강이 되어 흐르고 뼈, 근육, 장기로 이루어진 곳이다. ‘내 안(Dans Moi)’이라는 언어가 마음이나 정신 같은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영역을 떠올리게 할 때, 화가는 그 세계를 살아 숨쉬는 육체의 공간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단순히 정신적 영역을 강조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 우리의 몸은 피부 아래 근육과 혈관을 갖고 있으며, 신체는 물컹하고 축축한 장기와 단단하게 얽혀 있는 뼈로 구성되어 있지만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내 안에 내가 있다』는 마음으로 읽고 몸으로 반응하는 그림책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심리 치유의 이야기를 인체의 해부도와 함께 보여주는 것은 탁월해 보인다. 내면이란 나의 신체와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의 강이 흐르는 육체의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주인공이 마침내 입을 열어 온 세상을 불태워버릴 만큼 소리를 치는 것도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알다시피 소리를 지른다는 건 배에 힘을 주고 성대를 울리는 신체 작용이자 마음속에 꾹꾹 담아온 온갖 감정을 밖으로 터뜨리는 일이다. 소리를 지르고 모든 것을 불태워버린 끝에 우리는 괴물의 머릿속에서 구름 한 덩이를 발견한다. 누군가에게는 나쁜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이고, 그리고 누군가에는 편두통이기도 할 구름. 그런데 머릿속에 구름을 꽉 채우고 있던 괴물은 어쩌면 내가 아니었을까? 그동안 나는 나와 싸우고 나를 먹고 나에게 먹혀온 것이 아닐까? 이쯤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비밀 앞에 당도할 것이다. 그리고 비밀이 밝혀지면 내 안에 비가 내리고, 온갖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찰 것이다. 나는 이제 검은 망토를 벗고 왕이 되리라. 『내 안에 내가 있다』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쉽지 않고 자꾸 멈칫거리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싹하게 아름다운 키티 크라우더의 그림과 그 속에 담긴 비밀이 자꾸 들춰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겨가며 스스로의 내면으로 들어가 비밀을 만나고 싶은 어른들은 물론, 괴물과 물수제비뜨기, 세상이 태양처럼 불타는 광경에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어린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함께 읽는 동안 아이는 엄마에게, 엄마는 아이에게 다소 미심쩍은 눈길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같은 책을 읽고 있는 게 맞나?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은 원래 그렇게 읽는 것이니까.

감상:
'나'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 나는 스스로 결정하면서 살고 싶지만 내 안에는 그러면 안된다고 막는 적들이 있다. 그 가장 큰 적이 '괴물'로 상징된다. 나는 괴물을 늘 이기지만 내기에 진 대가로 잡아먹는 짓은 끔찍해서 괴물을 살려둔다. 서로 말이 없으니 괴물 안에 비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괴물에게 잡아먹힌다. 그러나 그 안은 내 안처럼 공허하다. 나는 드디어 분노하고 소리를 지른다. 감정을 표출하고 저항한다. 그제서야 괴물은 사라지지만 여전히 내 안은 불바다이다. 감정이 아직 타오르는 듯. 비밀을 알게되고 그것은 괴물의 머리 위에 있는 구름이다. 그 구름이 빠져나가자 내 나라에는 드디어 평안이 드리운다. 구름은 나의 어두움, 묵은 감정, 불안의 씨앗 등일 거라 생각한다.

2007, 구름을 삼켰어요, text by Gilles Abier
  • 2008: Alors?
2009, Petits poemes pour passer le temps by Carl Norac, Kitty Crowther, and Clestin
2009, 아니의 호수

출판사 소개:
호숫가 외딴집에 홀로 남은 여자, 그날이 그날인 일상, 깊은 외로움, 누군가에 대한 갈망……
영원할 것만 같은 어둠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잔잔한 화면 아래 소용돌이치는 격랑, 섬세한 울림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그림책.
시간을 초월하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빛을 찾아 떠나는 내면의 아주 아름다운 여행.

바람이 속삭였어요. “모든 게 거기에 있단다.”
물이 중얼거렸어요. “어디에든지 다.”
아니는 호숫가 높은 언덕 위에 살아요. 발만 겨우 보일 정도로 길게 내려오는 검은 원피스에 무표정한 얼굴, 아니는 슬프고 울적한 마음으로 자신처럼, 외따로 떨어진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지요. 엄마가 돌아가시고부터는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요. 아니는 혼자고, 아는 사람, 아는 행복한 사람이 없어요. 늘 세 개의 섬이 있는 호수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대하지만,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할뿐이지요.모든 게 지겹고, 늘 어둡고, 거의 웃지 않는…… 아니는 삶을 사랑하지 않았어요!

내면의 혼란을 딛고 다시 세상 속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로 전하는 아름다운 시간들
온기 없는 일상…… 검은 옷에 가둔 침잠의 시간들……, 폭풍우 치는 밤, 아니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세 섬이 있는 호수로 뛰어듭니다. 늘 바라만 보던 그동안의 주저함, 망설임, 두려움을 뒤로하고 자기와 같은 누군가를 기대하며…… 천천히 아주 아름답게 밑으로 밑으로 내려갑니다. 바닥 깊이 내려간 것은 더 높이 솟구쳐 오르기 위해서일까요? 커다란 두 눈이 뚫어지게 바라보며 엄청나게 큰 손이 느리게 다가옵니다. 마침내 호숫가 물풀 침대에서 깨어난 아니. 아니는 모든 게 달라졌답니다. 완전히 새로 태어났어요. 상쾌한 공기, 부드러운 햇살, 지저귀는 새들이 감각을 깨우고 마음을 열게 했지요. 아니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어요. 이제 아니는 호수의 거인들과 길을 떠날 거예요. 거인들에게 끔찍한 저주가 내리기 전에 바다로 가야 하거든요. 쉽지 않은 도전, 특별한 모험을 통해 아니는 거인처럼 웃고 상냥하고 따뜻해집니다. 마침내 행복을 찾은 아니와 거인 에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당신에게 마법처럼 다가오는 희망과 위로
늘 신화와 전설에서 이야기의 원천을 찾는 깊이 있는 작가 키티 크라우더는 《메두사 엄마》에 이어 이번에도 민담 스타일로, 마법에 걸린 거인, 문제를 해결하러 떠나는 길, 눈물 뒤에 마침내 얻어지는 사랑과 행복을 아름답게 그립니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전형적인 구조에 언제 본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의 삶을 건드리는 현대적인 이야기임을 독자들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의 시간은 반복되는 일상과 서툰 관계와 불쑥 솟는 외로움에 좌절하다가도 어떤 작고 사소한 계기를 부여잡고 다시 일어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렇게 지친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어 한참을 무겁게 가라앉히더니, 바로 희망과 사랑으로 부드럽게 부풀립니다. 키티 크라우더의 주인공들이 누리는 평화와 행복은 그냥 주어지는 평화가 아니라 밑바닥까지 추락해 한없는 절망과 아픔을 견뎌내고 얻는 행복입니다. 《아니의 호수》에는 지친 영혼에 전하는 근본적인 위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쌓은 진정한 관계, 서로에 대한 부드러운 응시, 상냥함, 다정함 이 모든 게 다 들어 있습니다.

약한 청력을 뛰어넘은 치열한 관찰, 보고, 느끼고, 상상하고,
사유하는 습관이 만든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

그림을 그릴 때, 나는 그 대상에 진정으로 내가 있으려고 노력해요. 어떤 나무를 그리면, 그 나무가 뿌리가 있고, 바람과 비와 햇빛을 받고 자란 걸 생각해요. 나는 아름다운 이 에너지를 최상으로 재현하려고 애써요. _키티 크라우더

마음을 감싸는 부드러움 속에 우직한 뚝심을 담은 키티 크라우더는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한없이 무겁게 시작하지만, 독자의 마음이 어두워질 무렵 곧 분위기는 마법처럼 확 바뀝니다. 호수 바닥에 닿고서 기절한 아니가 거인의 손바닥 위에 소중히 놓인 장면은 더없이 평화롭고 상냥하며 부드럽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화면에 밝은 레몬색 거인들이 환한 빛과 숨 쉴 공기를 불어 넣지요. 독자들은 주인공 아니와 마찬가지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좀 현실에서 벗어난 기분으로 시적인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물’에 눈을 뜨고 ‘장소’의 아름다움에 민감했던 키티 크라우더, 《아니의 호수》에서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새롭게 탄생시키는 ‘물’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물에 빠짐으로써 비로소 다시 태어난 아니, 하나의 캐릭터처럼 중요한 물은 잔잔한 호수부터 검푸른 바다까지 비취색 물빛부터 진한 청록색까지 화면 곳곳에서 투명하게 반짝입니다. 푸른 호수, 붉은 머리, 노란색 거인, 진홍빛 하늘 등 맑디맑은 색감과 부드러운 선은 더없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납니다. ‘움직임과 생산이 키워드인 세상에서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어떤 적요함을 전해주고 싶어’한 키티 크라우더, 《아니의 호수》는 마음속 깊은 위로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그림책입니다.

감상:
아니는 우울하고 혼자여서 외롭다. 자신과 닮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집 근처를 벗어난 적이 없다. 어느 폭풍우가 오던 밤, 아니는 더는 견딜 수 없어 호수로 몸을 던진다. 호수 아래로 내려가는데 큰 눈과 손이 다가오고 아니를 구해준다. 호수에 있던 세 섬이 세 명의 거인인걸 알게된 아니는 이전과는 다르게 활기와 기쁨이 넘친다. 자신만 아는 비밀이 생긴 것이다. 남들은 모르는. 소중하고 즐거운 비밀. 에밀, 틸, 바질이란 이름을 가진 세 거인은 저주에 걸려있었고, 아니는 기꺼이 도움을 주려한다. 세 거인의 짝을 찾기 위해 바다에 도착했지만 에밀은 짝이 없어 아니와 다시 호수로 돌아와야했다. 둘은 큰 슬픔에 잠겼지만, 에밀은 사실 혼자가 아니었다. 슬픈 인사를 하고서 아니는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한 남자가 배를 타고 다가온다. 에밀이었다. 둘은 서로를 품에 안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2010, Le petit homme et Dieu
2014, 메두사 엄마

출판사 소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줄 수 있는 엄마, 하지만 성장하는 존재의 숙명대로 아이의 눈길은 바깥으로 향하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품 안에 있을 수 있을까요? “아이는 어떻게 성장할까? 그 곁에서 또 엄마는?” “엄마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아이 덕분에 엄마로 만들어지는 것!” 우리 시대 모성에 대하여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모든 엄마들의 필독서! 신화적인 판타지, 상처받고 고립된 여성, 힘과 공포, 오래된 상징들……

“너는 나의 진주야. 내가 너의 조가비가 되어 줄게.” 무엇이 엄마를 만들까요? 아이 덕분에 메두사 엄마는 두려움을 이기고 세상 밖으로 나와요. 보름달 빛이 유난히 밝은 밤. 두 산파가 메두사의 집으로 바쁘게 향해요. 바야흐로 새 생명이 태어나는 엄청난 일이 시작되었거든요! 산파는 살아 움직이는 메두사의 기다란 머리칼과 실랑이하며 출산을 도왔어요. 마침내 메두사는 딸 이리제를 낳았지요. 이리제의 생활은 모두, 밥을 먹는 일도 첫 발을 내딛는 일도 다 메두사 엄마의 머리칼 속에서 이루어져요. 메두사 엄마는 이리제를 자신의 머리칼 속에 꼭꼭 품어 두지요. ‘이리제. 너는 나의 진주야.’ 하지만 이리제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이리제는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메두사 엄마는 이리제와 떨어질 수 있을까요?

아이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어른과 그 성 안에서 견고한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아이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그림책.
머리카락 속에 자신을 가두고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메두사 엄마. 이리제가 태어나면서 그 견고한 세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지요. 산파들의 도움으로 출산한 데 이어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마을 사람들에 둘러싸이니까요. 메두사에게 이리제는 고귀한 진주입니다. 자신은 그 진주를 지키는 조가비, 겉껍데기이지요. 사람 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일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메두사에게 이리제는 가장 큰 불안 요소입니다. 지켜볼 수 없는 곳으로 이리제를 보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지요. “부모와 자녀의 만남 역시 다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두 우주가 만나는 일이다. 한 우주가 다른 쪽을 잡아먹어선 안 된다.” _키티 크라우더 아이가 글을 읽을 때도, 놀이를 할 때도, 언제나 함께해야 마음이 놓이는 메두사는 자녀 주위를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을 이끌어 가려는 ‘헬리콥터맘’이나 아이 앞의 장애물을 먼저 나서서 제거하려는 ‘잔디깎기맘’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아이의 숙제부터 시작해서 대학 생활, 사회생활까지 모두 끌어안고 관리하려는 지나친 모성애를 일컫지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오히려 무엇엔가 결핍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타자와의 소통도 즐기지 못하고, 자기 욕구를 조절하는 법도 알기 어렵다고요. 양육은 늘 어렵고 정답이 없는 길이라지만, 아이는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혼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부족하진 않을까, 잘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늘 불안해하는 어른들. 현명하게도 메두사 엄마는 이리제를 위해 마음을 좀 놓아 보기로 합니다. 이리제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 거예요. 품에서 떠나보낸 아이를 그저 지켜보는 일이 엄마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을 애써 다스리며 내 아이를 믿어 주는 일 또한 지극한 사랑이라고 이 작품은 말해 줍니다.

외로운 섬처럼 자신을 가둬 두던 메두사,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성장하다!
《메두사 엄마》는 어린이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다른 책과는 다르게 엄마의, 어른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사람에 대한 심리적 방어막과 두려움 속에 자신을 꼭꼭 가두고 살아온 메두사. 키보다 더 길고 마법처럼 살아 움직이는 메두사의 ‘뱀 머리’는 혼자서 모든 세파를 감당해 온 그간의 외로운 시간을 한눈에 보여 주는 듯합니다. 산파들을 문 밖으로 밀어 내고, 이웃들에게서 이리제를 갑옷처럼 감싸 지키는 머리칼. 내가 원할 때, 언제나 나를 지켜준 머리칼. 하지만 이리제가 학교에 가는 첫날, 그 머리칼은 뜻밖의 장애물이 됩니다. “엄마를 보면 아이들이 무서워한다”며 따라오지 말라니! 내 시야 안에 아이를 둘 수도 없는데, 다른 가족처럼 아이를 데리러 갈 수도 없다니! 수업이 모두 끝나고, 이리제는 혼자 쓸쓸히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반가운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메두사 엄마가 두터운 장막을 걷어 내고 세상으로 나온 것이지요. 아이는 엄마를 통해 자라지만 거꾸로 엄마 또한 아이 덕분에 차츰차츰 성장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리제는 메두사 엄마가 조가비처럼 덮어 지켜야 할 진주이기도 하지만, 사실 엄마의 여린 속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잘려 나온 후 따뜻한 바다를 헤엄쳐 작가 어머니의 고향이 있다는 북쪽으로 향하는 뱀 머리카락들은 그 해답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상의 세계를 아름답게 그려 내는 일러스트레이터,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이야기꾼,
유럽 현대 그림책의 장인, ‘키티 크라우더’
《메두사 엄마》에는 면지부터 본문 곳곳에 해파리 이미지가 그려 있습니다. 프랑스어 ‘메두사(méduse)’가 해파리로도 해석된다는 점에서 착안했는데, 작가는 어렸을 적 해안가로 밀려온 해파리를 바다로 돌려보내려다 쏘인 경험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숱 많은 머리카락을 풀지도 못하고 그 안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는 메두사와 해파리가 어딘가 닮았다고요. “나는 이야기들이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요. 이야기들은 돌아와서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뿌리는 같아요.” _키티 크라우더 신화 속 메두사는 얼굴을 마주한 사람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입니다. 본래는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여신 아테나의 분노를 사 흉측한 괴물로 변해 버린 존재, 하지만 죽어 가는 순간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를 탄생시킨 존재! 상처받고 고립된 여성, 힘과 공포, 그 껍질 안에 깃든 아름다움과 경이로운 생명력……. 오래된 상징과 신화 속의 인물은 작가의 세심한 연출을 빌려 입고 오늘 우리에게 ‘모성’과, 아이와 어른을 통틀어,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성장’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보기에 아름다운 작품’ 이상의 강렬한 매력을 지닌 키티 크라우더의 ‘읽는 이야기’는 우리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줍니다.

감상:
메두사 엄마는 아이를 진주처럼 소중히 여기고 메두사 머리칼을 껍데기처럼 지켜주려는 엄마이다. 한편으로는 아이의 소망이나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 엄마이기도 하다. 메두사의 머리칼은 사람들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방패막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와 놀아주는 다정한 손길이기도 하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을 마중나온 부모의 모습을 보면 서로 머리스타일이 비슷한데 메두사엄마의 딸 이리제는 두건을 씌워서 엄마와는 다른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두건 속 머리스타일은 짧을 수도 있고, 흑발일 수도 있고 아이의 잠재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아이가 크면서 가정의 둘레보다 사회에 관심을 보이면서 메두사엄마와 아이의 갈등은 시작된다. 뭐든 들어주고 싶은 엄마이기에 결국 아이가 원하는대로 해주지만 그러면서 메두사엄마 또한 아이를 위해 성장하게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2018, 밤의 이야기

출판사 소개:
“내일로 데려다줄 별을 하나 골라보렴.” 키티 크라우더가 포근하고 환상적인 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해가 지고, 숲에 마법처럼 분홍 노을이 깔릴 무렵, 엄마 곰과 아기 곰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잠자리에서 아기 곰은 엄마 곰에게 이야기 세 개를 해달라고 조릅니다. 엄마 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밤 할머니 이야기, 숲에서 길을 잃은 아이 이야기, 잠을 잃어버린 아저씨 이야기를 차례로 들려줍니다. 엄마 곰과 아기 곰의 사랑은 까만 밤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모두 밤의 품에 포근하게 안깁니다.

색연필로 그린 독특하고 부드러운 선이 마법처럼 살아 숨 쉬며,
환상적인 분홍색이 현실과 상상 사이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키티 크라우더의 《밤의 이야기》.
밤이 되면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평화로운 휴식의 시간을 가집니다. 세 편의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하루를 보내고, 평온을 찾아갑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을 알려 줄 사람이 없어도, 길을 잃었어도, 불면증이 있어도 모두 밤하늘의 별을 따라가지요. 키티 크라우더 작가의 자장가처럼 노래하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책을 관통하는 환상적인 분홍색은 어두운 밤을 환히 밝히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끕니다.

어머니가 스웨덴인인 키티 크라우더 작가의 스칸디나비아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된 이 책은 울프 스타르크 작가의 번역으로 스웨덴에서 처음 출간하였고, 스웨덴어 번역으로 한국에서 출간했습니다.

“하늘이 깜깜해졌어요. 이제 별을 믿어요. 별이 우리를 내일로 데려갈 거예요.”
잠자기 전에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부드럽게 노래하는 키티 크라우더의 《밤의 이야기》를 만나다!
어느 날, 키티 크라우더 작가의 친구인 사라 도나티가 꿈을 꾸었다. 작가가 분홍빛 표지의 ‘밤의 이야기’라는 책을 쓰는 꿈이었다. 《밤의 이야기》는 이렇게 키티 크라우더 작가에게 왔다. 분홍색 색감과 곰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작가가 오래전부터 생각한 소재였다. 키티 크라우더 작가는 엄마 곰이 아기 곰에게 불러주는 부드러운 자장가처럼 따뜻한 세 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번째 이야기 잠자리에 들 시간을 알려주는 밤 할머니 이야기
깊은 숲속에 밤을 지키는 밤 할머니가 살고 있다. 밤 할머니는 밤마다 달님이 뜨기 전에 징을 울리며,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고 외치며 다닌다. 할머니는 더 놀고 싶어 하는 숲속 친구들을 능숙하게 잠자리로 이끈다. 마침내 모두가 잠이 들고 밤 할머니가 하늘의 별을 따라갈 차례다. 그런데 밤 할머니에겐 누가 잠자리에 들 시간을 알려줄까?

두 번째 이야기 숲에서 길을 잃은 빨간 모자를 쓴 아이 이야기
마을에서 베리를 따는 축제가 열린다. 스웨덴의 작가 엘사 베스코브의 《숲의 작은 아이들》에 나오는 요정을 떠올리게 하는 물방울무늬의 빨간 모자를 쓴 소라는 호수 근처로 가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블랙베리를 찾아내지만,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린다. 소라는 숲을 헤매다 박쥐 야코 몰로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게 된다. 이른 아침, 소라는 가족들이 찾는 소리를 듣지만, 달콤한 잠에서 깨고 싶지 않다. 소라는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세 번째 이야기 잠을 잃어버린 부 아저씨 이야기
절대로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지 않는 부 아저씨는 은시계와 올빼미의 둥지를 맞바꾼다. 하지만 깃털이 깔린 올빼미의 둥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 부 아저씨는 잃어버린 잠을 찾아 숲으로 가 친구 오토를 만난다. 아저씨는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의 말대로 외투를 입고 물에 들어가 헤엄을 친다. 물속에서 오토가 시를 써 바다에 던진 돌멩이를 찾아 밖으로 나온 부 아저씨는 과연 잃어버린 잠을 찾았을까?

감상:
잠자리에 들기 전 자고 싶지않은 상황이 이 이야기에 공감을 불어넣는다. 엄마 곰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 명 모두 이야기의 끝에는 잠이 든다. 서로 관련 없어보이지만 아기곰 처럼 잠자리에 들기 전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액자식 구성이 전면에 쓰였는데, 이 구성은 키티 크라우더가 '대혼란'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섞으면서 관심을 보였다가 이 책에는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키티 크라우더는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것을 흥미로워하는 것 같다. 그녀가 어린 시절에 늘 가족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컸기 때문일것이다.

2018, 서부시대, text by 페터 엘리오트

출판사 소개:
“갈 곳이 없는 모든 사람들…… 가능한 유일한 답은 ‘환영하는 것’.” _페터 엘리오트

보다 많은 연대와 나눔을 위하여! 더 긍정적이고 더 희망적이며 더 낭만적인 지구촌 공존의 이야기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자신의 밴드에서 노래하는 싱어인 페터 엘리오트와 가장 유명한 현역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인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키티 크라우더의 완벽한 공동 작업, 열정과 진실함과 힘이 넘치는 아름다운 그림책! 다양한 빛깔의 새로운 주민들, 편견을 쫓아버리는 독창성, 음악이 흘러나오는 더할 수 없이 낭만적인 그림책.

그날 아침은 날씨가 좋았어. “사냥하러 갑니다!” 나는 소리쳤지. 처음이라 쉽지 않았어. 사냥감을 잘 고르는 게 비결이라네. 사람들이 귀띔해 주었지. 개 요나스와 함께 집을 나선 나. 화살 두 발은 훈련용으로 날려 버리고 세 번째는 표적의 얼굴 한가운데를 명중시키지만……. 저렇게 압도적인 코뿔소라니! 토끼를 잡아 자랑스럽게 문을 여는데, 글쎄 낯선 친구가 내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다! 같이 사는 사람은 사냥하러 나간 사람은 자기 자리를 뺏기는 거라고, 어쩔 수 없다고, 원한다면 집에서 지내며 작은 의자에 앉아도 된다고 하고……. 결국 둘러앉아 토끼고기 수프를 먹으며 낯선 이의 이야기를 듣는데, 자기 이름은 코코이고 크레페와 호두 케이크를 좋아하고 콧수염 기르는 게 꿈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데. 그때부터 쉽지 않은 일상이 시작된다. 코코가 내 잠옷을 억지로 껴입거나 내 말에 오르거나 우리 아버지에게 엽서를 쓰거나 내 여자 친구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으니까. 하지만 끝까지 지켜보니 코코는 좋은 친구였다.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노래도 하고 하모니카도 불고, 아주 재미있었다. 사실 빼앗긴 내 자리가 그리 아쉽진 않았다!

화창한 날 아침에 나갔다 왔는데, 한집에 사는 사람들이 처음 보는 노란 광대와 카드 게임을 하며, 낯선 이가 네 자리를 차지했다고 설명하는 상황이라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기 물건과 자기 인생을 빼앗는 것을 두고 볼 수 있을까? ‘사냥 나간 사람은 자리를 뺏긴다. Qui va a la chasse perd sa place’라는 프랑스어 옛 표현을 기초로 한 매우 독창적인 그림책이다. 자리를 뜨면 자리를 잃는다는,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는 유명한 속담이라는 이 표현은 인간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불안과 공포를 건드린다. 언제라도 누군가 낯선 이에게 내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아주 본질적인 공포. 글 작가 페터는 처음에 노래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쓰면서 누군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어떻게 될까를 계속 생각했다고 한다. 결론은, 떠났던 친구나 새로 온 친구나 같이 환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어이, 친구. 앉게나, 잘 왔어!”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을 만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걸.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페터는 글이 음악처럼 들리기를 바라며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리듬에 이야기를 맡겼다. 그렇게 《서부 시대》는 자리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을 갈 곳 없는 사람들과 연결해 의미를 넓히며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 다른 사람을 만나는 방법으로 확장한다. 제프와 짐(관람자이자 익살꾼 역할의 카우보이들)이 주관하는 의자 뺏기 놀이를 연상시키는 이 이야기에서는 모르는 타인에게 자신의 일상의 일부를 넘겨주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다고 자기 일상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막상 그런 일이 닥쳐도 다른 자리에 앉아도 되고 또 돌아가면서 앉아도 된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자리가 바뀌고 또 바뀌고…… 그건 미묘하지만 필요한 일이다. 이 좁은 지구에 다 같이 앉게 할 수 있으니! 다양한 빛깔의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며 마지막 장면에선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커다란 냄비가 끓고 있다. 정말 멋진 그림책이다!

“어떤 텍스트를 읽으면, 나는 내 머릿속에서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쓰기에는 이번 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무리 훌륭해도 다른 사람 글에 그림을 그리는 건 잘 내키지 않아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달라요. 이야기에 매우 강한 믿음이 갔지요.” _키티 크라우더 글 원고를 보고 키티는 ‘사냥 나간 사람은 자리를 뺏긴다.’는 직설적인 제목 대신 타란티노, 서부극, 사냥꾼들, 야생동물의 열렬한 팬답게 《파웨스트 Farwest》로 제목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 조상들의 침략의 역사를 떠올렸고, 그것과는 정반대인 ‘나눔’과 ‘연대’가 담긴 다른 방법의 독창적인 그림책을 탄생시켰다. 실제 키티는 작업을 하며 저 오래전 조상들 생각에, 그 후손들 생각에, 금과 땅을 갈망했던 사람들 생각에 온몸의 뼈가 쑤시고 아팠다고 한다. 《파웨스트》라는 제목은 개척, 모험, 거친 남자들이 나오는 백인들의 낭만적인 서부 시대를, 동시에 살 땅을 잃고 학살당한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의 비극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우리말 제목 《서부 시대》 역시 원제의 함의를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다. ‘대지는 우리 것이 아니며…… 우리가 대지의 일부분이다.’라는 시애틀 추장의 말과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을 판권 페이지에 정말 공간을 아껴 담아낸 것을 보면, 작가들이 얼마나 이 시기에 인류의 지혜를 갈망했으며, 이 책에 어떤 생각을 담고자 노력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당신은 바다를 건너고, 들과 숲을 지나왔어요. 여행 가방을 내려놓을 곳, 조용한 곳을 찾아서. 그러니 우리 집에 들어오세요. 여기가 바로 당신 집이에요. _페터 엘리오트 《서부 시대》의 이야기는 본문 제목 페이지부터 시작된다. 목탄으로 그린 아메리카 원주민이 말 위에, 그 옆에 개가 있다. 이 흑백 페이지는 이것이 오래전에 일어난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곧 인물 세 명이 등장하는데, 백인 두 명에 비해 양복 차림에 모자에 깃털을 꽂은 아메리카 원주민은 교육을 더 받은 신사처럼 보인다.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 노란 광대 코코는 한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모티콘 같은 얼굴에 스마일 상. 큰 키에 흰옷, 흐느적대는 모습이 왠지 춤을 잘 출 것만 같다. 오래전 이야기 분위기에 툭 나타난 애니메이션 인물, 하지만 이 이질적인 결합은 묘하게 어울리며 이야기에 느긋한 유머를 불어 넣는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개 요나스. 이 충성스러운 개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갈아치운다. 그 장면이 너무 재미있다! 멋진 붉은 말, 우뚝 솟은 산, 말 달리는 주인공, 강렬한 색감과 드넓은 풍경에 가슴이 툭 터지듯 시원해진다.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 코코, 코코의 자리를 차지한 로자, 로자의 자리를 차지한 마틴, 패티, 러셀, 제인, 장고……. 이 인물들은 자유와 인류애를 위해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사람들이다. 버스에서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로자 파크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마틴 루서 킹, 아름다운 펑크 음악 가수 패티 스미스, 아무리 가져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들 때문에 들어간 원주민 운동가 러셀 민스,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여장부 캘러미티 제인, 전설적인 흑인 보안관을 모델로 한 영화 속 인물 장고, 선구적인 저널리즘으로 유명한 넬리 블라이 등이 그들이다. 책장을 덮으면 뒤표지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달리는 말의 리듬감을 목탄 그림으로 담아낸 단순하고 간결한 애니메이션이다. 마치 모닥불 가에 코코와 둘러앉아 노래 부르는 장면처럼, 페터와 키티는 그렇게 작업실 바닥에 촛불을 켜고 앉아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냥 나간 사람은 자리를 뺏길까?” 이 질문은 꼭 ‘자리’나 ‘낯선 이’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거의 모든 일상에 적용되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다. 정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상대에 대한 배척과 공격은 어떻게든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데!

2019,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 text by Ulf Stark
2021, 개를 원합니다

작품 세계

197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키티 크라우더는 선천적인 난청으로 네 살이 되어서야 말문이 트였다. 키티 크라우더는 청각 장애가 있는 까닭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자세히 관찰해야만 했고, 그것은 곧 사물의 진정한 의미를 헤아리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키티크라우더는 어린 시절 책의 그림을 가리키며 자신이 말을 이해했다는 알려주었고, 늘 책을 읽었다. 책은 세상을 이해하는 창구였고, 커다란 위로였다. 외로웠고, 행복해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청각 장애는 세상을 더 세심히 관찰하고,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보게 했다. ‘왜?, 어떻게?’라는 질문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숲, 나무, 이끼, 바람, 물의 속삭임 등을 종이에 옮기며, 그림이야말로 자신이 낼 수 있는 독특한 목소리라는 것을 찾았다. 인간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존재인 자연 속에서 가슴 뛰는 충동과 설렘으로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크라우더 작품 세계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이야기’이다. 딸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기 좋아했던 작가의 아버지는 영국의 많은 요정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책을 읽어 주기 좋아했던 할머니에게서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 또는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를 듣고 자랐다. 이런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작가는 늘 눈에 보이는 세상 너머에 무언가 더 있을 거란 상상을 하며 자랐고, 상상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호기심 또는 궁금증으로 인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숲이나 물, 동물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는 의인화된 동물들을 등장시켜 일상적으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주로 탄생시킨다. 죽음과 신, 무의 의미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추상적인 소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위트 넘치게 만들어 주면서도 아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까닭은 작가가 세세히 공들여 그린 그림의 덕이다. 오밀조밀한 선과 회색, 초록, 빨강 등 단순한 색감으로 그려 낸 아기자기한 그림은 따듯하고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그림책이 더욱 풍성해 보이는 이유는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결론

키티크라우더는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공감되는 지점을 잘 파악하고 가져다가 이야기를 지어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을 불어넣는 작가인 것 같다. 이야기에 여러 일화가 담겨있으면서도 중심축이 되는 사건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고, 비유를 참 적절하게 잘 쓰며 분위기 또한 잘 담아낸다. 다양한 상황을 묘사하면서 톤을 맞추어나가는 것은 결국 단단한 취향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의 독특한 작품 뿐만 아니라 삽화 작업을 왕성하게 하는 것이 눈에 띈다. 오랜 시간 여러 작업을 이어오면서 그림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펜선으로 다소 거칠게 그리다가 점점 부드러운 연필선과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의 그림으로 점차 변한다. 더욱 자신만의 스타일을 다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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